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영통구에서는 아파트가 경매에 나오면 감정가보다 14% 비싸게 팔렸습니다. 같은 달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감정가의 71% 선에서 팔렸습니다. 지지옥션 9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수원 영통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114.0%, 인천 미추홀구는 71.1%였습니다. 같은 수도권 경매인데 두 지역의 차이는 43%포인트에 가깝습니다. "수도권 경매가 뜨겁다", "식었다"처럼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평균에 가려진 지역별 차이와, 입찰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짚어 봅니다.
평균은 내려갔는데, 경기 남부는 올랐다
먼저 평균입니다. 9월 경기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88.8%로 전월보다 1.0%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서울도 94.7%로 지난해 2월(91.8%)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숫자만 보면 시장이 식은 것처럼 보입니다.
지역을 나눠 보면 다릅니다. 경기 주요 지역 가운데 안양 동안구가 115.7%로 가장 높았고, 수원 영통구 114.0%, 광명 113.1%, 용인 수지구 111.9%, 성남 분당구 109.7%가 뒤를 이었습니다. 이른바 경기 남부 핵심지 다섯 곳이 모두 감정가를 넘겼습니다. 수원 영통구는 올해 1월 92.4%였다가 아홉 달 만에 21%포인트 넘게 올라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경기 평균을 끌어내린 것은 평택·김포·고양 같은 외곽 지역입니다. 인천은 81.1%로 80%대를 겨우 회복했고, 그 안에서도 연수구는 86.3%, 계양구는 73.9%, 미추홀구는 71.1%로 차이가 컸습니다. 서울 평균이 내려간 이유도 비슷합니다. 지지옥션은 성수동 트리마제와 여의도 삼부아파트 같은 초고가·대형 물건이 감정가의 70%대에 낙찰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강북구(109.6%)와 노원구(107.4%), 구로구(106.3%)는 100%를 넘었습니다.
정리하면 수도권 경매는 지금 세 갈래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시세가 오르는 중저가 핵심지는 감정가를 넘겨 낙찰되고, 초고가는 보유 부담 우려로 유찰을 기다리며, 외곽은 여러 번 유찰된 뒤에야 팔립니다.
왜 경기 남부로 몰리나
가장 큰 이유는 감정가와 시세 사이의 시차입니다. 경매 감정가는 보통 입찰 몇 달 전, 길게는 1년 넘게 전에 매겨집니다. 그 사이 시세가 오른 지역에서는 감정가의 110%를 써도 시세보다 싼 경우가 생깁니다.
한국경제가 소개한 사례가 그렇습니다. 수원 영통 '진흥' 전용 59㎡는 감정가 3억9200만 원의 128%인 5억111만 원에 낙찰됐는데, 최근 매매가는 5억6000만 원이었습니다. 낙찰가율 128%는 과열처럼 보이지만, 시세와 비교하면 약 6000만 원 싸게 산 셈입니다. 안양 동안 '힐스테이트 인덕원역 베르텍스' 전용 84㎡는 감정가 12억 원의 118%인 14억1300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지난 8월 신고가(14억1000만 원)와 거의 같은 값입니다. 이쪽은 할인이 거의 없었습니다. 같은 110%대 낙찰가율이라도 실제 손익은 이렇게 다릅니다.
제도 요인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10·15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였는데, 법원경매로 취득하면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일반 매매로는 실거주 요건을 맞춰야 하는 지역을 경매로는 비교적 자유롭게 살 수 있어 수요가 몰린다는 해석이 꾸준히 나옵니다. 다만 대출 규제는 경매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규제지역 지정 현황은 바뀔 수 있으니 입찰 전에 해당 지역의 현재 지정 상태를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10월 둘째 주, 물건이 늘었다
10월 들어서도 흐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지옥션의 10월 둘째 주 동향을 보면 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76건으로 전주(249건)보다 약 51% 늘었습니다. 낙찰률은 38.6%로 3.6%포인트 내렸고, 평균 응찰자도 6.0명에서 5.3명으로 줄었습니다. 물건이 늘면서 경쟁이 조금 분산된 모습입니다.
지역별 차이는 여전합니다. 서울 낙찰가율은 101.2%로 2주 연속 100%를 넘었고, 낙찰 물건의 절반은 유찰 없이 첫 회차에 팔렸습니다. 경기는 88.0%, 인천은 80.3%였습니다. 인천 부평구와 미추홀구에서는 여러 번 유찰된 아파트가 감정가의 40~60%에 매각됐습니다. 같은 주 같은 수도권에서 첫 회차에 감정가를 넘겨 팔리는 물건과 반값 근처까지 내려가는 물건이 함께 나온 것입니다.
입찰 전에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낙찰가율 대신 '시세 대비 낙찰가'를 계산하십시오. 감정 시점이 오래됐고 그 사이 값이 오른 지역일수록 낙찰가율은 부풀려 보입니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최근 3개월 실거래가와 비교해야 실제로 얼마나 싸게 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앞의 인덕원 사례처럼 낙찰가율 118%가 사실상 시세와 같은 값일 수도 있습니다.
둘째, 부대비용을 더한 '총비용'으로 비교하십시오. 취득세, 명도 비용, 밀린 관리비, 수리비를 더하면 시세와의 차이는 금방 줄어듭니다. 시세가 빠르게 오르는 지역에서는 시세보다 싸다는 여유분이 1000만~2000만 원에 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정도면 낙찰 뒤 잔금과 명도 과정에서 생기는 위험을 감수할 만한지 따져 봐야 합니다.
셋째, 외곽의 낮은 낙찰가율은 '싸다'는 뜻이 아닐 수 있습니다. 미추홀구 71.1%, 계양구 73.9%는 매수 대기자가 그만큼 적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유찰이 거듭된 물건은 권리관계나 점유 문제, 낮은 환금성 같은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낮은 가격에 산 뒤 나중에 팔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까지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평균 낙찰가율은 시장의 온도를 대략 보여 줄 뿐입니다. 실제 입찰 판단은 그 지역, 그 단지, 그 물건 단위의 숫자로 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