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월 29일 서울·경기·인천 46곳에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7월 30일, 국토교통부는 그 예정지가 아니라 예정지 '옆'에서 벌어진 거래를 들여다본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1072건을 조사해 346건을 위법 의심 거래로 분류했습니다. 세 건 중 한 건꼴입니다. 개발 발표가 나면 땅값이 움직인다는 건 새로울 게 없지만, 이번 숫자가 알려주는 건 값이 아니라 거래의 방식입니다.
1072건을 열었더니, 셋 중 하나
조사 대상 지역은 서울 노원·용산·동대문·은평·강서·금천구, 경기 과천·성남 수정구·광명·하남·남양주·고양시 일대입니다. 모두 1·29 대책에 담긴 국공유지·노후청사 복합개발 후보지 주변입니다. 국토부는 이 일대에서 최근 약 5년간 이뤄진 거래 1072건을 훑었고, 346건에서 총 457건의 위법 의심 행위를 찾아냈습니다. 한 건의 거래에 두세 가지 문제가 겹쳐 있었다는 뜻입니다.
먼저 짚고 갈 점이 있습니다. 이 346건은 '적발 확정'이 아니라 '위법 의심'입니다. 국토부가 자체 판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국세청·금융위원회·경찰청·지방자치단체에 넘겨 각 기관이 세금 추징이나 과태료 부과 여부를 다시 판단합니다. 다만 통보 자체가 세무조사나 대출 회수 검토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에, 당사자 입장에서는 결코 가벼운 절차가 아닙니다.
거짓신고 249건이 말하는 것
유형별로 보면 계약일·가격 거짓신고가 249건으로 압도적입니다. 이어 특수관계인 차입금 과다 178건, 대출금 용도 외 유용 16건,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이 14건이었습니다.
사례를 보면 구조가 선명해집니다. 서울 강서구에서는 한 법인이 토지와 단독주택 19건을 222억5000만원어치 사들이면서 거래대금 관련 증빙을 한 건도 내지 않았습니다. 그중 10건은 계약금을 실제로 지급한 날과 신고서에 적힌 계약일이 서로 달랐습니다. 경기 성남에서는 임차인에게 준 명도비 4억원을 거래가격에서 빼고 신고했습니다. 서울 용산에서는 법인이 27억원짜리 단독주택을 사면서 대표이사에게 8억원을 잠시 빌려 잔금을 치른 뒤, 기업 운영자금으로 쓰라고 받은 운전자금 대출 8억원으로 그 차입금을 갚았습니다.
여기서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눈여겨볼 대목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계약일입니다. 계약금이 오간 날과 신고서상 계약일이 다르면 그 자체로 거짓신고에 해당하고, 부동산거래신고법상 취득가액의 10% 이하 과태료가 붙을 수 있습니다. 규제지역 지정일이나 세제 개편 시행일 직전에 계약일을 앞당겨 적는 관행이 여기에 걸립니다.
다른 하나는 명도비입니다. 경매 낙찰이나 정비구역 내 매수처럼 점유자를 내보내야 하는 거래에서 명도비를 매도인이 부담하기로 하고 그만큼을 거래가격에서 빼 신고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국토부는 이를 가격 거짓신고로 봅니다. 실질적으로 매수인이 부담한 금액이라면 취득가액에 포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는 나중에 양도할 때 취득가액을 낮게 신고해 둔 셈이 되어 양도세 부담으로 되돌아오기도 합니다.
특수관계인 차입금 과다 178건도 흔한 함정입니다. 부모나 형제에게 빌린 돈이라고 자금조달계획서에 적었지만 차용증·이자 지급·상환 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세청은 증여로 봅니다.
다음 조사 대상은 이미 예고됐습니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에서 그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윤근 토지정책관은 기획조사를 계속 추진하고 위법 거래 확인 시 관계기관과 함께 엄정 조치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대상으로 지목된 곳은 6월 말 규제지역으로 새로 묶인 경기 구리시, 용인 기흥구, 화성 동탄, 그리고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예정지 일대입니다.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개발 계획이나 규제지역 지정이 발표되면 그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앞뒤 거래가 통째로 조사 대상이 됩니다. 지금 이 지역에서 매수를 검토 중이라면, 시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자금조달계획서를 그대로 증빙할 수 있는가입니다. 계약일은 계약금 이체 내역과 일치해야 하고, 가족에게 빌린 돈은 차용증과 이자 이체 기록이 있어야 하며, 명도비·중개보수 같은 부수 비용은 실제 흐름대로 적어야 합니다.
조사는 계약 시점이 아니라 몇 년 뒤에 옵니다. 이번에 통보된 거래 중 상당수도 2021년에 이뤄진 것들입니다. 지금 편하게 처리한 서류가 몇 년 뒤 과태료와 세무조사의 근거가 된다는 점, 그것이 이번 346건이 남긴 가장 실용적인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