서울 광진구 중곡동은 1974년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집이 들어선 뒤 50년 넘게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그 저층 주거지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재개발 계획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습니다. 서울시는 9월 28일 도시계획위원회 신속통합기획 정비사업 등 수권분과위원회를 열고 '중곡1동 A구역 주택정비형 재개발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안'을 수정가결했습니다. 최고 35층, 2200가구(임대 424가구) 규모입니다. 숫자는 크지만, 이번 결정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고 무엇은 아직 아닌지 나눠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날 네 곳, 4422가구
이날 위원회를 통과한 안건은 네 건입니다. 중곡1동 A구역(2200가구) 외에 강남구 일원동 한솔아파트(570가구 → 960가구, 최고 25층), 용산구 이촌동 반도아파트(192가구 → 276가구, 최고 58층), 강서구 염창동 3개 단지(602가구 → 986가구, 최고 39층)가 함께 수정가결됐습니다. 네 곳을 합치면 4422가구이고, 이 가운데 공공·임대 물량이 782가구입니다.
나머지 세 곳은 기존 아파트를 다시 짓는 재건축이지만, 중곡1동 A구역은 노후 단독·다세대 주택가를 아파트 단지로 바꾸는 재개발입니다. 새로 생기는 가구 수도 네 곳 중 가장 많습니다. 서울시가 이 구역을 "중곡동 저층 주거지 중 처음으로 본격적인 정비가 추진되는 지역"이라고 설명한 이유입니다.
1.53이라는 숫자가 사업을 움직였다
중곡1동 A구역의 사업성을 끌어올린 장치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용도지역 상향입니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일부 7층 이하 지역 포함)이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올라갔습니다. 다른 하나는 사업성 보정계수 1.53입니다. 땅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같은 용적률을 받아도 수익이 덜 나는 지역에 허용용적률을 더 얹어 주는 서울시 제도입니다. 여기에 공공기여를 더해 정비계획 용적률 299.54%를 받았습니다.
대신 내놓는 것도 있습니다. 임대주택 424가구는 전체의 약 19%입니다. 단지 동쪽에는 6724㎡ 규모 어린이공원이 들어서고, 중랑천에서 아차산 방향으로 폭 20m의 통경축(시야를 열어 두는 빈 공간)을 냅니다. 동 주민센터와 데이케어센터를 합친 공공복합청사, 공영주차장도 짓고, 동일로·긴고랑로·명목로 등 주변 도로를 넓힙니다. 구역 면적은 약 8만1100㎡입니다. 지하철 7호선 군자역과 중곡역이 반경 1㎞ 안에 있습니다.
속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2025년 2월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됐고, 올해 3월 기획안이 확정됐습니다. 후보지 선정부터 정비구역 지정 심의 통과까지 약 1년 7개월이 걸렸습니다.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하면서 내세운 목표가 '구역 지정 5년 → 2년 6개월'이었는데, 이보다도 빠릅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첫째, 지금은 출발선입니다. 정비구역 지정은 재개발의 첫 관문일 뿐입니다. 앞으로 지정 고시,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주·철거가 이어집니다. 가까운 사례로 같은 광진구 자양4동 A구역(2999가구)은 2025년 7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약 1년 2개월 만인 지난달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습니다. 토지등소유자 1559명 중 80.56%가 동의했습니다. 빠른 축에 드는 이 사례에서도 조합설립까지 1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입주 시점은 그보다 훨씬 뒤라는 점을 전제로 계획을 세우셔야 합니다.
둘째, 매수를 검토하신다면 분양 자격부터 확인하십시오. 신속통합기획 후보지에는 보통 지분 쪼개기를 막기 위한 권리산정기준일이 정해지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준일 이후 신축 빌라를 사거나 쪼개진 지분을 사면 입주권 없이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해당 필지의 기준일, 토지거래허가 여부, 무허가·과소필지 해당 여부는 광진구청이나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서 직접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비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정해진 것은 용적률과 가구 수, 기반시설의 큰 틀입니다. 조합원 분양가, 일반분양가, 공사비, 분담금은 관리처분 단계에 가서야 윤곽이 나옵니다. 최근 서울 정비사업에서 공사비 협상이 사업 속도를 좌우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셔야 합니다.
중곡동이 50년 만에 첫 문턱을 넘은 것은 분명한 진전입니다. 다만 2200가구는 아직 도면 위의 숫자입니다. 이 숫자가 실제 아파트가 되기까지 어떤 단계가 남았는지 살피는 것이 지금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하실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