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3일, 금융위원회가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에서 3%로 올렸습니다. 숫자로는 약 30조원이 더 풀려 연간 여력이 60조원 안팎으로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대출이 풀린다"는 헤드라인이 쏟아졌고, 잔금 날짜를 앞둔 실수요자들의 문의도 늘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대책 문서를 끝까지 읽어보면 정작 개인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결정하는 규제는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늘어난 것은 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총량이었지, 내 한도가 아니었습니다.
총량은 두 배, 차주별 규제는 그대로
이번 조정은 특정 수요를 겨냥한 것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이주비 대출과 신축 입주단지의 중도금·잔금대출처럼, 주택 공급 과정에서 시점이 정해져 있어 미룰 수 없는 자금 수요가 하반기에 몰린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실제로 중도금·잔금대출과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은 총량 관리 실적에서 분리해 별도로 관리하고, 조합 이주비 대출 한도는 30% 상향됩니다.
반면 차주별 규제는 유지됩니다. LTV는 규제지역 40%·비규제지역 70%, DSR은 은행권 40%·제2금융권 50%가 그대로이고, 주택가격별 주담대 한도도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25억원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이 유지됩니다. 청년층의 장래소득 인정 기준이 확대되면서 연소득 4000만원·만 30세 차주 기준 한도가 약 12.5%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이는 특정 계층에 한정된 조정입니다.
조이는 쪽도 있습니다.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수도권·규제지역이 80%에서 70%로, 그 외 지역은 90%에서 80%로 낮아집니다. 고액·고DSR 주담대와 고가주택·고LTV 주담대는 새로 고위험으로 분류돼 은행에 더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됩니다. 총량은 늘리되 위험한 대출은 더 비싸게 만들겠다는 구조입니다.
값은 오히려 올랐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5대 시중은행의 분할상환식(만기 10년 이상) 주담대 가산금리는 올해 1월 3.05%에서 6월 3.27%로 반년 만에 0.22%포인트 올랐습니다. 3.2%를 넘어선 것은 2019년 7월 이후 처음입니다. 평균 금리도 2월 4.62%에서 5월 4.42%로 내렸다가 6월 4.50%로 다시 올라섰습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7월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인상했습니다. 기준금리와 가산금리가 함께 오르는 국면이라는 뜻입니다.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통해 과도한 상승을 막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우대금리는 총량 관리 수단이기도 합니다. 하반기에 수요가 몰리면 은행이 가장 먼저 쓰는 카드가 우대금리 축소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도 여유가 넉넉하지 않습니다. 8월 13일 기준 5대 은행의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50조77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8000억원 늘어, 이미 연간 목표를 1조5000억원 초과한 상태였습니다. 주담대 잔액은 492조1600억원입니다. 총량이 상향됐다고 해서 창구가 곧바로 열리지는 않는 이유입니다. 은행별 세부 목표치 배분이 끝나지 않아, 영업점별 취급 한도와 비대면 대출 제한 같은 기존 조치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할까요
첫째, 본인이 어느 통로에 속하는지 확인하십시오. 이번에 실질적으로 숨통이 트인 것은 정비사업 이주비, 신축 입주 중도금·잔금 수요입니다. 기존 주택을 사는 일반 매매 자금은 총량 상향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이 아닙니다.
둘째, 한도와 금리를 분리해서 계산하십시오. 한도는 LTV·DSR·가격별 상한에서 결정되고, 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그리고 우대금리 적용 여부에서 결정됩니다. "대출이 풀렸다"는 소식은 후자를 개선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요가 몰릴수록 우대 폭은 좁아집니다.
셋째, 소득 산정 방식 변경 시점을 챙기십시오. 소득상승률이 20%를 넘으면 2개년 평균, 30%를 넘으면 3개년 평균을 적용하는 기준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됩니다. 최근 소득이 크게 늘어난 차주라면 한도 계산 결과가 올해와 내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비사업 조합원이나 입주 예정자라면 이번 대책은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주비 한도가 늘어난 만큼 이자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 그리고 그 이자가 7년 만에 가장 높은 가산금리 위에서 매겨진다는 점은 별도로 계산해두셔야 합니다. 총량이 늘었다는 뉴스와 내 상환 부담이 줄었다는 사실은, 이번에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