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정비업계 전문지들이 나란히 같은 주제를 다뤘습니다. 서울시가 재건축 시공자 선정기준 개선을 검토하며 주요 조합장들과 면담을 진행했다는 소식, 그리고 재개발 시공자 입찰 때 쓰이는 '비교표'에 표준양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서로 다른 기사처럼 보이지만 겨냥하는 곳은 하나입니다. 조합원이 총회장에서 손을 드는 그 한 번의 표결이, 지금은 충분한 정보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서울시는 앞서 6월 중순 성수4지구, 개포우성7차, 송파한양2차 등 굵직한 사업지의 조합장들을 만나 시공자 선정 과정의 문제점을 들었습니다. 2031년까지 31만 호 착공이라는 공급 목표를 세워둔 상황에서, 수주전 과열과 그로 인한 조합 내분이 사업 일정을 반복적으로 뒤로 미루고 있다는 판단이 배경입니다.
사업비의 70%가 걸린 한 번의 표결
시공자 선정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정비사업 전체 사업비에서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70%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30%에 설계비, 감리비, 각종 부담금, 금융비용이 모두 들어갑니다. 다시 말해 조합원 분담금의 향방은 사실상 이 한 번의 선택에서 7할이 결정됩니다.
문제는 그 선택의 순간에 조합원에게 주어지는 정보의 질입니다. 서울시 간담회에서 실제로 거론된 사례들을 보면 상황이 짐작됩니다. 시공사의 개별 홍보지침 위반, 홍보요원(OS요원)이 조합 임원에게 고가의 선물을 제공한 정황, 입찰지침을 벗어난 시공조건 제시, 그리고 선정 이후 설계변경을 통한 공사비 증액이 지적됐습니다. 조합원 단체 대화방에 외부인이 들어와 여론을 흔든다는 호소도 나왔습니다.
조합장들이 서울시에 요청한 것도 구체적입니다. 조합원 단체방에 본인 인증 솔루션을 도입해 외부인 접근을 막아 달라는 것, OS요원 관리에 시가 개입해 달라는 것, 그리고 시공사 대안설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비교할 수 없는 제안서'라는 함정
세 번째 요청이 특히 핵심입니다. 대안설계는 시공사가 조합이 제시한 원안 대신 자체 설계를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겉보기에는 조합에 유리해 보입니다. 더 좋은 평면, 더 화려한 외관, 더 많은 커뮤니티 시설이 제시되니까요.
그런데 대안설계는 공사비 산출의 기준선을 흔듭니다. 두 시공사가 서로 다른 설계를 들고 오면, 제시된 공사비가 무엇을 포함하고 무엇을 뺀 금액인지 조합원이 판별하기 어려워집니다. 여기에 물가변동 반영 조건, 이주비·사업비 대여금리, 분담금 납부 시점, 특화 항목의 유무상 여부까지 제각각으로 적히면, 두 제안서는 사실상 비교 불가능한 문서가 됩니다.
'입찰비교표 표준양식'을 도입하자는 제안은 여기서 나옵니다. 동일한 항목을, 동일한 순서로, 동일한 단위로 적어 놓은 표가 있어야 조합원이 비로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그 표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만드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속도를 위한 완화, 견제는 어떻게
서울시는 별도로 법령 개정도 건의해 둔 상태입니다. 현재는 경쟁입찰이 두 차례 유찰돼야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이를 한 차례 유찰로 완화하자는 내용입니다. 유찰 한 번에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사업 기간 단축 효과는 분명합니다.
다만 방향은 두 갈래입니다. 공사비 급등 이후 지방과 비강남권에서는 이미 단독입찰이 흔해졌습니다.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 수의계약 문턱까지 낮아지면, 조합이 협상 지렛대를 잃을 가능성도 함께 커집니다. 속도를 얻는 대신 견제 장치가 얇아지는 셈입니다. 표준 비교표 논의가 같은 시기에 나오는 것이 우연이 아닌 이유입니다.
조합원이라면 지금 확인할 것
첫째, 우리 조합의 입찰지침에 대안설계 허용 범위와 공사비 산출 근거 제출 의무가 명시돼 있는지 보십시오. '대안설계 허용'이라는 한 줄만 있고 근거 서류 요구가 없다면 나중에 증액 여지가 열립니다.
둘째, 제시된 공사비가 3.3㎡당 얼마인지, 그 금액의 기준 시점과 물가변동 반영 방식이 무엇인지 확인하십시오. 같은 평당가라도 기준 시점이 2년 전이면 실제 부담은 달라집니다.
셋째, 총회 자료의 비교표를 항목별로 대조해 보십시오. 한쪽에만 있고 다른 쪽에는 빠져 있는 항목이 대개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제도 개선은 아직 검토와 건의 단계이며, 확정된 기준이 아닙니다. 그러나 논의의 방향은 읽을 수 있습니다. 조합원이 무엇을 비교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하자는 쪽입니다. 그 전까지는 각자의 확인이 유일한 안전장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