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는 대개 수입품이었습니다. 싱가포르의 인지세, 캐나다의 외국인 취득세, 뉴질랜드의 매수 금지. 한국은 늘 남의 제도를 참고하는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방향이 반대입니다. 일본 총리실이 한국 국토교통부에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는지 공식으로 물어왔습니다. 일본이 한국의 부동산 규제를 정식 자문받은 것은 처음입니다. 배경엔 도쿄 23구 아파트 평균값이 1년 새 21% 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숫자가 있습니다.
12억8000만원짜리 도쿄, 그리고 21%
민간 조사기관 집계로 도쿄 23구 신축 맨션 평균 가격은 1억1181만 엔에서 1억3613만 엔으로 올랐습니다. 원화로 약 12억8000만원, 상승률 21%입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문제는 상승의 성격입니다. 일본은 인구가 줄고, 빈집(아키야)이 900만 호를 넘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도쿄 도심만 뜁니다. 엔저가 길어지면서 중국·대만·홍콩 자본에게 도쿄 도심 맨션은 '달러로 보면 반값'인 자산이 됐고, 신축 공급은 건설비와 인력난으로 역사적 저점입니다. 수요는 국경 밖에서 오고 공급은 나오지 않는 구조 — 일본 정치권이 규제를 꺼내 든 이유입니다.
일본에는 지금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 같은 제도 자체가 없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의 전언대로, 일본 총리실이 "큰 관심을 보인" 지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마쓰시마 미도리 총리 외국인정책담당 보좌관이 지난 4월 방한해 국토부 1차관을 만나 허가제와 실거주 의무의 작동 방식을 집중적으로 물었습니다.
한국이 답한 것 — 허가제 + 실거주 의무
한국은 지난해 8월 서울 전역과 인천·경기 일부를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외국인이 해당 지역 주택을 살 때 시·군·구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둘째, 허가일로부터 4개월 안에 입주하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합니다.
'허가'보다 실제로 위력을 발휘한 건 두 번째입니다. 세금은 수익률이 충분하면 감수할 수 있는 비용이지만, 실거주 의무는 감수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 집에 실제로 몸을 담고 살지 않을 사람에게는 그냥 매수 불가능이라는 뜻입니다.
숫자가 그것을 보여줍니다. 지정 직전인 8월 수도권 외국인 주택 매수자는 1221명이었는데, 12월엔 736명으로 넉 달 만에 약 40% 줄었습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 거래가 32%, 미국인이 45% 감소했고, 외국인 매수가 몰렸던 부천은 51% 급감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올가을'로 미뤘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기입니다. 일본 정부는 자문까지 받아놓고, 외국인의 아파트 취득 규제는 일단 보류하는 방향으로 가을 임시국회 법안을 준비 중입니다. 당장 손에 쥔 카드는 더 낮은 강도 — 외국인 부동산 보유 데이터베이스 구축(2027년), 국적 공개 의무화, 영주권 수수료 인상 정도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읽힙니다. 하나는 사유재산권을 강하게 존중하는 법제 전통이고, 다른 하나는 1990년대 부동산 총량규제로 버블을 터뜨렸던 기억입니다. 일본은 규제로 시장을 죽여본 나라입니다. 그래서 규제의 효과보다 부작용을 먼저 봅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외국인 규제'는 이제 지역 이슈가 아니라 국제 표준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캐나다·뉴질랜드·호주에 이어 일본까지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해외 부동산을 자산 배분 수단으로 고려하는 분이라면, "지금 살 수 있다"가 "계속 살 수 있다"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앞서 유럽 골든비자가 닫혔듯, 규제는 대개 가격이 오른 뒤에 옵니다.
둘째, 도쿄를 보는 눈은 '엔'이 아니라 '수요의 국적'이어야 합니다. 21% 상승분 중 상당 부분은 엔저로 유입된 외국 자본이 만든 것입니다. 엔화가 정상화되거나 허가제가 도입되면, 그 수요는 들어온 속도만큼 빠르게 빠질 수 있습니다. 인구가 줄고 빈집이 900만 호인 나라에서 도심 프리미엄만 남는 시나리오는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셋째, 국내 투자자에겐 역설적인 참고점입니다. 한국의 외국인 허가제가 '수출될 만큼' 효과를 냈다는 건, 실거주 의무라는 장치가 투기 수요를 실제로 끊어낸다는 뜻입니다. 이 논리는 내국인 대상 토허구역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규제 지도를 볼 때, 세금보다 실거주 요건이 걸린 곳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도쿄가 서울에 물어본 질문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집을 사되 살지는 않는 수요를, 어떻게 걸러내는가." 한국은 그 답을 이미 시행 중이고, 결과는 지금도 쌓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답지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은, 투자 판단에서 결코 작은 이점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