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감정가'라는 단어가 이번 주 두 시장에서 정반대로 쓰이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감정가의 101%, 많게는 164%를 써내고도 낙찰을 받지 못한 사람이 줄을 섰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감정가의 70% 아래로 떨어진 물건이 790건 나와 있습니다. 8월 18일과 19일, 캠코가 온비드에서 진행하는 압류재산 공매 이야기입니다. 두 숫자가 동시에 성립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면, 낙찰가율이라는 지표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101%는 '비싸게 샀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지옥션 집계 기준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01.0%였습니다. 4개월 연속 감정가를 웃돌았습니다. 진행 건수는 180건으로 석 달째 늘었고, 낙찰률은 38.3%였습니다.
여기서 오해가 생깁니다. 낙찰가율 101%는 '시세보다 1% 비싸게 샀다'가 아니라 '감정평가액보다 1% 높게 썼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감정평가액은 오늘의 값이 아닙니다.
경매 감정평가는 경매개시결정 직후에 이뤄집니다. 채권자가 신청하고, 법원이 개시하고, 감정평가사가 값을 매기고, 매각기일이 잡히기까지 통상 1년 안팎이 걸립니다. 유찰이 몇 차례 반복되면 그 간격은 더 벌어집니다. 지금 법정에 나와 있는 서울 아파트 중 상당수는 2023년에서 2024년 사이에 값이 매겨진 물건입니다. 그 사이 서울 아파트값이 오른 만큼, 감정가와 실거래가의 간극도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감정가 8억원짜리가 13억원에 낙찰되고, 감정가의 164%를 써낸 물건에 40명이 몰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응찰자들은 시세보다 비싸게 산 것이 아니라, 낡은 감정가를 현재 시세 쪽으로 끌어올린 것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감정가가 최근에 매겨진 물건은 낙찰가율이 90%만 나와도 실제로는 시세에 가깝게 산 것일 수 있습니다.
전국 낙찰가율이 85.4%로 1년 4개월 만의 최저를 기록한 것과 서울의 101%가 함께 나타나는 이유도 같습니다. 감정 시점 이후 값이 오른 지역과, 오르지 않은 지역이 갈렸기 때문입니다.
같은 주, 감정가 70% 이하가 790건인 시장
법원경매 옆에는 공매가 있습니다. 캠코는 8월 18~19일 온비드를 통해 8742억원 규모의 압류재산 2392건을 매각합니다. 개찰은 20일입니다.
구성을 보면 성격이 분명합니다. 부동산이 2320건, 동산이 72건입니다. 부동산 중에서는 임야를 포함한 토지가 1393건으로 가장 많고, 아파트·주택 등 주거용 건물이 494건입니다. 이 494건 가운데 서울·경기 등 수도권 물건이 275건으로 절반을 넘습니다. 그리고 전체 2392건 중 790건은 이미 감정가의 70% 이하까지 최저입찰가가 내려간 물건입니다.
압류재산 공매는 세무서나 지자체가 체납된 세금을 받기 위해 압류한 재산을 캠코가 대신 파는 절차입니다. 채무 불이행으로 넘어오는 법원경매와 출발점이 다릅니다. 최저입찰가가 매 회차 일정 비율씩 내려가기 때문에, 70% 이하 물건이 790건이라는 말은 그만큼 여러 차례 유찰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싸서 남은 것이 아니라, 팔리지 않아서 싸진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첫째, 감정평가일입니다. 감정평가서 표지에 적힌 가격시점을 먼저 보십시오. 그 날짜와 매각기일 사이의 시차가 낙찰가율의 의미를 결정합니다. 시차가 길고 그 사이 해당 지역 시세가 올랐다면 낙찰가율 100% 초과는 자연스러운 결과이고, 시차가 짧다면 100%는 그대로 고가 낙찰 신호입니다.
둘째, 명도 책임입니다. 캠코도 이번 공고에서 명시했듯 압류재산 공매에서 임차인에 대한 명도 책임은 매수자에게 있습니다. 법원경매에는 인도명령 제도가 있어 비교적 빠르게 점유를 확보할 수 있지만, 공매는 원칙적으로 명도소송을 거쳐야 합니다. 낙찰 후 실제 사용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입찰가에 미리 넣어두어야 합니다.
셋째, 취소 가능성입니다. 체납자가 세금을 내거나 송달이 되지 않으면 공매 절차 자체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입찰 준비에 들인 시간이 무산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넷째, 물건 구성입니다. 이번 회차의 58%가 토지이고, 그중 상당수가 임야입니다. 임야는 진입도로, 지목, 개발행위허가 여부에 따라 활용 가치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감정가 대비 몇 퍼센트'라는 숫자만으로 판단하기 가장 위험한 유형입니다.
경매와 공매에서 진짜 기준선은 감정가가 아니라 오늘의 시세입니다. 감정가는 과거 어느 시점의 참고값일 뿐입니다. 낙찰가율이라는 지표를 볼 때는 분자가 아니라 분모를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