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공개된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동향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05% 올랐습니다. 6월(1.07%)보다 0.02%포인트 낮아진, 사실상 제자리걸음의 둔화입니다. 그런데 같은 표의 아래쪽 숫자들은 방향이 다릅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중랑구(2.08%)와 강북구(2.01%)였고, 전국 1위는 6월 규제지역으로 묶인 화성 동탄구(6.25%)였습니다. 총량은 식는데, 오르는 자리가 바뀌고 있습니다.
오름세 1위가 강남이 아니다
7월 서울 상승률 상위는 중랑구 2.08%, 강북구 2.01%, 성북구 1.85%, 노원구 1.60%, 강서구 1.59%, 서대문구 1.54%, 동대문구 1.44% 순이었습니다. 이른바 상급지가 아니라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들이 상위를 채웠습니다.
이 흐름은 지표 하나로 확인됩니다.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6.4로, 5개월 연속 내렸습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평균가격을 하위 20% 평균가격으로 나눈 값입니다. 이 값이 내려간다는 것은 비싼 집이 싸졌다는 뜻이 아니라, 싼 집이 더 빠르게 올라 격차가 좁혀졌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강남 11개 구의 중위 매매가격은 16억2500만원, 중위 전세가격은 7억833만원 수준입니다.
원인은 대출 규제와 금리 쪽에 있습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대출 한도가 조여지면 매수 가능한 가격대 자체가 내려앉습니다. 실제로 서울시 집계 기준 6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4603건으로 전월보다 48.0% 줄었지만, 그 안에서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72.9%에서 77.9%로 늘었습니다. 거래량은 반토막인데 구성은 중저가로 쏠린 것입니다.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살 수 있는 가격대로 이동했다고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규제지역이 된 뒤 더 올랐다
동탄이 더 눈에 띕니다. 화성 동탄구는 용인 기흥구·구리시와 함께 7월 1일부터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동시에 지정됐고, 7월 5일부터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묶였습니다. 반도체 배후 수요와 광역급행철도(GTX) 기대가 겹쳐 상반기에만 두 자릿수로 올랐던 곳입니다. 그런데 규제 시행 이후를 담은 7월 수치는 6.25%로, 전월(4.16%)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습니다.
경기 전체도 0.65%에서 0.87%로 상승 폭이 커졌습니다. 수원 영통구 3.06%, 광명 2.52%, 구리 2.29%, 용인 수지구 1.94%, 하남 1.74%가 뒤를 이었습니다. 서울이 숨을 고르는 사이 경기 남부와 접경지가 받아내는 그림입니다.
전세는 매매보다 더 뜨겁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1.34% 올랐고(전월 1.43%), 강동구 2.45%, 성북구 2.37%, 중랑구 2.25%가 상위였습니다. 전세가 매매 상승률을 웃도는 지역이 여럿이라는 점은, 이 오름세의 상당 부분이 실거주 수요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첫째, 조사 기준일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번 KB 통계의 기준일은 7월 13일입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린 7월 16일 금융통화위원회는 이 숫자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3년 6개월 만의 인상 효과는 8월 통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전망지표는 이미 방향을 틀었습니다. KB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전국 107.8(-0.2포인트), 서울 124.0(-1.3포인트)로 내렸습니다. 여전히 기준선 100을 크게 웃돌지만, 상승 기대의 강도는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셋째, 규제지역 지정은 가격의 방향보다 유동성에 먼저 작용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거래 절차와 실거주 요건을 걸어 매물 회전을 떨어뜨립니다. 거래가 줄어든 시장에서 나오는 신고가는 표본이 얇다는 점을 감안해 읽어야 합니다.
정리하면, 지금 시장은 식는 국면이 아니라 이동하는 국면입니다. 규제와 금리는 총량을 줄였지만 방향을 바꾸지는 못했고, 대신 오르는 좌표를 중저가와 경기 남부로 옮겨놓았습니다. 8월 통계에서 5분위 배율이 계속 내려가는지, 그리고 서울 전망지수 124가 어디까지 내려오는지가 다음 확인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