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경기도에서 특별공급 접수가 두 건 열렸습니다. 한 곳은 성남 분당구 정자동 '더샵 분당하이스트', 다른 한 곳은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힐스테이트 고덕엘리스트'입니다. 앞은 전용 84㎡가 최고 29억8100만원, 뒤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3.3㎡당 평균 1683만원, 같은 84㎡ 기준 5억원대 후반입니다. 값 차이가 다섯 배입니다. 그런데 접수 건수는 반대로 갔습니다. 29억짜리 특별공급 77세대에는 206건이, 5억원대 특별공급 1513세대에는 42건이 들어왔습니다.
같은 날, 같은 경기도, 갈린 답
더샵 분당하이스트는 포스코이앤씨가 정자동 느티마을 4단지를 리모델링하는 단지입니다. 1006가구가 1149가구로 늘면서 생긴 143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고, 이 중 특별공급 77세대에 206건이 접수돼 2.68대 1을 기록했습니다. 성남시 2년 이상 거주자에게 100% 우선공급되는 조건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힐스테이트 고덕엘리스트는 현대건설이 고덕국제화지구 A12·A65블록에 짓는 1779가구 대단지입니다. 전용 84㎡ 단일 면적, 분양가상한제 적용, 전매제한 3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차로 10분 거리이고 110조원 투자와 P4 라인 가동이 예정돼 있습니다. 조건표만 보면 흠잡을 데가 적습니다. 그런데 특별공급 접수는 A12블록 801세대에 30건(0.04대 1), A65블록 712세대에 12건(0.02대 1)이었습니다.
이날 경기·울산에서 함께 접수를 받은 9개 단지를 합치면 2566세대 모집에 667건입니다. 넷 중 셋은 빈 채로 하루가 지났습니다.
호재가 통장을 움직이지 못한 이유
첫째, 물량입니다. 고덕국제신도시는 수년째 공급이 이어진 지역입니다. 반도체 호재는 이미 여러 차례 분양가에 반영됐고, 근처에서 기다리는 물량도 남아 있습니다. 호재는 처음 나올 때 값을 올리지, 다섯 번째에도 줄을 세우지는 않습니다.
둘째, 특별공급의 성격입니다. 생애최초·신혼부부·다자녀 계층이 주 대상인데, 84㎡ 단일 구성이라 최소 필요 자금이 5억원대에서 시작합니다. 소형이 섞여 있지 않으면 자격은 되는데 자금이 안 되는 사람이 걸러집니다.
셋째, 전매제한 3년입니다. 입주 후에도 한동안 팔 수 없다는 뜻이고, 그 사이 인근 입주 물량이 전세가와 매매가를 어디로 끌고 갈지는 계산이 어렵습니다. 반면 분당 정자동은 총액이 크지만 대체 가능한 공급이 사실상 없습니다. 지금 시장은 '얼마인가'보다 '나중에 팔 수 있는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하루만의 일이 아닙니다
올해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누적 5.34대 1로, 2023년 6월(4.90대 1) 이후 38개월 만의 최저 수준입니다. 월간으로 보면 더 낮습니다. KB금융 주택시장 리뷰 9월호에 따르면 8월 전국 1순위 경쟁률은 2.9대 1로 석 달 연속 3대 1을 밑돌았고, 경기도는 1.1대 1이었습니다. 서울만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분양도 늘고 있습니다. 7월 기준 전국 미분양은 6만8217호로 3개월 연속 증가했습니다. 비수도권이 4만8758호로 71.5%를 차지하지만, 수도권도 1만9459호까지 올라왔습니다. 8월 분양 물량은 약 1만9000가구로 두 달 연속 2만 가구를 밑돌았습니다. 공급을 줄이는데도 재고가 쌓이는 국면입니다.
실수요자가 지금 봐야 할 것
특별공급 결과를 1순위의 예고편으로 읽되, 그대로 등치시키지는 마십시오. 특공은 자격 제한이 있어 모수 자체가 작습니다. 고덕엘리스트의 진짜 답은 22일 1순위 접수에서 나옵니다. 다만 특공이 0.03대 1이었던 단지가 1순위에서 마감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미달이 나면 무순위와 선착순 계약으로 이어집니다. 이 단계에서는 계약금 인하,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상 같은 조건이 붙는 사례가 많습니다. 청약통장을 아껴야 할 이유가 없는 단지라면, 급하지 않은 쪽이 유리한 구간입니다.
분양가상한제가 곧 저렴함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기준은 주변 시세와 입주 시점의 전세가입니다. 평택처럼 입주 물량이 겹치는 지역은 잔금 시점 전세가가 분양가 대비 얼마인지를 먼저 계산해 보셔야 합니다. 전세로 잔금을 메울 계획이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반대편, 총액 29억원대 단지는 자금 조달이 관건입니다. 당첨과 잔금은 다른 문제이고, 대출 규제 아래에서는 청약 가점보다 현금 흐름이 먼저 걸립니다.
같은 날 같은 도에서 나온 두 숫자는, 시장이 값을 보는 게 아니라 자리를 본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