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현대건설이 서울 양천구 목동10단지 재건축에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처음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안한 단지명은 '디에이치 목동 에세르'. 히브리어로 숫자 10을 뜻한다는 설명이 붙었고,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세운 모포시스와 조경 설계사 사사키가 협업한다는 내용도 함께 나왔습니다. 그런데 같은 자료에 적힌 다른 숫자가 있습니다. 2조6135억원. 이 단지의 예상 공사비입니다. 이름은 총회 전에 바뀌기도 하지만, 이 숫자는 조합원의 지갑을 30년 단위로 바꿔놓습니다.
가구당 6억 — 목동의 공사비 좌표
목동10단지는 현재 2160가구입니다. 재건축 후에는 최고 40층, 4248가구가 됩니다. 공사비 2조6135억원을 계획 가구 수로 나누면 가구당 약 6억1500만원입니다.
비교 대상이 이미 있습니다. 목동에서 가장 먼저 시공사를 확정한 6단지입니다. 조합은 6월 27일 총회에서 총 1196표 중 1032표(86.2%)로 DL이앤씨를 선정했고, 공사비는 1조2868억원, 규모는 지하 3층~지상 49층 2184가구입니다. 가구당 약 5억9000만원. 두 단지가 층수도 방식도 다른데 가구당 공사비는 6억 안팎에서 만납니다. 앞으로 나올 목동 단지들의 제안서를 볼 때, 이 선을 기준선으로 삼으시면 됩니다.
여기서 하나 더 짚을 대목이 있습니다. 6단지의 입찰 당시 예정 공사비는 1조2120억원(3.3㎡당 950만원)이었지만, 최종 계약 규모는 1조2868억원이었습니다. 6% 남짓 늘어난 겁니다. 시공사 선정 시점의 공사비는 확정가가 아니라 출발선에 가깝습니다.
14개 단지가 한꺼번에 움직입니다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는 총 2만6629가구입니다. 2025년 말 1·2·3단지가 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되면서 14개 단지 전부가 구역 지정을 마쳤습니다. 사업 방식은 신탁 8곳, 조합 6곳으로 갈렸습니다.
지금은 시공사 선정 국면입니다. 6단지가 6월에 확정됐고, 10단지와 13단지가 현장설명회를 거쳐 경쟁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4단지는 9월 중순 입찰공고를 준비 중이고, 14단지도 9월, 7단지는 서울시 심의를 거쳐 10월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업계가 추산하는 목동 전체 수주 규모는 30조원대입니다. 삼성물산은 1·3·5·13단지 등 홀수 단지, 현대건설은 4·7·10·14단지 등 짝수 단지에 무게를 싣는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브랜드가 아니라 물가변동 조항입니다.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해외 설계사 협업, 커뮤니티 특화는 모두 원가에 반영됩니다. 제안서에서 확인할 것은 3.3㎡당 단가, 물가상승분을 어떤 지수로 언제부터 반영하는지, 착공이 늦어질 경우 누가 부담하는지입니다. 6단지 사례처럼 예정가와 계약가는 벌어집니다.
둘째, 늘어나는 가구 수의 성격입니다. 10단지는 2160가구에서 4248가구로 2088가구가 늘어납니다. 이 증가분에서 임대주택을 뺀 물량이 일반분양이고, 그 수입이 분담금을 낮춥니다. 다만 분양 시점이 2029~2030년대라면 그때의 분양가와 시장 상황이 변수입니다. 증가폭이 큰 단지가 유리해 보이지만, 그만큼 분양 리스크도 함께 커집니다.
셋째, 이주 시기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주거안정 종합대책에서 정비사업 이주시기 관리 대상을 '2000세대 초과'에서 '1000세대 초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목동은 사실상 전 단지가 대상입니다. 양천구는 인가 절차 이후 이주까지 4~5년을 예상하고, 시장에서는 목동의 본격 이주를 2028년 이후로 봅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아도 이주 개시 시점은 지자체 조정을 받을 수 있고, 착공이 밀리면 그 기간의 금융비용이 결국 공사비에 얹힙니다.
정리하면
목동은 '언제 되나'의 단계를 지나 '얼마에 되나'의 단계로 들어섰습니다. 매수를 검토하신다면 시공사 브랜드보다 그 단지의 3.3㎡당 공사비,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분양 물량 비율, 그리고 이주 예정 시기를 먼저 확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걸리는 구간이 생기므로, 매매 전 해당 단지의 사업 단계와 양도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름은 바뀔 수 있습니다. 2조6135억원은 바뀌지 않습니다. 다만 더 커질 수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