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국민이 해외 부동산을 사기 위해 밖으로 부친 돈은 약 8,800억 원. 7년 만에 최대이고, 불과 2년 만에 61%가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 돈이 향하던 목적지 한쪽에서,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지던 공식 하나가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현지 집을 사면 그 나라에 살 권리를 준다"는, 이른바 골든비자입니다. 사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사면 딸려오던 '거주권'은 유럽에서 하나둘 문을 닫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폐지, 포르투갈은 부동산을 뺐다
가장 상징적인 건 스페인입니다. 2013년부터 50만 유로 이상 집을 사면 체류 자격을 주던 제도를, 스페인은 2025년 4월 3일부로 완전히 폐지했습니다. 명분은 분명했습니다. 외국 자금이 대도시 집값을 밀어 올려 정작 자국민이 살 곳을 잃는다는 것. 투자이민의 '부동산 통로'가 주거난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제도 자체가 사라진 셈입니다.
포르투갈은 한발 앞서 움직였습니다. 2023년 10월 '주거 개혁법(Mais Habitação)'으로 골든비자에서 부동산 취득 항목을 아예 삭제했습니다. 제도는 남았지만, 이제 집이 아니라 50만 유로 규모의 승인 펀드 등에 투자해야 자격이 주어집니다. 리스본·포르투 집값을 잡겠다는 목적이 앞섰습니다.
그리스도 문턱을 크게 높였습니다. 오랫동안 25만 유로로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축이던 기준을, 2024년 9월부터 아테네·테살로니키 등 인기 지역은 80만 유로, 그 외 지역은 40만 유로로 끌어올렸습니다. 사실상 '싼값에 유럽 거주권'을 노리던 수요를 걸러내겠다는 신호입니다.
왜 지금, 왜 하나같이
흐름은 우연이 아닙니다. 세 나라 모두 이유가 같습니다. 관광·투자 수요가 몰리는 도시에서 외국 자금이 주택 가격을 자극하자, 유권자의 불만이 정치를 움직였습니다. '부동산을 매개로 한 이민'이 집값 상승의 공범으로 지목된 것이죠. 그 결과 유럽의 투자이민은 부동산에서 펀드·채권·창업 같은 금융·산업 투자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습니다. 반대로 이탈리아는 정부 채권 200만 유로, 회사 투자 50만 유로 등 애초에 부동산이 아닌 통로를 유지하며 대안으로 부상하는 중입니다.
실수요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집=비자'라는 등식을 지우십시오. 몇 해 전 자료나 이민 컨설팅 광고를 그대로 믿고 유럽 부동산을 알아본다면 헛걸음일 수 있습니다. 나라별로 통로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둘째, 거주권과 소유권은 별개입니다. 골든비자가 닫혔다고 외국인이 집을 못 사는 건 아닙니다. 다만 '사면 살 권리가 따라온다'던 부가가치가 사라졌으니, 순수하게 자산·임대수익 관점에서 셈을 다시 해야 합니다.
셋째, 국내 신고 의무를 잊지 마십시오.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면 외국환은행이나 한국은행 신고 대상이고, 보유·처분 단계마다 국세청 신고가 따라붙습니다. 최근 당국이 '해외 자금'을 들여다보는 강도가 세지는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기록적으로 불어난 해외 부동산 송금은, 뒤집어 보면 국내에서 답을 찾지 못한 돈의 규모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돈이 노리던 '거주권'이라는 열매는, 정작 유럽에서 먼저 시들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몇 년 전 성공담이 아니라, 바뀐 규칙을 정확히 읽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