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서울에서 신고된 아파트 매매 가운데 15억원 이하가 2904건, 전체의 83.1%였습니다. 6월의 76.4%에서 한 달 만에 6.7%포인트가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15억~25억원 구간은 12.4%로 4.2%포인트, 25억~50억원 구간은 3.9%로 2.5%포인트 줄었고, 50억원 초과는 0.5%로 전월의 절반 수준이 됐습니다. 거래량 자체가 줄어든 것은 이미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번 수치가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줄어드는 방식이 가격대마다 달랐다는 점입니다.
대출 한도가 그은 선
이 경계선은 시장이 스스로 그은 것이 아닙니다. 2025년 6월 28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은 소득이나 담보 가치와 무관하게 최대 6억원으로 묶였습니다. 이어 같은 해 10월 16일부터는 가격대별로 한도가 다시 쪼개졌습니다. 15억원 이하는 6억원을 유지하지만, 15억~25억원은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이자 토지거래허가구역이어서 LTV도 40%가 적용됩니다.
숫자로 옮겨보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14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필요한 자기자금은 대출을 최대로 써도 8억원입니다. 20억원짜리는 16억원, 30억원짜리는 28억원이 필요합니다. 집값은 두 배가 조금 넘게 뛰는데 필요한 현금은 세 배 이상으로 벌어집니다. 대출을 지렛대로 쓰는 실수요자에게 15억원은 가격표가 아니라 사실상 진입 가능 여부를 가르는 문턱입니다. 거래가 그 아래로 몰린 것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산수의 결과입니다.
위쪽은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상단이 얼어붙지도 않았다는 점입니다. 7월에도 압구정동 신현대12차 182㎡가 112억5000만원, 신현대11차 183㎡가 105억원,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178㎡가 98억원에 신고가로 거래됐습니다. 대출 한도가 2억원인 구간에서 100억원대 계약이 나온다는 것은, 이 가격대의 거래가 애초에 대출과 무관하게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규제는 빌려서 사는 사람에게만 작동합니다.
그래서 시장은 두 갈래로 갈렸습니다. 아래쪽에서는 대출 한도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실수요가 중저가 단지로 몰리고, 위쪽에서는 현금 여력이 있는 소수가 신고가를 씁니다. 그 사이의 15억~50억원 구간, 이른바 '허리'가 비었습니다. 갈아타기 수요가 주로 통과하던 구간입니다.
가격 흐름도 이와 맞물립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77주 연속 올랐는데, 최근 상승이 두드러진 곳은 강남권이 아니라 외곽과 동북권이었습니다. 주간 기준으로 중랑구가 0.31%에서 0.53%로, 노원구가 0.33%에서 0.46%로, 강북구가 0.28%에서 0.33%로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대출 규제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덜한 가격대에 수요가 쌓이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읽힙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첫째, 15억원과 25억원이라는 두 개의 문턱을 자신의 자금 계획 위에 직접 얹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지금 12억~14억원대 주택을 보유한 분이 상위 구간으로 갈아타려 한다면, 매도 대금이 늘어난 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는 점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상승장에서 갈아타기가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려워지는 구조입니다.
둘째, 문턱 바로 아래의 가격 압축을 살펴야 합니다. 수요가 15억원 이하로 몰리면 그 구간의 가격은 위로 밀리지만, 15억원 선에서는 저항이 생깁니다. 14억원대 후반 매물이 쌓이는지, 아니면 그 선을 넘어서는 거래가 나오는지가 다음 국면의 신호가 됩니다.
셋째, 심리와 실제 거래의 괴리를 함께 봐야 합니다. 한국은행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보다 7포인트 오른 127로, 2021년 9월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4년 10개월 만에 가장 강한데, 정작 7월 거래는 세제 개편을 앞둔 관망세로 올해 최저 수준까지 내려앉았습니다. 기대가 거래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간에서는 통계가 소수의 거래에 크게 흔들립니다.
마지막으로 통계의 성격을 감안해야 합니다. 위 수치는 계약 후 신고된 건을 집계한 것이어서, 신고가 마저 들어오면 비중은 다소 조정될 수 있습니다. 방향은 유효하되 소수점까지 확정된 숫자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8월로 예정된 세제 개편 발표가 나오면 관망하던 물량이 어느 가격대에서 먼저 움직이는지, 그것이 이 구조가 굳어질지 풀릴지를 가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