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개발사업의 돈줄을 죄려던 규제를 2년 늦췄습니다. 금융위원회는 10월 13일 금감원·재정경제부·국토교통부와 'PF 상황 점검회의 겸 주택공급 촉진 금융지원 점검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주거사업장의 PF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당초 2027년에서 2029년으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같은 날 공개된 통계에는 다른 숫자도 있었습니다. 저축은행·여전사·상호금융의 토지담보대출(토담대) 연체율이 32.20%까지 올랐습니다. 규제의 시계는 늦췄지만 개발 초입의 부실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미뤘나 — '시행사도 제 돈을 넣어라'
PF 자기자본비율 규제는 시행사가 사업비의 일정 비율을 자기 돈으로 채우도록 유도하는 장치입니다. 땅값의 대부분을 빌려서 사업을 시작하는 국내 개발 관행이 2023~2024년 PF 부실 사태를 키웠다는 반성에서 나왔습니다. 금융회사가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사업장에 돈을 빌려주면 충당금을 더 쌓고 위험가중치를 높게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자본이 부족한 사업장은 대출받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번 결정으로 주거사업장은 2029년 자기자본비율 5%에서 출발합니다. 이후 단계적으로 올라 2032년 20%에 이르는 일정입니다. 건전성·충당금 기준, 대출 취급 요건, 위험가중치 정비도 함께 2년 유예됐습니다. 오피스·상가·물류센터 같은 비주거사업장은 부실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로 예정대로 2027년부터 적용됩니다.
당근도 붙었습니다. 은행·증권사는 2027~2028년에도 자기자본 5% 요건을 충족한 주거사업장에 자금을 대면 위험가중치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은행은 분양률 기준까지 함께 충족하면 위험가중치가 150%에서 100%로 내려간다고 보도됐습니다. 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지금은 주택 공급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10월 8일 국정감사에서 "주택 공급을 빠르게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숫자는 반등했지만 — 115조8000억과 32.20%
겉으로 드러난 지표는 나아졌습니다. 6월 말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115조8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3000억 원 늘었습니다. 2023년 말 이후 첫 증가입니다. 2분기 신규 취급액도 23조5000억 원으로 1분기(16조8000억 원)보다 6조7000억 원 많았습니다. 전체 PF 연체율은 4.56%로 0.09%포인트 내렸습니다. 주택금융공사의 9월 PF 보증 승인액은 7049억 원으로 지난해 월평균의 세 배를 넘었습니다.
반면 사업의 첫 단추인 토지 단계는 여전히 막혀 있습니다. 중소금융권 토담대 연체율은 32.20%로 오히려 0.32%포인트 올랐고, 연체채권은 3조1000억 원입니다. 업권별로 보면 여전사가 46.55%, 저축은행이 35.16%입니다. 유의·부실우려 등급의 PF 여신도 15조1000억 원이 남아 있고, 이 가운데 12조 원이 부실우려입니다. 일부 매체는 잔액 반등을 두고 부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연명하는 '착시'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예가 끝나는 시점에 위험이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것
첫째, 분양 일정입니다. 이번 유예는 수도권 주택 착공을 앞당기려는 조치입니다. 다만 규제를 늦춘다고 바로 착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정부가 9월부터 수도권 규제지역 주거사업장 279곳에 전담 관리자를 붙였는데, 이 사업장들이 실제로 착공·분양으로 넘어가는지가 효과를 가늠할 첫 지표입니다. 관심 단지가 있다면 시공사 선정과 착공 공시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경·공매 시장입니다. 202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정리·재구조화된 부실 사업장은 19조7000억 원입니다. 이 가운데 약 73%가 경·공매, 수의계약, 상각으로 정리됐습니다. 토담대 연체가 쌓이는 만큼 사업이 멈춘 토지와 미완성 사업장이 경매·공매로 계속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고 싼 물건이 늘어난다는 뜻으로만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인허가 승계, 유치권, 선순위 채권 관계가 복잡한 물건이 많기 때문입니다. 감정가 대비 할인율보다 권리 관계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셋째, 2029년이라는 기한입니다. 유예는 면제가 아닙니다. 2029년부터 자기자본 요건이 매년 높아지면 자본이 얇은 중소 시행사의 사업은 다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분양권이나 사업장 지분에 투자한다면 시행 주체의 재무 체력을 지금부터 살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규제의 방향은 그대로이고 시간표만 바뀌었습니다. 정부가 벌어 준 2년 동안 공급이 실제로 늘어날지, 부실 정리가 미뤄지기만 할지는 착공 실적과 토담대 연체율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