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아파트가 법원 경매에 나왔습니다. 감정가는 5억6000만원. 낙찰가는 10억6000만원이었습니다. 낙찰가율 189.3%, 응찰자는 30명이었습니다. 같은 달 경기 과천시 갈현동 물건에는 38명이 몰려 감정가 10억8000만원짜리를 15억1500만원에 가져갔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5월 101.7%로 석 달째 100%를 넘겼습니다.
숫자만 보면 "집값이 오르니 경매도 뜨겁다"는 흔한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이 과열의 진짜 엔진은 시세가 아닙니다. 법 조항 하나입니다.
경매는 허가를 받지 않습니다
부동산거래신고법 제14조는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를 토지거래계약 허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문장 하나지만 결과는 큽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 집을 사면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 실거주 의무가 붙습니다. 전세를 끼고 사는 이른바 갭투자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같은 아파트를 법원 경매에서 낙찰받으면 허가 절차 자체가 없습니다. 실거주 의무도 따라붙지 않습니다. 잔금을 치르고 곧바로 세를 놓아도, 되팔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분양가상한제 주택도 비슷합니다. 주택법은 채무 불이행으로 경매·공매가 진행되는 경우를 전매제한의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지지옥션 이주현 전문위원이 최근 과천·이촌의 응찰자 폭증 원인으로 "분양가상한제 물건의 경매 취득 시 전매제한 면제"를 지목한 것도 이 대목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정부가 매매 시장의 문을 좁힐수록, 그 옆에 열려 있는 경매장의 문이 상대적으로 넓어집니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경매 응찰자가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감정가가 의미를 잃었습니다
여기서 실수요자가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낙찰가율 189%를 보고 "경매가 시세보다 비싸졌다"고 결론짓는 것입니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낙찰가율의 기준인 감정가는 경매 개시 시점에 매겨집니다. 첫 매각기일까지 통상 6개월에서 1년이 걸립니다. 그 사이 집값이 크게 올랐다면, 감정가는 이미 낡은 가격표가 됩니다. 이촌동 물건의 189%는 "시세의 1.9배를 줬다"는 뜻이 아니라 "감정 시점 대비 시세가 그만큼 벌어졌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 시장에서 낙찰가율은 싸게 샀는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아닙니다. 실제로 봐야 할 숫자는 두 개입니다. 첫째, 낙찰가를 현재 실거래가와 직접 비교한 값. 둘째, 응찰자 수입니다. 38명이 붙었다는 것은 그 물건의 안전마진이 이미 경쟁 입찰로 거의 다 깎여나갔다는 신호입니다.
면제되지 않는 것들
규제 우회로라는 말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경매가 비켜 가는 것은 거래 허가와 실거주·전매 규제까지입니다. 그 밖의 것은 그대로 따라옵니다.
- 세금은 그대로입니다. 취득세 중과, 다주택자 양도세·보유세는 매매로 샀든 낙찰로 샀든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 대출은 더 까다롭습니다. 규제지역 담보인정비율(LTV)이 경락잔금대출에도 적용됩니다. 낙찰 후 통상 한 달 안팎에 잔금을 완납해야 하는데, 대출이 모자라면 입찰보증금(최저가의 10%)을 통째로 잃습니다. - 권리분석은 여전히 매수인의 몫입니다.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유치권, 법정지상권은 낙찰가와 별개로 인수될 수 있습니다. 경쟁이 뜨거울수록 이 확인을 건너뛰는 응찰이 늘어납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경매장의 열기는 시장이 건강해서가 아니라, 규제와 규제 사이의 틈이 넓어졌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틈으로 만들어진 수요는 틈이 메워지면 사라집니다. 국토교통부가 경매를 통한 규제 회피를 어떻게 볼지가 하반기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실제로 과거에도 유사한 우회로가 확인되면 시행령 개정으로 닫힌 전례가 있습니다.
실수요자라면 세 가지만 기억하시면 충분합니다. 낙찰가율이 아니라 실거래가와 비교할 것, 잔금 대출 한도를 입찰 전에 확정할 것, 그리고 응찰자가 30명을 넘는 물건에서는 이미 이길 수 없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비싸게 사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