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산업연구원이 8월 6일 발표한 '8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 나왔습니다. 비수도권 지수가 94.2로, 수도권 88.5를 앞선 것입니다. 지방이 수도권을 웃돈 것은 2024년 2월 이후 2년 6개월 만입니다. 이 지수는 주택사업자와 건설사를 상대로 7월 말에 조사한 '한 달 뒤 분양시장 기대심리'를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낙관, 밑돌면 비관이 우세하다는 뜻입니다. 전국 지수는 93.2로 전월(87.6)보다 5.6포인트 올라 두 달 연속 개선됐지만, 그 상승분을 만든 것은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이었습니다.
서울이 17포인트 빠졌습니다
수도권은 102.5에서 88.5로 14.0포인트 급락하며 한 달 만에 기준선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낙폭이 가장 큰 곳은 서울이었습니다. 114.3에서 97.3으로 17.0포인트가 빠졌습니다. 경기는 100.0에서 87.5로, 인천은 93.1에서 80.6으로 각각 12.5포인트씩 내렸습니다. 수도권 세 곳이 모두 기준선을 밑돈 셈입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원인으로 금리 인상과 추가 인상 가능성, 규제지역 확대, LTV 강화와 시중은행의 대출 한도 축소를 들었습니다. 여기에 세제개편안 발표에 따른 불확실성이 겹쳤다고 진단했습니다. 정리하면 '분양대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청약 자체의 인기가 식었다기보다, 당첨된 뒤 잔금을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사업자들의 계산이 바뀐 것입니다.
지방 반등에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비수도권은 84.4에서 94.2로 9.8포인트 올랐습니다. 다만 지방 전체가 좋아진 것은 아닙니다. 제주가 100.0으로 31.2포인트, 광주가 111.1로 22.9포인트, 경북이 106.7로 21.0포인트 뛰며 상승을 주도했고 경남·충북·울산도 100.0에 올라섰습니다. 반면 부산은 72.2로 5.6포인트, 대구는 78.3으로 3.5포인트, 충남은 83.3으로 2.4포인트 더 내렸습니다. 부산과 대구는 여전히 70~80선입니다.
지방 반등의 근거로 지목된 것은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개발 호재, 그리고 수도권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기대감입니다. 앞의 두 가지는 실체가 있는 개발 계획이지만, 마지막 하나는 어디까지나 '기대'입니다. 이 지수가 실제 거래나 계약률이 아니라 사업자들의 심리를 묻는 조사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분양가는 오르고, 물량은 줄어듭니다
같은 조사에서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107.6으로 2.9포인트 올랐습니다. 세 지수 가운데 유일하게 기준선을 넘었습니다. 근거도 구체적입니다. 철근 가격이 3월 대비 18.6% 올랐고, 분양가상한제 단지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가 0.77% 상향됐습니다. 원가가 올랐으니 분양가는 내려갈 여지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분양물량 전망지수는 93.8에서 88.1로 5.7포인트 내렸습니다. 사업자들이 8월 공급을 미룰 생각이라는 뜻입니다.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는 93.8에서 91.0으로 2.8포인트 내렸는데, 이 지수는 해석 방향이 반대입니다. 낮을수록 미분양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분양 자체를 줄이면 미분양도 자연히 덜 쌓입니다. 미분양 전망 개선을 시장 회복 신호로 곧장 읽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무엇을 봐야 할까요
실수요자 입장에서 이 조사가 주는 신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수도권 청약을 준비 중이라면 자금계획을 먼저 확정하십시오. 사업자들이 비관으로 돌아선 이유가 수요 부족이 아니라 대출 여건이라면, 개인에게도 같은 제약이 걸립니다. 규제지역 여부에 따른 LTV, 은행별 한도 축소,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를 청약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지방 상승 지역은 호재의 실체를 구분해야 합니다. 제주·광주·경북의 급등은 한 달 치 심리 변화입니다. 반도체 클러스터나 데이터센터처럼 착공 일정과 고용 규모가 확인되는 사업인지, 아니면 수도권 규제의 반사이익을 기대한 것인지에 따라 지속성이 갈립니다. 부산 72.2, 대구 78.3이라는 숫자는 지방이라고 다 같지 않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셋째, 분양가는 당분간 하방이 막혀 있습니다. 원가 상승분이 이미 반영되고 있는 만큼, '기다리면 싸질 것'이라는 전제는 최소한 올해 하반기 신규 분양에는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분양물량이 줄면 개별 단지의 입지·조건 편차가 커집니다. 단지별로 따져보는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