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도권에서 청약을 받은 아파트는 한 가구도 없었습니다. 오타가 아닙니다. 7월 둘째 주 전국에 공급된 물량은 오피스텔을 포함해 874가구였고, 이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는 정확히 0가구였습니다. 수도권에서 문을 연 것은 서울 영등포 5실, 경기 고양 5실, 화성 79실의 오피스텔 89실이 전부였습니다. 첫째 주 8167가구가 쏟아졌던 것과 비교하면 한 주 만에 87.5%가 증발한 셈입니다. 이번 주(셋째 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국 3개 단지, 753가구. 그중 일반에 돌아가는 몫은 146가구뿐입니다.
분양가는 사상 최고, 그런데 살 물건이 없다
기묘한 것은 가격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수도권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656만원으로, 1년 전보다 27.2% 올랐습니다. 전국 평균이 1897만원에서 2136만원으로 12.6% 오른 것과 비교하면 수도권의 상승 속도는 두 배가 넘습니다. 경기도의 전용 84㎡, 이른바 '국민평형'은 평균 8억5586만원으로 1년 사이 1억1478만원(15.5%)이 뛰었습니다. 인천도 3.3㎡당 1881만원에서 2109만원으로 12% 올랐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 시장의 기본 문법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입니다. 값은 최고치를 찍는데, 정작 그 값에 살 물건 자체가 시장에 나오지 않습니다. 여름 비수기라는 계절 요인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지난주에는 모델하우스 개관도, 정당 계약 일정도 사실상 전무했습니다.
왜 안 나오나 — 공사비와 눈치싸움
분양이 멈춘 이유는 크게 둘입니다.
첫째, 공사비입니다. 분양가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원자재값·인건비 상승과 금융비용은, 뒤집어 보면 시행사와 조합이 감당해야 할 원가입니다. 원가가 오르면 분양가를 올려야 하는데, 분양가를 올리면 미분양 위험이 커집니다. 이 계산이 서지 않는 사업장은 분양을 미룹니다. 밀어붙였다가 완판에 실패하면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입니다.
둘째, 정책 눈치싸움입니다. 규제와 대출 여건이 몇 달 단위로 바뀌는 국면에서, 사업 주체들은 '조금 더 좋은 조건'을 기다립니다. 특히 분양가 심사 기준이나 중도금 대출 한도가 어떻게 정리되는지에 따라 사업 수지가 갈리기 때문에, 확정될 때까지 발을 빼두는 편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지연이 쌓인다는 점입니다. 분양이 늦어지면 착공이 늦어지고, 착공이 늦어지면 2~3년 뒤 입주 물량이 사라집니다. 지금의 '청약 공백'은 오늘의 불편이 아니라, 2029년의 전셋값 문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실수요자가 지금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나오는 물건의 '체급'을 보십시오. 이번 주 서울에서 청약을 받는 유일한 단지는 동작구의 301가구 규모 단지인데, 전용면적이 46~62㎡입니다. 일반분양은 72가구. 서울에서 청약 기회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나오는 것은 소형 위주의 소규모 단지입니다. "서울 국평 청약"을 기다리는 분이라면, 기다림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둘째, 경쟁률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공급이 마르면 소수의 단지에 수요가 몰립니다. 이때 나온 높은 경쟁률은 '그 단지의 상품성'이 아니라 '대안의 부재'를 반영한 숫자일 수 있습니다. 경쟁률 숫자만 보고 입지와 분양가를 과대평가하는 실수를 조심해야 합니다.
셋째, 견본주택 일정을 미리 세십시오. 이번 주 전국에서 견본주택이 문을 여는 곳은 11곳입니다. 춘천리버뷰아이파크, 의왕역SK뷰, 센트레빌아스테리움거제 등이 포함됩니다. 청약 접수보다 견본주택 개관이 많다는 것은, 가을 성수기를 겨냥한 물량이 대기 중이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청약하는 시기'가 아니라 '고르는 시기'에 가깝습니다.
지금의 분양시장은 값이 비싸서 조용한 것이 아니라, 값을 매기기 어려워서 조용합니다. 공백의 이유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준비는 가을에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