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가장 긴장하는 순간은 대개 두 번입니다. 관리처분계획이 나올 때, 그리고 시공사가 증액 공문을 보낼 때입니다. 그런데 최근 비용이 오르는 자리는 조금 다릅니다. 8월 15일 전국인력신문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2026년 상반기 도시 정비 사업과 인력 수급 동향' 자료를 인용해, 서울·수도권 주요 재개발 구역의 철거 공사비 가운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대비 약 10%포인트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골조를 올리는 단계가 아니라, 건물을 허무는 단계에서 먼저 값이 뛰고 있다는 뜻입니다.
왜 하필 철거에서 오르나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금 전국에서 정비사업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으로 구역 지정 속도를 끌어올렸고, 정부는 지난 8월 13일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는 등 절차 단축안을 내놨습니다. 앞단이 빨라지면 이주·철거 물량은 시차를 두고 한꺼번에 몰립니다. 그런데 철거·해체는 숙련 인력이 짧은 기간에 늘어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석면 해체, 구조물 해체 감리, 산업폐기물 처리는 모두 자격과 경력이 필요한 일이고, 현장은 고령화가 진행 중입니다. 수요가 몰리면 값은 인건비부터 오릅니다.
여기에 자재비 흐름도 겹칩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집계로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1월 133.3, 2월 133.69, 3월 134.42를 거쳐 4월 136.88(잠정)까지 올라 7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중동발 공급망 불안이 원자재 단가를 밀어 올린 결과입니다. 즉 조합 입장에서는 인건비와 자재비가 동시에, 그것도 사업 초중반 단계에서 올라오고 있는 셈입니다.
철거비는 얼마나 되는 돈인가
체감이 어려우신 분들을 위해 규모를 짚겠습니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단가를 보면 구조물 해체만 놓고는 평당 8만~15만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석면 제거, 기계설비 해체, 산업폐기물 처리까지 포함하면 평당 25만~50만원까지 올라갑니다. 지상 연면적이 큰 노후 아파트 단지라면 총액이 수백억 원 단위가 됩니다.
문제는 이 돈의 성격입니다. 철거비는 총사업비에 들어가고, 총사업비가 늘면 조합원 분담금이 늘거나 일반분양가를 올려 메워야 합니다. 일반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와 시장 수용성이라는 천장이 있으니, 결국 압력의 상당 부분이 분담금 쪽으로 내려옵니다. "공사비 갈등"이라고 하면 보통 시공사와의 본공사비 협상을 떠올리지만, 그 앞 단계에서 이미 셈이 어긋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조합원이 지금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첫째, 철거비가 시공사 도급 범위에 포함돼 있는지입니다. 조합이 별도 발주하는 구조라면 인건비 상승분은 고스란히 조합 몫입니다. 도급에 포함돼 있어도 물가변동 조항이 어떻게 쓰여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한국경제가 7월 보도했듯, 공사비 특약을 갖춰도 분담금 증액은 상시 리스크로 남습니다.
둘째, 관리처분계획 총회 자료의 산정 시점입니다. 총사업비 추정치가 언제 기준 단가로 계산됐는지 확인하십시오. 2025년 단가로 짜인 계획이라면 지금 지수와 최소 한 자릿수 후반%의 간극이 있을 수 있습니다.
셋째, 이주 개시부터 철거 완료까지의 예상 일정입니다. 이주가 지연되면 철거 착수가 밀리고, 그사이 단가는 또 오릅니다. 이주비 대출 한도 규제로 이미 노량진1·3구역 같은 곳에서 이주가 막힌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이주 지연은 시간 문제가 아니라 비용 문제로 돌아옵니다.
정리하면
정부는 확정판결 효력을 갖춘 정비사업 전문 중재기구 신설을 검토하고 있고, 2030년까지 수도권 23만4000가구 착공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방향은 속도전입니다. 다만 속도가 붙을수록 이주·철거 구간의 병목과 단가 상승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13년이 걸리는 사업에서, 투자 판단의 기준은 "언제 새 아파트가 되느냐"만이 아닙니다. 그 13년 동안 얼마를 더 내야 하느냐입니다. 입주권 시세를 볼 때 프리미엄만이 아니라 추정 분담금의 산정 기준일을 함께 보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관련 법안은 다음 달과 연말에 발의될 예정이어서 현장 적용은 내년 이후가 될 전망입니다. 그전까지 비용은 계속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