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86주째 오르면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긴 상승 기록을 세웠습니다. 다만 기록을 세운 주의 상승률은 0.09%로, 반년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같은 시기 기준금리는 두 달 연속 올라 연 3.00%가 됐고, 한국은행 금통위원들이 찍은 점도표는 그보다 위를 가리킵니다. 10월 22일 금통위를 앞두고 지금 숫자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리했습니다.
기록은 세웠고, 속도는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09% 올랐습니다. 지난해 2월 첫째 주부터 86주 연속 상승으로, 2020년 6월~2022년 1월에 이어진 85주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상승의 크기도 다릅니다. 이번 86주 동안 누적 상승률은 17.6%로, 직전 85주(7.7%)의 두 배가 넘습니다.
하지만 주간 상승률만 보면 흐름이 꺾였습니다. 바로 전주 0.13%에서 0.09%로 줄었고, 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있던 3월 넷째 주(0.06%)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지역별로는 강남·서초·송파구가 4주 연속 함께 내렸고, 이 가운데 강남·서초는 8주째 하락했습니다. 용산구도 하락으로 돌아섰습니다. 반대로 서대문(0.41%), 동대문·성북(각 0.36%), 노원(0.34%) 등 외곽 중저가 지역이 상승을 이끌고 있습니다.
거래는 더 일찍 식었습니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3466건으로 7월(5465건)보다 36.6% 줄었고, 월 8000건을 넘기던 4~5월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앞으로의 거래를 미리 보여주는 토지거래허가 신청도 4월 1만165건에서 8월 3547건으로 줄었으며, 9월에도 3853건에 머물렀습니다.
왜 금리가 다음 변수인가
한국은행은 7월(2.50%→2.75%)과 8월(→3.00%)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8월 점도표를 보면 연 3.25%에 찍힌 점이 10개로 가장 많았고, 3.50%가 6개, 현 수준인 3.00%가 5개였습니다. 금통위원 상당수가 추가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입니다. 올해 남은 회의는 10월 22일과 11월 26일 두 번이고, 두 번 모두 0.25%포인트씩 올리면 연말 기준금리는 3.50%가 됩니다. 202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두 달 연속 올린 만큼 10월에는 일단 효과를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립니다. 파이낸셜뉴스가 의견을 물은 전문가 5명은 모두 연말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내년 입주 물량 감소와 전월세난이 매매 수요를 밀어 올린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금리가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판단이 갈렸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더 오르면 "시장도 주춤할 수 있다"고 봤고,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책자금을 쓰는 실수요층이 많아 금리 영향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금리를 "모든 자산가격을 끌어내리는 중력"에 비유했습니다.
전세가 매매를 받치고 있다
금리 부담에도 값이 버티는 가장 큰 이유는 전세입니다. 9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6% 올라 매매(0.09%)보다 상승 폭이 컸습니다. 올해 누적 상승률도 전세 8.18%, 매매 8.19%로 거의 같아졌습니다. 4분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약 2만 가구로 1년 전보다 절반가량 줄어, 전세 공급이 단기간에 늘어날 가능성은 낮습니다. 전셋값이 오르면 세입자 일부는 매수로 돌아서고, 이 수요가 대출 한도 안에서 살 수 있는 외곽 중저가 아파트에 몰리는 구조입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권의 상대적 약세와 중저가 지역의 상대적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금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10월 22일 금통위 결과와 그 뒤의 신호입니다.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다음 결정은 11월 26일입니다.
둘째, 주간 상승률이 0.1% 아래에 자리 잡는지입니다. 87주, 88주로 기록이 이어지는지보다 상승 폭이 계속 줄어드는지가 더 의미 있는 신호입니다.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4000건 아래에 머무는 동안에는 거래가 쉽게 살아나기 어렵습니다.
셋째, 변동금리 대출의 여유를 다시 계산해 두셔야 합니다. 기준금리가 3.50%까지 오르는 경우를 가정해 월 상환액을 따져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갭투자라면 전셋값 상승에 기대는 구조여서 전세 흐름이 꺾이면 부담이 한꺼번에 커집니다.
넷째, 경매 투자자라면 시차를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물건이 몇 달 뒤 법원에 나옵니다. 외곽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 지금은 낙찰가율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강남권처럼 이미 약세로 돌아선 지역은 감정가와 현재 시세의 차이부터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86주라는 기록은 지난 일입니다. 앞으로를 판단하려면 0.09%라는 오름폭과 3.00%라는 기준금리가 이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지켜보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