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달, 같은 통계표인데 숫자는 정반대를 가리켰습니다. 지지옥션이 집계한 2026년 6월 경매동향에서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1.7%로 석 달째 감정가를 웃돌았습니다. 반면 전국 낙찰가율은 86.9%로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지역별로 내려가면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울산이 94.7%로 강세를 보인 사이 강원은 71.7%에 그쳤습니다. 서울과 강원의 차이는 정확히 30%포인트. 같은 나라에서 두 개의 경매장이 따로 열리고 있는 셈입니다.
서울은 왜 감정가를 넘기나
경매의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입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감정가는 경매 개시 시점, 보통 6개월에서 1년 전 시세를 기준으로 매겨집니다. 그사이 값이 오른 지역이라면 지금의 낙찰가가 과거 감정가를 넘어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서울의 100% 초과는 '경매가 일반 매매보다 비싸졌다'기보다, 감정가가 이미 낡은 가격표가 됐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수요의 성격도 바뀌었습니다. 몰리는 곳은 소형입니다. 전용 60㎡ 이하 낙찰가율은 4월 105.1%, 5월 109.2%, 6월 112.8%로 매달 뜀박질했고, 평균 응찰자도 7.2명까지 늘었습니다. 매매시장의 높은 호가와 대출 규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감정가 15억원 이하여서 대출을 최대 6억원까지 끌어올 수 있는 물건으로 몰린 결과입니다. 재건축 추진 단지와 역세권이 이 흐름을 이끌었습니다.
지방은 왜 유찰이 쌓이나
전국 경매 물건 자체는 넘칩니다. 6월 진행 건수는 3,701건으로 2014년 3월 이후 최대 규모였습니다. 그런데 팔리지 않습니다. 전국 낙찰률은 33.5%, 열 건 중 세 건 남짓만 주인을 찾았습니다. 물건은 쌓이는데 사는 사람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유찰이 반복되고, 유찰될수록 최저가가 깎여 낙찰가율은 더 눌립니다.
배경은 지방의 미분양 적체와 수요 위축입니다. 강원은 한 달 새 낙찰가율이 16.3%포인트 빠지며 낙폭이 가장 컸고, 인천도 78.2%로 수도권 평균을 밑돌았습니다. 다만 지방이 모두 약세인 것은 아닙니다. 울산이 94.7%로 202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찍은 데서 보듯, 생활 인프라와 일자리가 받쳐주는 지역에는 여전히 수요가 유입됩니다. '지방 대 서울'이 아니라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의 선별이 진행 중입니다.
실수요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낙찰가율 하나만 보지 마십시오.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도 낙찰률이 30%대라면 그 시장은 '뜨겁다'기보다 '소수 인기 물건만 과열'된 상태입니다. 낙찰률·평균 응찰자·유찰 횟수를 함께 봐야 온도가 제대로 잡힙니다.
둘째, 감정가의 나이를 확인하십시오. 감정 시점이 오래됐다면 낙찰가율 100%가 곧 '고가 낙찰'을 뜻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값이 내린 지역에선 감정가 자체가 현재보다 높아, 낮은 낙찰가율이 착시일 수 있습니다. 판단의 기준은 감정가가 아니라 지금의 실거래가입니다.
셋째, 평형과 입지로 쪼개서 보십시오. 같은 서울, 같은 6월에도 소형은 112.8%, 대형은 응찰자가 빠집니다. 전국 평균이나 시도 평균은 참고선일 뿐, 내가 노리는 물건의 동네·평형·권리관계가 실제 경쟁의 온도를 결정합니다. 숫자가 갈라질수록, 평균을 믿는 사람이 가장 위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