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시계획 지도 위에 조용한 선 하나가 그어졌습니다. 지난 7월 22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수권분과위원회는 지구단위계획 일괄 재정비안을 수정가결했습니다. 핵심은 156개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 '서울형 시니어주택'을 지으면 기준용적률의 1.1배까지 완화해 준다는 내용입니다. 기준용적률이 800%인 상업지역이라면 880%까지 올려 지을 수 있습니다. 재열람 절차를 거쳐 8월 말 고시되면, 별도의 지구단위계획 변경 없이 건축 인허가 단계에서 곧바로 적용됩니다.
절차가 사라졌다는 것의 무게
용적률 10% 상향이라는 숫자만 보면 크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로 이번 조치에서 더 눈여겨볼 대목은 절차입니다. 지금까지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 계획에 없던 용도나 밀도를 쓰려면 지구단위계획 변경이라는 별도의 관문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위원회 심의와 주민 열람을 포함해 짧아도 1년, 길면 그 이상이 걸리는 과정입니다. 이번 재정비는 그 관문을 미리 열어둔 셈입니다. 사업자 입장에서 불확실한 1년이 사라지는 것은 용적률 몇 퍼센트보다 큰 변수입니다.
같은 재정비안에는 공동주택 관련 규제 완화도 함께 담겼습니다. 61개 구역이 대상인데, 59개 구역에서는 불허용도 계획에서 공동주택이 삭제됐고, 5개 구역에서는 10~15%였던 비주거시설 의무비율이 폐지됐습니다. 3개 구역에서는 준주거지역의 주거 부분 허용용적률을 250% 이하로 묶어두던 제한이 풀렸습니다. 상가 공실이 길어지는 지역에서 비주거 의무비율은 사업성을 갉아먹는 항목이었던 만큼, 개별 구역 단위로는 체감이 작지 않을 변화입니다.
고가 실버타운과 공공임대 사이
이번 인센티브가 겨냥한 대상은 분명합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서울형 시니어주택 공급 촉진계획'을 발표하면서 2035년까지 1만2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목표였던 '2040년까지 8000호'에서 물량은 늘리고 기한은 5년 당긴 수치입니다. 유형은 어르신안심주택, 노인복지주택, 자가형 시니어주택으로 나뉩니다.
배경에는 통계가 있습니다. 서울의 65세 이상 인구는 193만 명이고, 이 가운데 77%가 준공 20년이 넘은 노후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반면 선택지는 양극단에 몰려 있습니다. 보증금 수억 원대의 고가 실버타운이 한쪽이고, 소득 요건을 갖춰야 들어가는 공공임대가 다른 한쪽입니다. 그 사이, 집은 있지만 돌봄과 의료가 연계된 주거를 원하는 중산층 고령자를 위한 상품은 사실상 비어 있었습니다.
지원책도 이 지점을 향합니다. 65세 이상 무주택 어르신에게는 보증금을 최대 6000만 원까지 무이자로 지원해 초기 진입 문턱을 낮추고, 사업자에게는 토지매입비를 최대 100억 원(매입가의 20% 이내) 융자하고 건설자금 이자를 연 4%포인트, 최대 240억 원까지 보전합니다. 개화산역 공영주차장과 서초소방학교 등 공공토지에는 2031년까지 노인복지주택 약 800호를 짓는 계획도 포함돼 있습니다.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8월 말 고시 내용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156개 구역이라는 숫자는 서울 전체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일부입니다. 보유한 토지나 관심 있는 물건이 대상 구역에 들어가는지는 고시문에서 구역명 단위로 확인해야 하며, 재열람 과정에서 내용이 조정될 여지도 남아 있습니다.
둘째, 인센티브에는 품질 요건이 붙습니다. 서울시가 제시한 서울형 시니어주택 기준에는 데이케어센터, 의료·운동시설, 무장애 설계, 교류공간, 스마트홈 연동이 포함됩니다. 용적률만 받고 일반 임대주택처럼 운영하는 방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운영 주체와 서비스 계약 구조가 사업성의 실질을 좌우합니다.
셋째, 정비사업과의 접점입니다. 도시정비형 재개발에서 시니어주택을 도입하면 최대 200%의 용적률 인센티브가 별도로 적용됩니다. 노후 상업지역이나 준공업지역 정비를 준비하는 구역이라면, 시니어주택 도입 여부가 사업 계획 초기 단계에서 검토할 선택지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다만 과속해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용적률 완화는 공급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공사비가 여전히 높은 국면에서 10%의 밀도 상향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지는 개별 사업지의 토지비와 운영 수익이 결정합니다. 앞선 고령자 복지주택 사례에서 준공 후에도 입주자를 다시 모집하는 일이 반복됐다는 점도 기억할 만합니다. 짓는 것과 채우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8월 말 고시 이후 실제로 인허가가 접수되는 구역이 어디인지, 그 첫 몇 건이 이번 조치의 온도를 알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