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7월 31일 발표한 「6월 주택통계」에서 눈에 띈 숫자는 집값도, 거래량도 아니었습니다. 올해 1~6월 서울에서 이뤄진 비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 임대차 계약 가운데 월세가 78.1%를 차지했다는 대목입니다. 최근 5년 평균 62.1%보다 16.0%포인트 높고, 지난해 같은 기간 74.1%와 비교해도 1년 새 4.0%포인트가 더 올랐습니다. 빌라 임대차 계약 열 건 중 여덟 건이 월세라는 뜻입니다.
아파트도 예외가 아닙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52%로, 지난해 상반기 43.9%에서 8.1%포인트 뛰었습니다. 6월 한 달만 놓고 보면 54%까지 올라갔습니다.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아파트에서도 월세가 전세를 앞선 상태가 굳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수도권 전체로 넓혀도 아파트 51.9%, 비아파트 77.4%로 흐름은 같습니다.
계약 자체가 줄었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월세 비중만 보면 "전세가 월세로 갈아탔다"는 이야기로 끝납니다. 그런데 6월 전월세 거래량을 보면 서울 아파트가 2만2606건으로 1년 전보다 12.7% 줄었고, 비아파트도 4만5370건으로 7.4% 감소했습니다. 비중이 옮겨간 게 아니라, 시장에 나오는 임대 물건 자체가 줄면서 남은 물건이 월세로 채워지고 있다고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공급 쪽 숫자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6월 서울의 입주(준공) 물량은 2049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77.7% 급감했습니다. 인허가도 1603가구로 55.1% 줄었습니다. 착공은 3491가구로 67.9% 늘었지만, 착공한 집이 전세 매물로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2~3년이 걸립니다. 지금 당장의 전세 물량과는 상관이 없는 숫자입니다.
세 갈래의 압력이 동시에 작용했습니다
첫째는 금리입니다. 한국은행은 7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렸습니다. 3년 6개월 만의 인상입니다. 전세는 세입자가 대출 이자를 부담하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굴리는 구조인데, 금리가 오르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증금 운용 수익보다 월세 현금흐름이 유리해집니다. 세입자도 전세대출 이자와 월세를 비교하게 됩니다. 양쪽 계산이 동시에 월세 쪽으로 기웁니다.
둘째는 보증 제도입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가입 기준이 강화되면서, 보증 한도에 맞춰 보증금을 낮추고 모자란 부분을 월세로 채우는 반전세 매물이 빌라 시장의 표준이 됐습니다. 세입자도 보증 가입이 안 되는 순수 전세보다 월세를 조금 내더라도 보호받는 계약을 택합니다. 빌라 월세 비중이 아파트보다 26%포인트나 높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셋째는 대출·실거주 규제입니다. 전세대출이 조여지고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기존 세입자는 이사 대신 갱신을 택하고 신규 전세 계약은 줄어듭니다. 거래량 감소의 상당 부분이 이 갱신 증가로 설명됩니다.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봐야 할 지점
전세 세입자라면 재계약 시점의 선택지가 2년 전보다 좁아졌다는 전제로 움직이시는 게 좋습니다. 같은 단지·같은 동네에서 전세를 다시 구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월세 전환 조건(전월세전환율)이 협상의 핵심이 됩니다. 갱신을 택할지 이사를 택할지는 이자 부담과 월세를 실제 금액으로 나란히 계산해 보고 판단하셔야 합니다.
갭투자를 검토 중이라면 전제 하나가 흔들렸다는 점을 짚어야 합니다. 갭투자는 전세보증금이 레버리지 역할을 하는 구조인데, 전세 계약 자체가 줄고 보증금이 낮아지면 필요한 자기자본이 커집니다. 특히 빌라는 보증 가입 가능 금액이 사실상 보증금의 상한 역할을 하고 있어, 과거의 전세가율로 계산한 시나리오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지방 물건을 보고 계시다면 같은 날 발표된 미분양 통계를 함께 보셔야 합니다. 6월 말 전국 미분양은 6만7464가구로 한 달 새 3.4% 늘었고, 이 중 지방이 4만8694가구입니다. 다 짓고도 안 팔린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2만9786가구, 지방만 2만5091가구입니다.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와 지방의 준공 후 재고는 별개의 현상처럼 보이지만, 둘 다 "보증금을 맡기려는 수요가 줄었다"는 같은 뿌리에서 나옵니다.
앞으로 확인할 지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매달 말 발표되는 국토부 주택통계의 월세 비중이 60%대에서 멈추는지 계속 오르는지, 다른 하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기준의 변화 여부입니다. 후자가 완화되면 빌라 전세는 일부 돌아올 수 있고, 그대로라면 지금 구조가 기본값으로 굳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