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을 두고 오래 통하던 공식이 있습니다. "강남이 먼저 오르고 강북은 따라간다"는 것이죠. 올해는 이 순서가 숫자로 뒤집혔습니다. KB부동산의 9월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강북 14개구가 124.9, 강남 11개구가 108.9였습니다. 차이는 16.0포인트로, 2013년 4월 집계를 시작한 뒤 가장 큽니다. 실제 가격도 같은 방향입니다. 올해 1~9월 강북권 아파트값은 11.9% 올라 강남권(8.9%)을 앞섰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강남 9.3%, 강북 3.8%였습니다. 이 숫자가 "이제 강북 차례"라는 신호인지, 차분히 나눠 보겠습니다.
격차가 벌어진 건 강남이 더 빨리 식어서입니다
전망지수는 중개업소에 3개월 뒤 가격을 묻는 조사입니다. 100을 넘으면 오를 거라는 응답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6월부터 9월까지 강북 지수도 4.52포인트 내렸습니다. 다만 강남은 12.9포인트로 훨씬 크게 내렸습니다. 격차는 6월 7.7포인트에서 7월 9.8, 8월 13.8, 9월 16.0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강북 기대가 더 달아올라서가 아니라, 강남 기대가 더 빠르게 식으면서 생긴 격차입니다.
주간 시세도 이 흐름과 맞습니다. 한국부동산원 10월 둘째 주(12일 기준) 조사에서 서울은 0.16% 올랐습니다. 강북 14개구는 0.31% 오른 반면 강남구(-0.35%), 서초구(-0.27%), 송파구(-0.21%)는 내렸습니다. 중랑(0.42%), 성북(0.41%), 서대문(0.40%), 도봉(0.39%), 노원(0.37%)이 상승률 상위에 올랐습니다. KB 기준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상위 20% 평균가 ÷ 하위 20% 평균가)은 9월 6.28배로, 8개월 연속 낮아졌습니다.
강북을 받치는 건 기대보다 전세 부족입니다
강북 상승이 투자 열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시기 전세시장 지표가 더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KB주택시장 리뷰 10월호에 따르면 전세수급지수는 120.7입니다. 2020년 임대차3법 시행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전세를 구하는 사람에 비해 집이 모자란다는 뜻입니다. 9월 서울 전셋값은 한 달 새 0.64% 올랐습니다.
물량도 줄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 전세계약은 10월 18일까지 3만9881건입니다. 2023년 같은 기간 7만6463건, 2024년 7만3192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서울 전세 매물도 20일 기준 2만680건으로 지난해 말보다 11.1% 줄었습니다.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고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늘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자체가 줄어든 것입니다.
전세를 못 구하고 월세 부담이 커지자 중저가 아파트를 사는 쪽으로 돌아선 실수요가 강북 가격을 받치고 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한 전문가는 이를 '생존매수'라고 불렀습니다. 기대가 아니라 떠밀린 매수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보면 강북 지수 124.9는 과열보다는 압박에 가까운 숫자일 수 있습니다.
무엇을 봐야 할까요
첫째, 내일(22일) 금통위입니다. 기준금리는 8월에 3.00%로 올랐고,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월 4.66%로 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습니다. 중저가 실수요는 대출 의존도가 높아 금리에 가장 민감합니다. 강북 매수세가 이어질지는 금리 경로에 달려 있습니다.
둘째, 연말 토지거래허가구역 만료입니다. 연장 여부에 따라 전세 매물이 다시 나올지, 더 줄어들지가 갈립니다. 전세 공급이 풀리면 강북을 받치던 '떠밀린 매수'의 동력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셋째, 강북 안에서도 단지마다 다릅니다. 지역 평균 상승률은 역세권 대단지가 끌어올린 경우가 많습니다. 관심 단지의 실거래와 전세 매물 수를 따로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경매로 강북 중저가 물건을 보신다면, 시세가 빠르게 바뀌는 구간인 만큼 감정가가 언제 산정됐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정리하면, 강북이 강남을 앞선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기대는 식는 중이고, 강북을 받치는 힘은 전세 부족이라는 구조적 압박입니다. "강북이 뜬다"보다는 "전세가 사라지자 실수요가 밀려났다"로 읽는 편이 지금 숫자에 더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