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두 개를 먼저 놓겠습니다. 1.6%와 3.5%. 도쿄 23구에서 새로 분양된 맨션을 해외 거주자가 사들인 비중입니다. 2024년 상반기 1.6%였던 것이 2025년 상반기 3.5%가 됐습니다. 1년 만에 두 배 이상입니다. 도심 6구로 좁히면 7.5%, 신주쿠구만 보면 14.6%. 일곱 채 중 한 채입니다. 그리고 올해 6월, 일본 정부는 외국인의 맨션 취득을 규제하려던 계획을 접었습니다. 비중이 아직 3% 수준이라 집값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였습니다. 규제가 유예된 시장에, 국내 규제를 피한 한국 자금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4년 만에 두 배가 된 도쿄
일본 현지 집계에 따르면 도쿄 신축 맨션 평균 가격은 2022년 연평균 8236만엔(약 7억원)에서 2025년 5월 1억6286만엔(약 14억원)으로 올랐습니다. 4년 만에 거의 두 배입니다. 도쿄 23구 평균은 1억3600만엔(약 12억800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다만 이 숫자는 조심해서 읽으셔야 합니다. 2022년은 연평균이고 2025년 5월은 특정 월 수치입니다. 맨션 분양가는 그달에 어떤 단지가 나왔느냐에 따라 크게 출렁입니다. 고급 타워형이 한 건 섞이면 평균이 통째로 들립니다. "도쿄 집값이 4년 만에 두 배"라는 문장은 방향은 맞지만, 내가 사려는 물건의 상승률은 아닙니다.
확실한 것은 시장의 체력 쪽입니다. 2026년 1~3월 도쿄 오피스 공실률은 1.5%로 세계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4.2%, 파리 10.3%, 뉴욕 12.0%, 베이징 18.5%와 비교하면 격차가 큽니다. 엔화 약세와 경기 회복 기대가 겹치면서, 도쿄는 '싸게 들어갈 수 있는 선진국 도심'이라는 자리를 얻었습니다.
일본은 규제를 미뤘고, 한국에 방법을 물었다
흥미로운 건 일본 정부의 선택입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외국인 매수와 가격 급등의 직접적 연관을 확인하지 못했고, 외국인만 겨냥한 규제는 일본인 대리인을 통한 우회 거래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신 자위대 기지 등 안보상 중요 시설 주변 토지는 국적을 불문하고 사전 신고를 허가제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외국인 부동산 소유 데이터베이스는 2027년 가동이 목표입니다.
'보류'이지 '포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일본은 한국의 제도를 들여다봤습니다. 올해 4월 마쓰시마 미도리 총리 외국인정책담당 보좌관이 방한해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을 만났고, 실거주 의무의 정책 효과와 제재 수단을 질의했습니다. 한국의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는 허가일로부터 4개월 이내 입주, 취득 후 2년 실거주를 요구하고 위반 시 취득가액의 최대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물립니다. 지정 직후 서울·경기·인천의 외국인 허가 신청은 8월 1221명에서 12월 736명으로 40%가량 줄었습니다.
일본이 이 효과를 확인했다는 건, 도쿄의 문이 지금처럼 열려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뜻입니다.
나가는 돈은 이미 기록을 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거주자의 해외 부동산 취득 목적 송금액은 올해 1~4월에만 2억1030만달러(약 3191억원)였습니다. 최근 5년 중 최고였던 지난해 연간 5억9050만달러(약 9061억원)의 35%를 넉 달 만에 채웠습니다. 국가별로는 미국 1억1200만달러, 일본 3600만달러 순인데, 일본은 넉 달 치가 이미 지난해 연간의 46.3%입니다. 증가 속도만 보면 일본이 가장 가파릅니다.
배경은 단순합니다. 해외 부동산은 국내 주택 수에 잡히지 않습니다. 다주택·비거주 주택에 고강도 규제가 걸린 상황에서, 이 한 줄이 자금의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첫째, 신고 의무입니다. 해외 부동산은 사놓고 잊는 자산이 아닙니다. 취득 다음 해부터 처분할 때까지 매년 6월 '해외부동산 취득·보유·투자운용 및 처분 명세서'를 제출해야 하고, 미제출에는 과태료가 따릅니다. 지난 9월 2일 국세청 발표에서 해외금융계좌·해외신탁 신고액은 111조원으로 13.3% 늘었습니다. 미신고는 금액의 10%가 과태료이고, 50억원을 넘으면 형사처벌과 명단공개 대상입니다. 해외 자산에 대한 과세당국의 그물은 촘촘해지는 중입니다.
둘째, 환율이 수익률의 절반입니다. 지금 도쿄 매수의 상당 부분은 엔저가 만든 기회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엔화가 정상화될 때 원화 환산 수익이 커지는 대신 신규 진입 매력은 사라집니다. 엔저를 보고 들어가면서 엔고를 기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무엇을 노리고 사는지부터 정하셔야 합니다.
셋째, 보유 비용과 유동성입니다. 일본 맨션은 매달 관리비와 수선적립금이 나가고, 이 금액은 건물이 늙을수록 오릅니다. 게다가 현지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임대 관리를 위탁해야 합니다. 매도할 때도 국내 아파트처럼 며칠 만에 정리되지 않습니다.
넷째, 규제 시계입니다. 2027년 일본의 외국인 소유 DB가 가동되면 누가 무엇을 가졌는지가 드러납니다. 데이터가 쌓이고 여론이 움직이면, 보류됐던 규제가 다시 테이블에 오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사례가 이미 참고서로 건너간 상태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도쿄는 여전히 열려 있고, 지표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나가는 돈의 상당량은 '일본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국이 막혀서' 움직이는 돈입니다. 규제 회피를 투자 논리로 삼으면, 규제가 바뀌는 순간 논리도 함께 사라집니다. 1.6이 3.5가 된 속도를 일본 정부도 보고 있다는 점, 그 사실부터 계산에 넣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