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서울에 아파트 3540가구가 입주합니다. 올해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물량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단지별로 쪼개보면 성격이 달라집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트리니원' 한 곳이 2091가구, 전체의 59%입니다. 나머지 5개 단지를 다 합쳐도 1449가구입니다. "서울 입주 물량이 올해 최대"라는 문장과 "서울 전역에 전월세 물량이 풀린다"는 문장은 같은 뜻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전국 1만4342가구, 그중 서울 6개 단지
직방 집계에 따르면 8월 전국 입주 물량은 1만4342가구입니다. 지난해 8월(1만3867가구)보다 3.4% 늘었고, 7월(1만4400가구)과는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8924가구(62%), 지방 5418가구로 나뉩니다.
수도권 안에서는 경기가 5384가구, 서울이 3540가구입니다. 경기는 평택 2230가구(브레인시티·고덕국제신도시), 수원 2178가구(매교역팰루시드), 이천 558가구, 파주 418가구 순입니다. 지방은 충남 2059가구, 강원 1668가구, 광주 695가구, 충북 602가구, 울산 394가구로 흩어져 있습니다.
서울은 6개 단지입니다. 반포래미안트리니원 2091가구를 빼면 강서구 마곡지구17단지 577가구, 마포구 힐스테이트마포더퍼스트 488가구, 강북구 엘리프미아역 1·2단지 260가구, 동작구 보라매역프리센트 124가구입니다. 500가구 미만 단지가 대부분이어서, 반포를 제외하면 자치구별 임대차 시장을 흔들 만한 규모는 아닙니다.
집계 기관에 따라 숫자는 조금씩 다릅니다. 부동산R114 기준으로는 8월 서울 입주가 4770가구, 전국 36개 단지 1만9272가구로 잡힙니다. 조사 대상 단지 규모와 입주 시점 처리 기준이 달라 생기는 차이입니다. 다만 어느 집계를 쓰든 "서울 물량의 상당 부분이 반포 한 단지에서 나온다"는 구조는 같습니다. R114 기준으로도 반포 비중이 43%입니다.
8월이 정점이고, 그다음은 줄어듭니다
더 중요한 것은 8월 이후입니다. 2026년 서울 연간 입주 예정 물량은 2만5281세대로, 지난해보다 1만1822세대 줄어듭니다. 2027년은 1만8682세대, 2028년은 1만3683세대로 계단을 내려갑니다. 서울의 연간 적정 입주 물량을 4만~4만5000세대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흐름이 3년째 이어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8월 물량은 '공급 회복'이 아니라 '일시적 정점'으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서울 평균 전셋값이 처음 7억원을 넘어선 국면에서 대단지 입주가 겹쳤으니 반포 인근에는 분명 영향이 있습니다. 다만 부동산R114의 김지연 책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공급이 많은 지역에 국한해 임대차 가격 상승을 완화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습니다. 한 달치 물량이 3년치 감소를 상쇄하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전세를 구하는 분이라면 8월과 9월 초가 반포·잠원 일대에서 물건을 고를 수 있는 짧은 창구입니다. 입주장 초기에는 잔금을 맞춰야 하는 집주인이 몰려 호가가 눌리고, 입주가 마무리되면 물건이 빠르게 사라집니다. 다만 이 효과는 해당 생활권과 그 인접 지역까지입니다. 강북·서남권 전세를 반포 입주 효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입주를 앞둔 분이라면 잔금대출 한도를 먼저 계산하십시오. 10·15 대책에 따라 주택가격 15억~25억원은 잔금대출이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묶여 있습니다. 반포래미안트리니원도 전용 59㎡가 4억원, 84㎡가 2억원 한도를 적용받습니다. 분양가의 20%를 계약금으로 넣고 중도금을 치른 뒤에도, 마지막 구간에서 현금이 크게 필요한 구조입니다. 전세를 놓아 잔금을 메우려는 계획이라면 같은 시기에 같은 단지에서 수백 건의 전세 물건이 동시에 나온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매수를 검토하는 분에게 입주 물량은 가장 예측 가능한 지표입니다. 청약 경쟁률이나 심리 지수와 달리, 3년 뒤 입주 물량은 이미 착공 실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지금 서울에서 그 숫자가 내려가는 방향이라는 사실은, 좋든 싫든 향후 몇 년의 전제 조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