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일)부터 4일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온비드에서 압류재산 2521건, 7013억원어치를 공매합니다. 세금을 내지 못해 압류된 재산입니다. 눈여겨볼 숫자는 1713건입니다. 감정가의 70% 이하로 나온 물건으로, 전체의 68%에 이릅니다. 법원경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지지옥션 집계로 10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경매는 72건 중 8건만 낙찰돼 낙찰률이 11.1%에 그쳤습니다. 유찰이 흔해진 지금, 공매의 가격 규칙을 알아둘 만합니다.
유찰 한 번에 10%, 간격은 1주
공매 가격은 법으로 정해진 방식대로 내려갑니다. 국세징수법 제87조에 따라 재공매 때마다 최초 공매예정가격의 10%씩 줄입니다. 직전 가격이 아니라 최초 가격이 기준이어서 90%, 80%, 70%, 60%, 50% 순으로 내려갑니다. 50%까지 내려도 팔리지 않으면 예정가격을 새로 정해 다시 공매할 수 있습니다.
캠코 압류재산의 입찰 간격은 1주입니다. 최초 공매예정가격을 감정가로 보면, 감정가 70%는 세 번 유찰된 가격이고 약 3주면 도달합니다. 50%도 다섯 번 유찰, 약 5주면 닿습니다. 법원경매는 유찰마다 보통 20~30%씩 낮춥니다. 저감률이 20%인 법원이라면 세 번 유찰에 51%까지 내려가 한 번의 폭은 더 크지만, 기일 간격이 보통 한 달가량이어서 시간은 더 걸립니다.
최근 세 차례 공매를 보면 감정가 70% 이하 물건의 비중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10월 19~21일에는 2812건 중 1928건(68.6%), 26~28일에는 3581건 중 1767건(49.3%)이었습니다. 다만 유찰 물건은 다음 회차에 다시 나오는 구조여서, 회차별 건수를 더해 시장 규모로 읽으면 안 됩니다.
1713건이 곧 싼 집 1713채는 아닙니다
이번 물량의 구성을 나눠 보면 인상이 달라집니다. 2521건 가운데 부동산이 2423건, 자동차와 비상장주식 등 동산이 98건입니다. 가장 많은 것은 임야를 포함한 토지로 1358건(53.9%)입니다. 주거용 건물은 585건(23.2%)이고, 그중 수도권은 248건으로 전체의 9.8%입니다.
감정가 70% 이하 물건 가운데 주거용이 몇 건인지는 캠코 발표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낙찰률도 마찬가지입니다. 물건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매수세가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5일 발표되는 개찰 결과와 온비드의 물건별 입찰 이력을 함께 봐야 합니다.
싼 가격 뒤에 남는 세 가지 부담
명도입니다. 캠코는 임차인 명도 책임이 매수자에게 있다고 안내합니다. 법원경매에는 대금 납부 후 6개월 안에 신청할 수 있는 인도명령이 있지만 공매에는 없습니다. 협의가 안 되면 명도소송으로 가야 하고, 3~6개월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권리입니다. 저당권 등은 매각으로 소멸하지만, 지상권·전세권·등기된 임차권은 대항력과 배분요구 여부에 따라 매수인에게 넘어올 수 있습니다. 공매라고 모든 권리가 깨끗이 정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입니다. 대금은 매각결정일부터 7일 이내 납부가 원칙이고, 세무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만 연장됩니다. 대출을 낙찰 뒤에 알아보면 늦을 수 있습니다. 체납자가 세금을 내거나 송달이 안 되면 입찰 전에 공매가 취소되기도 합니다.
입찰 전에 봐야 할 것
첫째, 감정 시점을 확인하세요. 감정가는 과거의 가격이어서, 시세가 내렸다면 70%도 싸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둘째, 유찰 이유를 찾으세요. 공매재산명세서와 등기부로 임차인과 인수 권리를 보고, 현장에서 실제 점유자를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명도 비용과 기간을 입찰가에 넣으세요. 넷째, 수요가 몰리는 물건인지 살피세요. 법원경매에서는 감정가 8억원대 이하 서울 외곽 아파트로 수요가 쏠리고 있습니다. 공매에서도 실수요가 붙는 물건은 값이 다 내려가기 전에 낙찰될 수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도 따로 확인할 부분입니다. 체납 압류재산 공매는 허가 예외로 분류되지만, 같은 캠코 공매라도 위탁받은 수탁재산은 원칙적으로 허가 대상입니다. 입찰하려는 물건이 어느 쪽인지 공고에서 확인하세요.
한 주를 기다리면 값은 10% 내려갑니다. 그러나 그 사이 다른 사람이 낙찰받을 수 있고, 싸게 낙찰받아도 명도와 권리 문제가 남으면 이득은 줄어듭니다. 공매의 값은 최저가가 아니라 집을 실제로 쓸 수 있게 되기까지 든 총비용으로 판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