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지지옥션이 내놓은 6월 경매동향보고서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기 어려운 숫자들을 담고 있습니다.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3701건. 전달 3204건보다 16% 늘었고, 2014년 3월(4063건) 이후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물량입니다. 상식적으로는 물건이 쏟아지면 값이 눌립니다. 그런데 같은 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1.7%로 3개월 연속 올랐고, 전용 60㎡ 이하 소형은 112.8%까지 뛰었습니다. 물량은 홍수인데, 값은 특정 칸에서만 오릅니다. 경매장 안에서 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중입니다.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두 지표를 구분해야 합니다. 낙찰률은 경매에 부쳐진 물건 중 몇 개가 팔렸는지, 낙찰가율은 팔린 물건이 감정가의 몇 %에 팔렸는지입니다. 6월 전국 낙찰률은 33.5%로 전달(34.3%)보다 떨어졌고, 낙찰가율도 87.3%에서 86.9%로 내렸습니다. 서울도 낙찰률은 40.0%에서 34.0%로 6.0%p나 빠졌습니다. 그런데 낙찰가율만 올랐습니다.
이 조합이 뜻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유찰되는 물건은 늘고, 팔리는 물건에는 사람이 몰린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 평균 응찰자는 5.9명에서 7.2명으로 늘었습니다. 물건 열 개 중 세 개만 주인을 찾고, 그 세 개에 일곱 명씩 붙는 시장. 물량이 많아진 것이 곧 기회가 많아진 것은 아닙니다.
대출규제가 응찰자의 '체급'을 갈랐습니다
왜 소형만 뜨거울까요. 지난해 6·27 대출규제 이후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조여졌고, DSR 규제도 촘촘해졌습니다. 경매로 낙찰받아도 잔금은 결국 대출로 치릅니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총액이 큰 물건일수록 자금 조달이 막힙니다.
숫자가 이를 증명합니다. 고가 아파트 구간에서는 낙찰가율이 125%에서 92%로 내려앉았고, 평균 응찰자도 12명에서 7명으로 줄었습니다. 반대로 15억 원 이하 중저가 구간에는 수요가 쌓입니다. 서울 성동구의 전용 65.4㎡ 아파트에는 33명이 몰려 감정가의 143.4%에 낙찰됐습니다. 경기 평택 고덕동 아파트는 36명이 응찰해 감정가의 108.7%인 8억8270만 원에 팔렸습니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경매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자기자본으로 감당 가능한 체급에만 사람이 붙는다는 뜻입니다. 규제가 가격을 누른 것이 아니라, 누가 입찰장에 들어올 수 있는지를 갈랐습니다.
지방은 한 방향이 아닙니다
수도권만 봐서는 절반만 보는 셈입니다. 경기는 진행건수가 21% 늘며 841건, 낙찰가율 88.3%로 소폭 내렸고, 인천은 78.2%에 그쳤습니다. 울산은 94.7%로 202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지만, 강원은 한 달 만에 16.3%p가 빠져 71.7%로 주저앉았습니다. 대구도 81.1%로 5.5%p 내렸습니다. '지방 경매'라는 하나의 시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첫째, 감정가의 시점입니다. 낙찰가율 112.8%라는 숫자는 분모인 감정가가 언제 매겨졌는지를 모르면 의미가 없습니다. 감정평가는 통상 입찰일보다 6개월에서 1년 앞서 이뤄집니다. 그 사이 시세가 올랐다면 112%는 과열이 아니라 시세 추격일 뿐입니다. 반대로 시세가 정체된 지역의 100% 초과 낙찰은 진짜 고가 낙찰입니다. 낙찰가율이 아니라 낙찰가와 인근 실거래가를 비교하십시오.
둘째, 잔금 대출 가능액을 입찰 전에 확정하는 일입니다. 경락잔금대출도 DSR을 적용받습니다. 낙찰받고 대출이 모자라 잔금을 못 내면 입찰보증금(통상 최저매각가의 10%)을 날립니다. 응찰자가 줄어든 고가 구간은 겉보기에 경쟁이 헐거워 보이지만, 그 헐거움의 이유가 곧 내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셋째, 유찰 이력과 권리관계입니다. 물량이 12년 만에 최다라는 것은, 뒤집어 말해 감당 못 한 물건이 그만큼 쌓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낙찰률 33.5%는 나머지 3분의 2가 왜 안 팔렸는지를 묻습니다. 값이 비싸서일 수도, 인수해야 할 권리가 남아 있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를 읽지 않은 채 응찰자 수만 보고 뛰어드는 것은, 남들이 왜 물러섰는지 모른 채 앞줄에 서는 일입니다.
경매장의 열기는 지금 균일하지 않습니다. 어떤 칸은 33명이 다투고, 어떤 칸은 두 번을 유찰됩니다. 물량이 늘었다는 뉴스보다,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칸이 어디인지를 먼저 세어보실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