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몇 년째 반복돼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체감이 아니라 통계로 확인됐습니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기준 전국 임차가구 중 전세 비중은 2017년 69.7%에서 2024년 61.9%로 7.8%포인트 낮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월세 비중은 30.3%에서 38.1%로 정확히 그만큼 올라갔습니다. 가구 수로 보면 전세는 406만855가구에서 371만1972가구로 34만8883가구가 사라졌고, 월세는 177만2269가구에서 229만29가구로 51만7760가구가 늘었습니다. 임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7년에 걸쳐 한 방향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매물에서 먼저 신호가 나왔다
흐름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은 매물 장부입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로 8월 초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803건이었습니다. 2년 전 2만6599건에서 21.8% 줄었습니다. 반대로 월세 매물은 1만4547건에서 1만7553건으로 20.7% 늘었습니다. 전월세 매물을 합친 값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35.4%에서 45.8%로 10.4%포인트 뛰었습니다.
거래에서도 같은 그림이 보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올해 1월 1만2374건에서 6월 8045건으로 약 35% 줄었고, 6월 월세 거래량은 9830건으로 전세를 1785건 앞섰습니다. 월세가 전세를 넘어선 달이 3월부터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일시적 역전이 아니라 흐름이라는 뜻입니다.
가격은 4년 만에 가장 빠르다
물량 구조가 바뀌면 가격이 따라옵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에서 서울 집세는 7월에 1년 전보다 1.7% 올랐습니다. 2022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올해 흐름을 보면 1~3월 1.3%, 4~5월 1.4%, 6월 1.5%, 7월 1.7%로 매달 조금씩 가팔라졌습니다. 전국 평균이 1.1%인 것과 비교하면 서울의 압력이 뚜렷합니다. 항목별로는 월세가 1.8%로 전세 1.6%보다 높았습니다.
절대 금액도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9만원으로 2021년 12월 125만원 대비 34만원 올랐습니다. 경기(97만→115만원)와 인천(85만→102만원)도 같은 방향입니다. 서울 평균 전세보증금은 6억2000만원 선으로 2021년 고점에 근접했습니다.
배경에는 수급 불균형이 있습니다. 최근 8년간 서울 가구 수는 약 37만가구 늘었는데 주택 수 증가는 약 27만가구에 그쳤습니다. 10만가구의 격차가 임대차 시장에 그대로 쌓인 셈입니다.
세제개편이 방향을 굳힐 변수다
여기에 정책 변수가 얹혔습니다. 세제개편안은 실거주자의 종합부동산세 공제액을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넓히는 대신 비거주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키우는 구조입니다. 다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거주 요건 중심으로 손질됩니다. 서울의 비거주 1주택은 83만1000호로 개인 소유 주택의 30%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이 물량 중 일부라도 실거주로 전환되면 임대차 시장에 나오던 매물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정부는 월세 세액공제 한도를 연 10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늘렸습니다. 다만 월세 상승 속도를 감안하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세입자라면 재계약 시점을 앞당겨 검토하는 편이 낫습니다. 전세 매물이 21.8% 줄어든 시장에서는 만기 직전 협상력이 약해집니다. 전세에서 월세로 옮길 때는 전환율을 직접 계산해 대출 이자와 비교해야 합니다. 보증금이 커질수록 두 방식의 실부담 차이가 벌어집니다.
투자자라면 전세가율 반등 자체를 매수 신호로 읽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지금의 전세가 상승은 매매 수요가 살아나서가 아니라 전세 공급이 줄어 생긴 것입니다. 게다가 갭투자를 막는 대출·허가 규제가 함께 작동하고 있어 전세보증금을 지렛대로 쓰는 전략의 여지가 좁습니다.
확인할 지표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45.8%를 넘어 계속 오르는지. 둘째, 소비자물가 서울 집세 상승률이 1.7%에서 더 가팔라지는지. 셋째, 세제개편 시행 이후 실거주 전환 물량이 실제로 매물 감소로 나타나는지입니다. 이 세 숫자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면 월세화는 추세로 굳어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