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공급된 주거형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송파더그리드' 1393실에 청약 3955건이 들어왔습니다. 평균 경쟁률은 2.84대 1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나눠 보면 모습이 조금 달라집니다. 전용 75~79㎡가 포함된 4군은 53실 모집에 618건이 접수돼 11.7대 1을 기록했습니다. 나머지 1340실에는 3337건이 들어왔고, 경쟁률은 약 2.5대 1이었습니다. 청약통장 없이 송파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관심은 컸지만, 수요는 특정 면적에 몰렸습니다.
통장 없이, 주택 수와 관계없이
이 단지가 주목받은 이유는 청약 자격에 있습니다. 만 19세 이상이면 거주 지역, 청약통장 가입 여부, 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청약이 가점·무주택 요건과 높은 경쟁률로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통장 없이 서울 신축'이라는 조건은 유주택자와 저가점자 모두에게 대안이 됐습니다. 견본주택에는 10~13일 나흘 동안 약 1만3000명이 방문했고, 방문객은 위례·송파·강남·분당 일대에서 주로 왔다고 시행사 측은 밝혔습니다.
자금 조건도 부담을 낮추는 쪽으로 짜였습니다. 계약금은 분양가의 10%인데 1차는 1000만원 정액제로 받고, 첫 중도금 납부는 2027년 10월 말입니다. 전용 34~36㎡에는 중도금 무이자 조건이 붙었습니다. 입주 예정은 2031년 1월입니다.
평균 2.84대 1을 어떻게 읽을까
같은 주 서울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이 80대 1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2.84대 1은 높은 숫자가 아닙니다. 다만 1393실이라는 대규모 물량을 감안하면 전 군 마감 자체를 의미 있게 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경쟁률이 계약률과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오피스텔 청약은 통장이 필요 없는 만큼 신청 부담이 작습니다. 당첨돼도 계약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있어, 경쟁률이 실제 계약 의사보다 부풀려지기 쉽습니다. 분양가도 오피스텔은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아니어서 타입에 따라 4억원대부터 21억원대까지 폭이 넓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전용 84㎡는 13억~15억원대로 알려져 있는데, 시행사는 인근 성남·용인 수지 신축 아파트 실거래가보다 낮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그래도 이 비교가 성립하려면 오피스텔과 아파트의 전용률, 관리비, 향후 환금성 차이까지 함께 따져야 합니다.
정당계약은 9월 18~19일입니다. 4군처럼 경쟁이 뚜렷했던 타입이 아니라면, 계약 이후 잔여 물량이 나오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이 단지의 실제 수요를 가늠하는 더 정확한 방법입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확인할 세 가지
첫째, 대출 규제의 방향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주거용 오피스텔 집단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중도금·잔금 대출 여건이 나아지겠지만, 무산되면 2030년 전후 잔금 시점의 조달 계획을 다시 짜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검토 중'인 정책을 전제로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둘째, 주택 수와 세금입니다. 오피스텔은 업무용으로 쓰면 주택 수에서 빠지지만, 실제로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주택 수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직접 거주하실 계획이라면 '주택 수 미포함'이라는 홍보 문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마시고, 본인이 보유한 다른 주택과 합쳐 취득세·양도세를 미리 계산해 보셔야 합니다.
셋째, 시장 온도입니다. 7월 기준 수도권 미분양은 1만9459가구로 1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았고, 9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86.3으로 전달보다 6.9포인트 내려갔습니다. 서울 안에서도 입지와 상품에 따라 수요가 갈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청약에서 수요가 한 군에 몰린 것도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통장 없이 넣을 수 있는 청약은 문턱이 낮은 대신, 판단은 본인이 모두 떠안아야 합니다. 경쟁률보다 계약 이후 잔여 물량, 그리고 대출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정해지는지를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