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간 우리 보유세의 문장은 늘 같은 주어로 시작했습니다. "몇 채를 가지고 있는가." 3주택 이상이면 최고 5.0%의 중과세율, 2주택이면 그 아래. 주택 수가 곧 세율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8월 초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서 이 주어를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물어볼 것은 "얼마짜리를 가지고 있는가"입니다.
3개의 그룹으로 나눠 앉힌다
정부가 검토 중인 구조는 납세자를 세 덩어리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첫째, 기본공제 이하 구간은 지금처럼 종부세를 내지 않습니다. 둘째, 중간 구간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만 올립니다. 셋째, '초고가' 구간은 과세 강도를 확실히 높입니다.
관건은 세 번째 선을 어디에 긋느냐입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초고가 기준을 두고 "30억원 이상부터 50억원 이상까지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뜻이고, 동시에 논의의 사정권이 시가 30억원 언저리에서 시작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반대편 선, 즉 기본공제도 손봅니다. 현행 1세대 1주택 12억원·다주택 9억원인 공제액을 그동안의 가격 상승을 반영해 일부 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를 곱하는 방식이 유지되는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이 비율은 2021년 95%까지 올라갔던 전력이 있어, 세율을 건드리지 않고도 세 부담을 조절하는 '조용한 손잡이'로 늘 거론돼 왔습니다.
정리하면 아래는 넓히고 위는 조이는 그림입니다. 일반적인 1주택 실거주자는 지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가벼워지고, 이른바 '똘똘한 한 채'의 최상단은 무거워집니다.
양도세는 '얼마나 오래'에서 '얼마나 살았나'로
같은 개편안에서 양도소득세도 방향을 틀 전망입니다. 현재 1세대 1주택자는 12억원 초과분을 양도할 때 보유기간으로 최대 40%, 거주기간으로 최대 40%, 합쳐서 최대 80%를 장기보유특별공제로 받습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보유기간 기준 공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실제 거주기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안이 거론됩니다. 오래 들고만 있었던 것에 주는 혜택이 '똘똘한 한 채' 선호를 키운다는 문제의식입니다.
동시에 퇴로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올해 5월 9일로 약 4년 만에 종료됐습니다. 지금은 기본세율(6~45%)에 2주택 +20%p, 3주택 이상 +30%p가 붙고 지방소득세까지 더하면 최고 실효세율이 82.5%에 이릅니다. 정부는 이 중과 유예를 내년 종부세 과세기준일(6월 1일) 전까지 한시적으로 되살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보유세는 올리되, 팔 사람은 그전에 팔고 나가라는 신호입니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임대기간이 끝난 뒤에도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 혜택이 이어지면서 매물 잠김이 심해진다는 지적이 국세청 쪽에서 나왔습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지금 봐야 할 것
첫째, 날짜입니다. 세법 개정안은 8월 초 발표되고,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 소유자를 기준으로 과세됩니다. 만약 중과 유예가 한시 재도입된다면 그 창은 사실상 내년 5월 말까지입니다. 처분을 고민 중인 다주택자에게 이 구간은 짧고 분명한 시간표입니다.
둘째, '채수'로 짜둔 절세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방 저가 주택을 여러 채 쥐고 있던 쪽은 합산가액 기준에서 오히려 부담이 줄 수 있고, 반대로 강남권 한 채로 압축해둔 쪽은 지금까지의 유불리가 뒤집힐 수 있습니다. 경매로 낙찰받은 물건이나 재개발 입주권을 어떤 명의에 얹을지 설계 중이라면, 확정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결론을 서두르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거주 요건의 무게입니다. 양도세 공제가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되면 '전세 끼고 사둔 뒤 오래 버티는' 전략의 세후 수익률이 눈에 띄게 낮아집니다. 정비사업 구역의 노후 주택처럼 실제 거주가 어려운 물건일수록 이 변화의 영향을 직접 받습니다.
다만 강조해둘 것이 있습니다. 오늘까지 나온 것은 모두 검토안이고, 초고가 기준선도 공제액 인상 폭도 확정된 수치가 없습니다. 정부는 아직 시뮬레이션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7월 27일 국무총리 주재 국민 대토론회까지 열린 만큼 발표 직전까지 조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방향 자체는 이미 여러 경로에서 반복 확인됐습니다. 몇 채인지가 아니라 얼마인지, 그리고 소유했는지가 아니라 살았는지. 8월 초 개정안은 이 두 문장이 실제 숫자로 옮겨지는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