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시장의 체온계가 3년 전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분양평가 전문업체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12개월 이동평균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전국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5.90대 1로 집계됐습니다. 5월(6.31대 1)보다 0.40포인트 낮고, 1년 전 같은 달(11.41대 1)과 비교하면 정확히 절반 수준입니다. 2023년 7월(5.56대 1) 이후 35개월 만의 최저치입니다.
숫자만 보면 "청약 열기가 식었다"는 한 줄로 정리됩니다. 하지만 지역별로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식은 것이 아니라, 갈라진 것에 가깝습니다.
서울은 113대 1, 제주는 0.17대 1
같은 6월, 서울의 1순위 경쟁률은 113.14대 1이었습니다. 전월 153.00대 1에서 40포인트 가까이 빠졌지만, 여전히 세 자릿수입니다. 반면 제주는 0.17대 1로 사실상 미달이었고, 충남 2.95대 1, 부산 3.70대 1, 경남 4.88대 1에 머물렀습니다. 전국 평균 5.90대 1이라는 숫자는 이 극단 사이 어딘가를 가리키는 통계적 중간값일 뿐, 실제로 그 정도 경쟁률을 겪은 지역은 많지 않습니다.
인천(4.28→4.59대 1)과 광주(0.18→1.90대 1)처럼 전월보다 오른 곳도 있습니다. 다만 광주의 반등은 직전 달이 0.18대 1이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바닥에서 조금 올라온 것이지, 수요가 돌아온 신호로 읽기는 이릅니다.
전국 평균이 떨어지는데 서울은 세 자릿수를 유지한다는 건, 청약 통장이 줄어든 게 아니라 한쪽으로 몰렸다는 뜻입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요즘 청약 경쟁률 낮다더라"를 근거로 서울 인기 단지에 도전하는 건 위험한 계산입니다.
분양가는 사상 최고, 미분양은 30개월째 6만호 위
경쟁률이 내려간 배경에는 가격이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143만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평균(2096만원)보다 2.2% 올랐습니다. 서울은 3.3㎡당 5131만원에서 5897만원으로 14.9% 뛰어, 상승액 766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컸습니다.
재고 쪽 신호는 더 무겁습니다. 5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239호입니다. 미분양이 6만호를 넘긴 상태가 30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부산이 2872호, 충남이 3489호 늘었습니다. 두 지역 모두 6월 경쟁률이 전국 평균을 밑돈 곳입니다. 경쟁률 하락과 미분양 누적이 같은 지도 위에서 겹치고 있다는 뜻입니다.
공급 측도 반응하고 있습니다. 6월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2만3000가구로 전월보다 7.6% 줄었고, 수도권은 13.3% 감소했습니다. 시행사들이 분양 시점을 미루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평균 경쟁률을 자기 지역에 대입하지 마십시오. 5.90대 1은 전국을 하나로 뭉갠 숫자입니다. 판단의 기준은 청약홈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해당 시·군·구, 해당 평형대의 최근 3~6개월 실제 경쟁률이어야 합니다.
둘째, 같은 지역 미분양 재고를 함께 확인하십시오. 국토교통 통계누리에서 시·군·구별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을 볼 수 있습니다. 신규 분양 단지 인근에 이미 팔리지 않은 물량이 쌓여 있다면, 입주 시점의 시세는 분양가가 아니라 그 재고가 결정합니다.
셋째, 분양가를 주변 시세와 직접 비교하십시오. 분양가가 사상 최고라는 말은 곧 안전마진이 얇아졌다는 뜻입니다. 인근 준신축 실거래가보다 분양가가 높다면, 그 단지는 시세 차익이 아니라 신축 프리미엄만 남은 상품입니다.
넷째, 미달 단지는 무조건 피할 대상이 아닙니다. 1순위에서 미달이 나면 2순위·무순위로 기회가 열립니다. 다만 무순위 청약은 무주택자로 자격이 제한되고 거주 요건 확인도 강화됐으니, 청약 전 자격 요건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경쟁률이 낮아진 국면은 실수요자에게 기회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기회는 "경쟁이 줄어서"가 아니라 "가격이 맞을 때" 성립합니다. 지금 시장이 요구하는 건 속도가 아니라 계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