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가 멈췄는데 값은 올랐습니다.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1~29일 기준 3,091건. 5월 8,925건, 6월 5,160건에 이어 올해 가장 적은 숫자입니다. 그런데 같은 달 마지막 주(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5% 올라, 지난해 2월 첫째 주 상승 전환 이후 77주 연속 상승을 이어갔습니다. 거래절벽과 가격상승이 같은 달에 찍혔습니다. 보통 이 둘은 함께 가지 않습니다. 답은 수요가 아니라 매물 쪽에 있습니다.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먼저 멈췄다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6만1,432건까지 줄었습니다. 두 달 전 7만403건과 비교하면 12.8%, 1년 전 7만7,020건과 비교하면 약 20% — 1만5,000건 넘게 사라진 셈입니다. 강북구(-53.9%), 성북구(-53.3%), 중랑구(-52.4%), 구로구(-47.6%), 강서구(-47.3%) 같은 외곽 자치구에서 감소폭이 특히 컸습니다.
매물이 잠긴 이유는 두 가지가 겹칩니다. 첫째, 5월 9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개됐습니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가 더 붙습니다. 팔 때 세금이 커지면 파는 대신 버티는 쪽이 유리해집니다. 둘째, 정부가 8월 중 세제개편안 발표를 예고했습니다. 종부세율 인상,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지금 내놓는 것보다 내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판단이 확산됐습니다.
매수 쪽도 멈춘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6월 말 대출 규제로 시중은행의 15억원 이하 아파트 주담대 한도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었고, 기준금리는 7월 2.75%로 올랐습니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매수와 매도가 함께 멈춘 시장입니다. 다만 매도가 더 빨리, 더 깊게 멈췄습니다. 얇아진 호가판 위에서 몇 건의 거래가 그대로 시세가 되는 구조입니다.
오르는 지역이 바뀌었다
7월 마지막 주 상승률 1위는 강남 3구가 아니라 중랑구(0.53%)였습니다. 노원구 0.46%, 금천구 0.35%, 강북구 0.33%로 외곽 자치구가 전주보다 오름폭을 키웠습니다. 반면 송파구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6월 351건에서 7월 242건으로 23% 줄었습니다. 규제와 세금 부담이 가장 무겁게 걸리는 고가·핵심지에서 거래가 먼저 잠기고, 상대적으로 규제 밖에 있는 중저가 외곽으로 남은 수요가 흘러간 결과로 읽힙니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 자체는 7월 셋째 주 0.27%에서 넷째 주 0.25%로 2주 연속 줄었다는 점입니다. 방향은 아직 위지만, 속도는 느려지고 있습니다.
실수요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7월 거래량 숫자를 그대로 믿지 마세요. 실거래 신고 기한은 계약일로부터 30일입니다. 3,091건은 8월 말까지 더 채워집니다. 최종치는 지금보다 늘어나므로, 지금 시점의 '역대급 절벽'이라는 표현은 과장이 섞이기 쉽습니다. 확정치는 9월 초에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둘째, 8월 세제개편안이 실질적인 분기점입니다. 매도자가 멈춘 이유가 '내용을 몰라서'라면, 내용이 공개되는 순간 방향이 정해집니다. 보유세 부담이 예상보다 무거우면 그동안 잠겨 있던 다주택 매물이 나오면서 매물 수가 늘고 호가 조정이 붙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예상보다 온건하면 관망하던 대기 수요가 9월부터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느 쪽이든 8월 발표 직후 2~4주간의 매물 건수 변화가 가장 먼저 신호를 줍니다.
셋째, 매물 수를 직접 보세요. 지금 시장에서 가격보다 선행하는 지표는 매물입니다. 관심 단지의 매물 건수가 늘기 시작하면 협상 여지가 생기는 국면이고, 계속 줄어들면 얇은 거래에도 호가가 유지되는 국면입니다. 포털 매물 수는 매일 확인할 수 있고, 주간 가격 통계보다 며칠 빠릅니다.
지금 시장은 "값이 올랐으니 강세"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거래 3,091건 위에 얹힌 상승률이기 때문입니다. 대출 한도는 줄었고 금리는 올랐으며 세제는 미정입니다. 무리한 자금 계획을 세울 국면은 아니되, 8월 발표 후 매물이 늘어나는 구간은 실수요자에게 오랜만에 협상 카드가 생기는 시점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