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3.3㎡당 2143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부동산R114 조사 기준으로, 전국 평균이 평당 2100만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해 평균(2096만원)보다 47만원, 2.2% 오른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 2.2%라는 완만한 숫자 안에는 22.1% 상승(인천)과 20.2% 하락(대구)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전국 평균만 보고 "분양가가 조금 올랐구나" 하고 넘기면, 정작 내가 청약하려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을 놓치게 됩니다.
오른 곳: 인천 84㎡에 1억4000만원이 붙었다
상승률 1위는 인천입니다. 지난해 평당 1894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2312만원으로 22.1% 올랐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한 20%대 상승률입니다. 이를 전용 84㎡,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환산하면 1년 새 1억4000만원 이상이 더 붙은 셈입니다.
절대 금액으로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울입니다. 평당 5131만원에서 5897만원으로 14.9% 올랐는데, 상승분만 766만원으로 전국 최대입니다. 서울 국민평형 분양가가 20억원 선을 바라보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뜻입니다. 그 뒤로 경북 18.4%, 경남 15.1%가 이어졌습니다.
상승의 배경은 새롭지 않습니다. 공사비·인건비·자재비가 오른 상태에서 토지비 인상이 겹쳤고, 특히 서울은 신축 공급이 정비사업 위주로 나오다 보니 고분양가 단지가 표본을 끌어올렸습니다. 실제로 HUG가 집계하는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6월 기준 ㎡당 857만원으로 1년 전보다 9.5% 올라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습니다. 조사기관과 방식이 달라도 "수도권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는 방향은 같습니다.
내린 곳: 대구 -20.2%, 부산 -20.1%
같은 기간 대구는 20.2%, 부산은 20.1% 떨어졌습니다. 광주 -14.3%, 전북 -5.0%, 울산 -3.7%도 하락 대열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이 수치는 기존 단지의 분양가가 20% 깎였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통계는 해당 기간에 실제로 분양한 단지들의 평균이기 때문에, 어떤 단지가 나왔느냐에 따라 크게 움직입니다. 미분양이 쌓인 지역에서는 사업자가 고가 단지 분양을 미루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중소형 단지 위주로 소량만 내놓게 됩니다. 그러면 표본 자체가 싸지면서 평균이 내려갑니다.
실제로 HUG 기준 부산의 국민평형 분양가는 6월에도 9억2075만원 수준으로, 경기(9억3803만원)와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20% 하락이라는 통계와 9억원대 분양가라는 현실이 동시에 성립하는 이유입니다. 지방 분양가 하락 기사를 "이제 지방이 싸졌다"로 읽으면 곤란한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수요는 식었습니다 — 경쟁률과 미분양이 말하는 것
분양가가 오르는 동안 청약 수요는 반대로 갔습니다. 6월 전국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12개월 이동평균)은 5.90대 1로, 2023년 7월(5.56대 1) 이후 35개월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전월 6.31대 1에서 내려앉았고, 1년 전 11.41대 1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미분양도 줄지 않았습니다. 5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239호로 30개월 연속 6만호 선을 웃돌았습니다. 경기 1만3042호, 부산 8292호, 충남 8213호, 경남 5193호 순인데, 부산은 1년 전 5420호에서 2872호가 늘었습니다. 분양가 하락률 2위 지역에서 미분양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는 조합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평균 대신 내 지역, 내 단지의 3.3㎡당 값을 보십시오. 전국 2143만원은 참고선일 뿐입니다. 청약홈 공고문의 타입별 분양가를 인근 신축 실거래가로 나눠 평당 단가끼리 비교하는 게 훨씬 정확합니다.
둘째, 분양가 하락 지역일수록 미분양 추이를 함께 확인하십시오. 값이 내렸다는 통계가 나온 지역이 오히려 재고가 쌓이는 곳일 수 있습니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은 준공까지 안 팔린 물량이라 시장의 실제 소화력을 보여줍니다.
셋째, 경쟁률 5.9대 1이라는 숫자에 안심하지 마십시오. 이 평균은 미달 단지와 두 자릿수 경쟁 단지를 함께 섞은 값입니다. 서울 정비사업 단지들은 여전히 10대 1 안팎을 유지하는 반면, 지방·외곽에서는 미달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시장이 식은 게 아니라 갈라진 것에 가깝습니다.
분양가 상승기의 청약은 "당첨되면 이익"이라는 공식이 더는 자동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인근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 잔금 시점의 대출 여력, 그리고 그 지역의 미분양 재고. 이 세 가지를 확인한 뒤에 통장을 쓰셔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