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납니다. 부동산R114가 10월 28일 낸 집계를 보면 11월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5만6533가구입니다. 작년 11월(2만9895가구)보다 89.1% 많고, 10월(1만6396가구)과 비교하면 세 배가 넘습니다. 그런데 같은 주에 나온 청약 결과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경기 화성 동탄의 1808가구 대단지 '아크메르 동탄'은 1순위 평균 경쟁률이 1.02대 1이었습니다. 모집 가구 수를 겨우 넘긴 셈입니다. 물량은 늘었는데 청약자는 단지를 가려서 넣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늘어난 11월 물량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짚어 보겠습니다.
미뤄둔 단지가 한꺼번에 나옵니다
11월 물량은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수도권이 3만2017가구로 전체의 56.6%입니다. 경기 2만278가구, 서울 7240가구, 인천 4499가구입니다. 서울은 작년 같은 달보다 146.2%, 인천은 226.5% 늘었습니다. 지방도 2만4516가구로 작년(6644가구)의 약 3.7배입니다. 지역별로는 경북(5723가구), 세종(3547가구), 대전(3404가구) 순으로 많습니다.
눈에 띄는 단지도 여럿입니다. 반포주공1단지를 재건축하는 서초구 '디에이치 반포124'는 총 5007가구 가운데 1832가구를 일반분양하며, 11월 27일 모집공고가 예정돼 있습니다. 종로구 돈의문2구역 재개발 단지 '경희궁 에피트'(일반분양 135가구)도 이달 분양 예정입니다. 부동산R114는 건설사들이 미뤄 온 핵심 단지가 한꺼번에 나오는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예정 물량은 계획일 뿐입니다. 인허가나 분양가 협의가 늦어지면 다음 달이나 해를 넘겨 밀리는 일이 흔합니다. 관심 단지가 있다면 모집공고가 실제로 나왔는지 청약홈에서 확인하시는 것이 먼저입니다.
동탄 1.02대 1이 보여준 것
아크메르 동탄의 청약 결과를 자세히 보면 요즘 청약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용 84㎡ 분양가는 16억5120만~17억1680만 원이고, 발코니 확장비 2900만 원은 따로 냅니다. 특별공급은 726가구 모집에 269건이 접수돼 평균 0.37대 1에 그쳤습니다. 1순위에서는 특공 미달분을 포함한 1559가구 모집에 1583건이 들어왔습니다.
블록별로는 결과가 갈렸습니다. 95블록은 684가구 모집에 888건이 접수돼 1.30대 1로 모집 인원을 채웠습니다. 99블록은 875가구에 695건이 들어와 0.79대 1로 미달이었습니다. 두 블록은 당첨자 발표일이 달라 중복 청약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실제 청약자 수는 접수 건수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주택형별 차이는 더 컸습니다. 95블록 84㎡C 타입에는 82가구 모집에 644건이 몰렸습니다. 반면 95블록의 전용 116㎡ 이상 대형은 모든 타입이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시행사는 동탄역 롯데캐슬 84㎡가 지난 6월 22억2500만 원에 거래된 사례를 들어 시세보다 싸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청약자들은 같은 단지 안에서도 값과 평형을 꼼꼼히 따져 통장을 넣었습니다.
숫자보다 먼저 봐야 할 세 가지
시장 전체의 청약 열기도 식어 있습니다. 업계 집계로 9월 전국 1순위 평균 경쟁률은 5.15대 1로, 6개월 연속 떨어져 39개월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물량이 쏟아지면 청약자에게는 고를 단지가 많아집니다. 대신 단지별 결과는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동산R114도 대출 규제와 분양가 상승이 이어지는 만큼, 분양가상한제 단지나 도심 핵심 입지로 수요가 몰리는 '선별 청약'을 전망했습니다. 11월 청약을 준비하신다면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십시오. 비교할 때는 최고 거래가가 아니라 최근 실거래가 흐름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발코니 확장비와 유상 옵션까지 더한 실제 부담액으로 비교해야 합니다.
둘째, 계약금 이후의 자금 계획을 세워 두십시오. 아크메르 동탄은 1차 계약금을 1000만~3000만 원으로 낮췄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계약금은 계약 후 30일 안에 내야 하고, 중도금과 잔금도 이어집니다. 대출 한도가 줄어든 지금은 잔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당첨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셋째, 경쟁률이 낮다고 좋은 기회라고 단정하지 마십시오. 미달 주택형은 무순위나 잔여 세대로 다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조건이 바뀌는지, 할인 분양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반대로 정비사업 일반분양처럼 입지가 확실한 단지는 가점 경쟁이 치열할 수 있습니다. 내 가점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계산해 두셔야 합니다.
11월에는 분양 물량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동탄의 1.02대 1이 보여주듯, 모든 단지에 청약자가 몰리지는 않습니다. 청약 일정에 맞추기보다 단지별로 가격과 자금 계획을 먼저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