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이야기는 늘 '오늘의 가격'에서 시작하지만, 정작 방향을 정하는 것은 2~3년 뒤의 입주 물량입니다. 그리고 그 미래의 물량은 이미 지금, 통계 안에 예약되어 있습니다. 2026년 상반기 서울의 착공·입주 숫자가 그 예약표를 보여줍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서울의 공급 시계는 지금 뒤로 감기고 있습니다.
숫자가 먼저 말합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착공은 6,61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3% 줄었습니다. 입주 물량은 더 극적입니다. 올해 누적 서울 입주는 지난해 대비 40% 넘게 감소했고, 5월 한 달만 보면 지난해의 절반 수준(약 43% 감소)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인허가는 1~5월 누계 1만9,052가구로 전년과 거의 같았지만(-1.4%), 5월에만 6,292가구가 몰리며 반등한 '단발성' 성격이 강합니다.
여기서 세 숫자의 위치가 중요합니다. 인허가 → 착공 → 입주 순서로 흐르는데, 입주까지는 보통 2~3년이 걸립니다. 즉 오늘의 입주 절벽은 재작년의 착공 부진이 도착한 결과이고, 올해의 착공 감소는 2028~2029년 입주로 청구서가 넘어갑니다. 인허가가 한 달 반짝 늘어도 안심하기 이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왜 분양이 아니라 착공을 봐야 하나
7월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약 3만7,000가구로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무게중심입니다. 물량이 경기권에 쏠리는 사이 서울·인천은 '공급 가뭄'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비어 있습니다. 분양 공고는 마케팅의 출발점일 뿐, 실제 몸을 누일 집이 되려면 착공과 준공을 통과해야 합니다.
분양은 계획이고, 착공은 약속이며, 입주는 현실입니다. 분양 물량이 많아 보여도 착공이 뒤따르지 않으면 3년 뒤 입주장은 오지 않습니다. 서울처럼 재건축·재개발 비중이 높은 도시는 이 시차가 더 깁니다. 조합·인허가·이주·철거 단계마다 시간이 붙어, 인허가 반등이 실입주로 바뀌는 데 예상보다 오래 걸립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것
시장에서는 서울 입주 물량이 내년(2027년)에도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고, 최소 2027년까지 공급 부족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을 크게 봅니다. 가격의 1차 변곡점은 2028년 전후, 실제 하락 압력 구간은 그 이후로 늦춰 잡는 시각이 많습니다. 다만 이는 전망이지 약속이 아닙니다. 금리·대출 규제·경기가 언제든 수요를 눌러 시나리오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달 확인할 지표를 좁혀 두시길 권합니다. 첫째, 국토부·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착공 통계 — 미래 입주의 선행지표입니다. 둘째, 내가 관심 둔 자치구의 입주 예정 물량 — 서울 전체가 아니라 '내 동네' 캘린더가 전세·매매를 좌우합니다. 셋째, 전세가율 — 입주가 마르면 전세부터 조여, 매매를 밀어올리는 경로가 열립니다.
공급은 하루아침에 늘지 않고, 줄어든 착공은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오늘의 호가에 흔들리기보다, 3년 뒤의 물량이 이미 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계산에 넣으시길 바랍니다. 착공 숫자를 세는 습관 하나가, 서두를 때와 기다릴 때를 가르는 나침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