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장을 두고 두 개의 숫자가 정반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8월 1일까지 신고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3493건입니다. 5월 9102건, 6월 5233건에 이어 두 달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7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7조4287억원으로, 한 달 새 2조2831억원 늘었습니다. 2025년 8월(3조7012억원) 이후 11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입니다. 거래는 식었는데 대출은 뜨거워졌습니다. 이 어긋남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가 지금 시장의 가장 실용적인 질문입니다.
대출 통계는 두세 달 전의 시장을 보여줍니다
답의 절반은 시차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은 계약을 맺는 순간이 아니라 잔금을 치르는 순간에 실행됩니다. 매매 계약부터 잔금까지는 통상 두세 달, 신축 입주라면 그보다 더 걸립니다. 즉 7월에 실행된 대출의 상당 부분은 4~5월에 거래된 집의 잔금입니다. 은행권에서도 "4~5월 거래된 주택의 잔금대출이 계속 실행되면서 8~9월까지는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여기에 입주 물량이 겹칩니다. 8월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9272가구로, 올해 상반기 월평균 1만6082가구를 웃돕니다.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 한 단지에서만 8월에 약 5000억원 규모의 잔금대출이 예정돼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하반기에 대단지 입주가 몰려 있는 만큼, 거래량이 지금 수준에 머물러도 대출 잔액은 몇 달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월별 가계대출 증가액을 '이번 달 시장의 온도'로 읽으면 오독이 됩니다. 5월 3조5269억원, 6월 4조1378억원, 7월 3조8261억원으로 석 달 연속 4조원 안팎을 기록한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은, 봄에 달아올랐던 시장이 이제야 은행 장부에 기록되고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금리는 올랐는데, 기대는 더 빨리 올랐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심리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인상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해석이 우세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달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7로, 6월 120보다 7포인트 더 올랐습니다. 4월 104, 5월 112, 6월 120에서 넉 달째 상승해 2021년 9월 이후 4년 10개월 만의 최고치입니다. 100을 넘으면 1년 뒤 집값이 오른다고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금리 인상이 기대심리를 누르지 못한 셈입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8월 첫째 주(3일 기준)에도 0.26% 올라 77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오를 것 같으니 대출을 받아서라도 사고, 그 매수가 다시 가격을 밀어 올리는 구조가 아직 끊기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출 조건은 이미 조여지고 있습니다. 5대 은행 주담대 변동금리는 4.12~6.37%, 고정·혼합형은 4.68~7.39% 수준입니다. 고정형 상단은 지난해 말(6.23%)보다 1%포인트 넘게 올랐습니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6월 3.05%로 1년 5개월 만에 3%대에 올라섰고, 4월 2.89%, 5월 2.90%에서 두 달 연속 상승했습니다.
8월에 확인할 세 개의 날짜
첫째, 8월 중순 공시되는 7월분 코픽스입니다. 7월 16일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처음으로 온전히 반영되는 숫자입니다. 변동금리 대출을 쓰고 있거나 곧 실행할 예정이라면, 여기서 오른 폭이 몇 달 뒤 본인의 이자로 돌아옵니다.
둘째, 8월 27일 금통위입니다. 연속 인상이냐 한 박자 쉬어가느냐에 따라 하반기 자금 계획의 전제가 달라집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10월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셋째, 8월 말 확정될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입니다. 3493건은 신고기한이 남은 잠정치라 최종 수치는 더 올라갑니다. 다만 6월(5233건)을 넘기지 못한다면, 거래 위축은 일시적 관망이 아니라 추세로 봐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금의 대출 증가는 '현재의 매수 열기'가 아니라 '봄에 산 집의 잔금'입니다. 반대로 거래량 급감은 아직 대출 통계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두 숫자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하는 시점이 실제 변곡점입니다. 그 확인은 빨라야 9~10월 통계에서 가능합니다. 그때까지는 잔금 일정과 금리 상단을 기준으로 자기 자금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아두는 편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