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는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늦게 반응하는 창구입니다. 대출이 막히고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물건이 법원까지 오는 데는 보통 1~2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 후행 시장이 지금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들어오는 물건은 13년 만에 가장 많은데, 나가는 물건은 다섯 중 하나뿐입니다. 경매장에 물건이 쌓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들어오는 물건은 13년 만에 가장 많다
올해 1분기 전국 법원에 새로 접수된 경매 신청은 3만541건이었습니다. 분기 기준으로 2013년 1분기(3만939건)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입니다. 연간으로 봐도 신규 경매 물건은 2023년 10만1145건으로 처음 10만 건을 넘은 뒤, 2024년 11만9312건, 2025년 12만1261건으로 매년 불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특히 사람이 사는 집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주거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1만2426건으로 약 19년 4개월 만에 최대였는데, 이 가운데 연립·다세대(빌라)가 72.2%(8973건)를 차지했습니다. 아파트는 27.8%에 그쳤습니다. 지역으로는 인천이 상징적입니다. 인천의 연간 경매 신청은 2022년 5368건에서 2023년 7272건, 2024년 1만196건으로 뛰며 전국 60개 법원 중 유일하게 1만 건을 넘었습니다. 상가·오피스텔은 2년 새 약 4배, 아파트는 약 3배로 늘었습니다.
그런데 나가는 속도는 역대 최저권이다
문제는 출구입니다. 지난주(7월 16일) 전국 법원경매 물건 1672건 가운데 실제 팔린 것은 320건, 매각률은 19.14%에 그쳤습니다. 다섯 건 중 한 건만 새 주인을 찾은 셈입니다.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도 55% 수준으로, 유찰이 반복되며 값이 눌린 물건이 통계를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더 긴 흐름을 봐도 전국 낙찰률은 2022년 39.1%에서 2025년 23.0%로, 낙찰가율은 같은 기간 79.3%에서 63.3%로 내려왔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물건이 외면받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의 한 다세대주택에는 21명이 몰려 감정가의 159.76%에 낙찰됐습니다. 재건축·재개발 기대나 역세권처럼 입지가 뚜렷한 물건에는 침체와 무관하게 자금이 몰리고, 나머지는 회차를 거듭하며 방치되는 '옥석 가리기'가 심해지는 것입니다. 평균 경쟁률이 한 물건당 세 명에도 못 미치는 것과, 특정 물건에 스무 명 넘게 붙는 것이 같은 시장 안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왜 지금 쌓이나, 무엇을 봐야 하나
원인은 시차에 있습니다. 2021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급격한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여기에 전세사기 여파가 겹치며 부실이 누적됐고, 그것이 이제 경매·공매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은행 지표도 같은 방향입니다. 국내 은행의 1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60%로 상승세가 이어졌고, 부실채권(NPL) 잔액은 17조7000억 원까지 늘었습니다. 은행이 털어내는 부실채권 매각 시장 규모는 올해도 4조 원 안팎으로 유지될 전망인데, 이 물량 상당수는 결국 담보 부동산 경매로 연결됩니다. 들어오는 파이프가 한동안 막히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실수요자와 투자자라면 세 가지를 보시길 권합니다. 첫째, 연립·다세대 비중입니다. 지금 쏟아지는 주거 물건의 다수가 빌라이고, 여기엔 전세사기·깡통전세 물건이 섞여 있습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선순위 보증금 등 권리분석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매각률입니다. 매각률이 낮게 유지되면 물건 적체가 풀리지 않는 것이고, 이는 유찰을 기다려 최저가를 낮추려는 쪽에 시간을 벌어줍니다. 셋째, 입지의 옥석입니다. 평균 낙찰가율이 눌려 있다고 전부 싸게 잡히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물건은 여전히 감정가를 넘고, 애매한 물건은 유찰이 반복됩니다. 캠코 온비드 공매까지 함께 보면 선택지는 넓어지지만, 공매는 인도명령이 없어 명도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