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에서 외국인이 낀 부동산 거래 가운데 '이상거래'로 통보된 건수는 135건이었습니다. 1년 전 64건의 두 배가 넘습니다. 같은 기간 수도권 부동산 거래량 자체는 27% 줄었습니다(인천 29%, 경기 23% 감소). 거래는 줄었는데 의심 신호는 늘었다는 뜻입니다. 9월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종양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입니다.
먼저 용어를 정확히 해두겠습니다. '이상거래 통보'는 위법이 확정됐다는 말이 아닙니다. 국토부가 거래신고 내용과 자금조달계획서를 들여다보다 석연치 않은 대목을 발견해 국세청·금융당국·지자체로 넘긴 건수입니다. 여기서 시작되는 것은 조사이지 처벌이 아닙니다. 다만 통보 건수가 두 배로 뛰었다는 사실은, 감시망에 걸리는 거래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만합니다.
늘어난 쪽은 '30억원 위'였습니다
가격대를 나눠 보면 그림이 선명해집니다. 30억원 이상 초고가 거래의 통보 건수가 29건에서 62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10억~30억원 구간은 18건에서 28건이 됐습니다. 서울 전체 증가분(71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30억원 위에서 나온 셈입니다.
국적별로는 전국 통보 383건 중 중국인이 184건으로 48%를 차지했습니다. 미국인 107건, 그 밖의 국적이 92건이었습니다. 다만 국적 비중은 절대 인구와 거래 규모를 함께 봐야 합니다. 국내 체류·거래 규모가 큰 국적일수록 통보 건수도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어느 나라 사람이 문제다'가 아니라, 고가 구간에서 자금 흐름이 잘 안 보이는 거래가 늘고 있다는 쪽입니다.
대출 칸이 비어 있습니다
이 자료에서 가장 눈여겨볼 수치는 따로 있습니다. 올해 2~4월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서를 보면, 외국인 매수자의 52.2%가 '금융기관 대출' 항목을 적지 않았습니다. 내국인은 38.4%였습니다. 14%포인트 차이입니다.
대출 칸이 비었다는 건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정말 대출 없이 현금으로 샀거나, 국내 금융기관이 아닌 경로로 자금을 들여왔거나. 후자라면 국내 LTV·DSR 규제는 애초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같은 서울 아파트를 두고 내국인은 대출 한도에 묶여 있는데,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은 그 규제를 지나갑니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땅으로 넘어가면 흐름이 더 길게 보입니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는 2021년 말 16만7725필지에서 지난해 말 19만9003필지로 18.6% 늘었습니다. 중국인 보유분은 6만4171필지에서 8만5237필지로 32.8% 증가했습니다. 4년 사이 전체 증가폭의 상당 부분이 한 국적에서 나왔습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것
첫째,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효성입니다. 정부는 지난 8월 27일 서울·경기·인천 전역의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 효력을 2027년 8월 25일까지 1년 더 연장했습니다. 허가구역은 '살 때 허가를 받게' 하는 장치일 뿐, 자금 출처까지 자동으로 확인해주지는 않습니다. 이번 자료는 그 틈을 숫자로 보여준 것에 가깝습니다. 연장된 1년 동안 자금조달계획서 검증이 실제로 촘촘해지는지가 관건입니다.
둘째, 통보 이후의 결말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여러 번 확인했듯, 통보와 조사가 늘어도 과세·고발로 이어지는 비율은 별개입니다. 내년 봄 국세청·국토부 후속 발표에서 '적발 건수'가 아니라 '처분 건수'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감시가 강화됐는지를 가르는 것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입니다.
셋째, 내 물건의 가격대입니다. 증가분이 30억원 위에 몰려 있다는 건, 이 이슈의 실질 영향권이 강남권·용산 등 초고가 시장에 집중돼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용 84㎡ 실수요 시장에서 외국인 매수 경쟁을 체감할 일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다만 규제가 뒤따라 붙을 때는 구간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 즉 거래신고 서류 부담이 전반적으로 무거워질 가능성은 염두에 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9월 말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됩니다. 국토위에서는 공급난과 세제 부작용이 주요 쟁점으로 예고돼 있고, 이번 자료는 그 한복판에 놓일 재료입니다. 논쟁의 온도와 별개로, 확인해야 할 사실은 단순합니다. 거래량이 27% 줄어든 시장에서 의심 거래만 두 배가 됐다면, 감시망이 좋아진 것인지 빠져나가는 돈이 늘어난 것인지를 가려야 합니다. 두 답의 처방은 전혀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