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주택산업연구원이 9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를 발표했습니다. 전국 86.3. 전월보다 6.9포인트 내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분양물량 전망지수는 97.1로 9.0포인트 올랐고,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108.8로 1.2포인트 올랐습니다.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는 105.9, 무려 14.9포인트 급등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사업자들이 답한 네 개의 숫자입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더 많이, 더 비싸게 내놓겠지만, 더 안 팔릴 것 같다. 공급하는 쪽이 스스로 그렇게 답했습니다.
지수 하나만 보면 절반을 놓칩니다
이 조사는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전달 19~28일에 이뤄집니다. 실적이 아니라 심리지표입니다. 기준선은 100이고, 100을 밑돌면 나빠질 것으로 보는 응답이 많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지수마다 '100 초과'의 의미가 다릅니다. 분양전망지수 86.3은 분양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뜻이지만, 분양가격 108.8은 분양가가 오를 것이라는 뜻이고, 미분양물량 105.9는 미분양이 늘어날 것이라는 뜻입니다. 즉 100을 넘긴 두 지수는 좋은 신호가 아닙니다. 오히려 수요자에게는 가장 불편한 조합입니다.
특히 미분양 전망의 14.9포인트 급등이 눈에 띕니다. 이 정도 폭의 이동은 한두 개 단지의 성적이 아니라, 하반기 물량을 준비하는 업계 전반의 판단이 한 달 사이에 바뀌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서울 93.9, 인천 74.1 — 수도권이라는 말이 무의미해졌습니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84.0(-4.5p), 비수도권 86.8(-7.4p)로 전 권역이 기준선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수도권이 오히려 비수도권보다 낮습니다.
그 안을 열어보면 격차가 더 큽니다. 서울은 93.9로 3.4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지만, 인천은 74.1로 6.5포인트 떨어졌습니다. 경기는 83.9(-3.6p)입니다. 서울과 인천의 차이는 약 20포인트. '수도권 청약'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 판단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연구원은 하락 배경으로 네 가지를 함께 꼽았습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대출 규제,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 부동산 세제 개편을 둘러싼 불확실성, 그리고 높아진 분양가 부담입니다. 앞의 세 가지는 수요자의 돈줄에 걸리는 문제이고, 마지막 하나는 가격표의 문제입니다.
분양가가 내려오길 기다리는 전략은 위험합니다
가격표 쪽 사정은 이미 숫자로 나와 있습니다. 7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59로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원가가 오르는 국면에서 사업자가 분양가를 낮춰 물량을 밀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분양가격 전망지수가 108.8로 오히려 오른 이유입니다.
미분양의 성격도 봐야 합니다.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은 6만8217가구,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152가구입니다. 그리고 이 준공 후 물량의 약 85%가 비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미분양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곧 값이 싸질 것"이라고 읽으면 지역을 잘못 짚게 됩니다. 할인 분양이나 계약 조건 완화가 실제로 나오는 곳과, 여전히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인 곳이 같은 통계 안에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아야 하나
첫째, 지역 단위가 아니라 단지 단위로 좁혀 보십시오. 8월 서울 일부 단지는 40대 1을 넘겼고, 같은 달 지방 일부 단지는 1대 1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전망지수는 평균이고, 청약은 평균으로 당첨되지 않습니다.
둘째, 분양가와 인근 시세의 차이를 확인하십시오. 공사비가 최고치인 국면에서는 신규 분양가가 기존 단지 시세를 넘어서는 사례가 늘어납니다. 안전마진이 없다면 청약은 그저 새 집을 비싸게 사는 일이 됩니다.
셋째, 자금계획을 규제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십시오. 지수를 끌어내린 1순위 요인이 대출 규제와 금리입니다. 당첨 이후 중도금과 잔금 단계에서 막히는 사례가 실제로 나오고 있습니다. 당첨 확률보다 완납 가능성을 먼저 따져야 하는 시기입니다.
넷째, 준공 후 미분양 단지는 기피 대상이 아니라 협상 대상입니다. 다만 입지·마감·관리 상태를 직접 확인한 뒤여야 합니다.
이 지수는 예언이 아닙니다. 사업자들의 한 달치 기대심리일 뿐이고, 실제 청약 결과는 매주 뒤집힙니다. 다만 물량과 가격은 올리면서 판매 전망만 끌어내린 이번 조합은,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거리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비교적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가을 성수기의 청약장에서, 그 거리를 재는 일은 결국 청약자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