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법정에 사람은 더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팔린 물건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지지옥션이 집계한 8월 3주(18~21일) 수도권 아파트 경매에서 평균 응찰자 수는 5.6명에서 6.5명으로 늘었지만, 낙찰률은 44.9%에서 34.0%로 10.9%포인트 떨어졌습니다. 같은 주 서울 성동구 용두동의 한 아파트는 감정가의 132.0%에 낙찰됐고, 인천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78.0%에 그쳤습니다. 같은 시장, 같은 주에 벌어진 일입니다.
사람은 늘고, 낙찰은 줄었다
숫자를 나란히 놓아 보겠습니다. 8월 3주 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03건으로 전주 236건보다 28.4% 늘었습니다. 여름 휴정기가 끝나면서 밀려 있던 사건이 한꺼번에 재개된 영향이 큽니다. 물건은 28% 늘었는데 낙찰률은 34.0%로 주저앉았고, 낙찰가율도 95.5%에서 89.8%로 5.7%포인트 내렸습니다.
보통 응찰자가 늘면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함께 오릅니다. 경쟁이 붙으니 유찰될 물건도 팔리고, 값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는 그 공식이 깨졌습니다. 응찰자만 늘고 나머지는 모두 내렸다는 건, 경쟁이 시장 전체가 아니라 일부 물건에만 몰렸다는 뜻입니다. 인기 물건 한 건에 열 명이 붙는 동안, 옆 사건은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은 셈입니다. 평균 응찰자 6.5명이라는 숫자는 그 쏠림을 평균값이 감춘 결과입니다.
132%가 나온 자리와 78%가 나온 자리
어디에 몰렸는지가 핵심입니다. 이번 주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한 곳은 서울 강남권이 아니었습니다. 용두동 신동아가 132.0%, 동작구 상도동 대림이 122.2%, 노원구 월계동 현대가 121.6%였습니다. 모두 서울 중저가 단지입니다.
반대편에는 인천이 있습니다. 인천 아파트 낙찰률은 전주 51.2%에서 23.6%로 27.6%포인트 급락했고, 낙찰가율은 78.0%였습니다. 네 건 중 세 건이 그냥 유찰됐다는 얘기입니다. 경기도 낙찰가율 87.3%로 8.4%포인트 내렸습니다. 서울은 98.6%로 100% 선을 내줬지만, 그래도 인천과는 20%포인트 넘는 격차가 남았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대출 규제로 자금 여력이 줄어든 실수요자들이 감당 가능한 총액의 서울 물건으로 몰렸고, 그 좁은 구간에서만 100%를 넘는 낙찰가가 나왔습니다. 나머지 지역·나머지 가격대는 응찰자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경매 시장이 뜨거운지 차가운지 묻는 질문 자체가 이제 성립하지 않습니다.
왜 중요한가 — 감정가의 시차
여기서 놓치기 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낙찰가율의 분모인 감정가는 낙찰일 시세가 아니라, 경매 개시 시점에 매겨진 값입니다. 통상 6개월에서 1년 이상 앞선 평가입니다. 서울 중저가 아파트값이 그사이 올랐다면, 132%라는 숫자가 곧 '시세보다 32% 비싸게 샀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대로 시세가 내린 지역이라면 90%대 낙찰도 결코 싼 게 아닙니다.
그래서 낙찰가율만 보고 판단하면 방향을 잃습니다. 실제로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해당 물건의 최근 실거래가입니다. 감정가가 아니라 같은 단지·같은 면적의 최근 3개월 실거래와 비교해야 합니다.
둘째, 유찰 횟수와 최저가입니다. 인천처럼 낙찰률이 20%대로 떨어진 곳은 다음 기일에 최저가가 한 단계 더 내려갑니다. 급할 이유가 없는 시장입니다.
셋째, 권리분석과 명도 비용입니다. 낙찰가율 78%짜리 물건이 남는 이유는 대개 값 때문만이 아닙니다. 선순위 임차인, 유치권 주장, 지분 경매 같은 사정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수해야 할 보증금이 있다면 실질 매입가는 낙찰가보다 훨씬 높아집니다.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하나
한 주 치 통계는 표본이 얇습니다. 8월 3주 낙찰률 급락에는 휴정기 이후 물건이 몰린 계절 요인도 섞여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수치를 추세로 단정하기보다, 9월 통계에서 두 가지를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하나는 진행 건수가 300건대에 계속 머무는지 여부입니다. 물량이 유지된다면 임의경매 증가가 구조적이라는 신호입니다. 다른 하나는 서울 낙찰가율이 100% 선을 회복하는지입니다. 회복한다면 중저가 쏠림이 이어지는 것이고, 90% 초반까지 밀린다면 경매 수요 자체가 식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경매 시장에서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선별입니다. 132%와 78%가 같은 주에 나오는 시장에서, 평균은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