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파트 청약시장이 처음으로 '미달' 구간에 들어섰습니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해 보니, 9월 기준 부산의 1순위 평균 경쟁률(최근 12개월 이동평균)은 0.67대 1이었습니다. 2021년 조사를 시작한 뒤 1대 1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같은 기간 서울은 94.58대 1로 한 달 전보다 3.31포인트 올랐습니다. 전국 평균은 5.15대 1로 6개월 연속 떨어졌는데, 서울과 지방의 차이는 오히려 더 벌어졌습니다.
숫자로 본 부산: 24곳 중 20곳이 1순위 미달
0.67대 1은 1순위 통장 접수 건수가 모집 가구 수의 3분의 2에 그쳤다는 뜻입니다. 단지별로 보면 상황이 더 분명합니다. 최근 1년 동안 부산에서 분양한 24개 단지 가운데 20곳은 1순위 접수 건수가 모집 가구 수보다 적었고, 1대 1을 넘긴 곳은 4곳뿐이었습니다.
하락 속도도 빠릅니다. 부산의 12개월 이동평균은 5월 3.84대 1에서 4개월 연속 내려갔고, 9월 한 달에만 1.35포인트 빠졌습니다.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입니다. 9월에 모집공고를 낸 부산 2개 단지는 모두 1대 1을 넘지 못했습니다.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금강펜테리움 에코리버'는 348가구 모집에 8명이 신청해 0.02대 1을 기록했고, 수영구 '쌍용 더 플래티넘 센텀'은 46가구 모집에 27명이 신청해 0.59대 1이었습니다.
미분양 통계도 같은 흐름입니다. 8월 말 부산의 미분양은 7594가구로 경기(1만4509가구)와 충남(9579가구)에 이어 전국 3위입니다. 전국 미분양은 6만9134가구로 4개월 연속 늘었고, 1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습니다.
왜 중요한가: 새 아파트가 '남은 아파트'와 경쟁합니다
이번 수치는 단순히 '청약 열기가 식었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리얼하우스 김선아 분양분석팀장은 "당첨만 되면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단지가 서울 일부로 좁아지면서 청약 대기 수요 자체가 줄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방 수요자는 이미 쌓인 미분양 물량과 새 분양 단지를 함께 놓고 비교하기 때문에, 분양가와 입지에서 뚜렷한 장점이 없으면 청약자를 모으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미분양이 쌓인 지역에서는 청약통장을 쓸 이유가 약해집니다. 통장을 쓰지 않아도 선착순 계약이나 무순위 물량으로 집을 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순위 미달은 '인기가 없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수요자가 통장을 아끼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다른 지방도 비슷합니다. 9월 전국에서 모집공고를 낸 22개 단지 중 13곳이 1대 1에 못 미쳤습니다. 천안 '두정역 푸르지오 그랑피크'는 1382가구 모집에 182명만 신청해 0.13대 1이었습니다. 반대로 진주 '판문지구 레이크써밋 웰가'는 346가구에 1만2091명이 몰려 34.95대 1을 기록했습니다. 지방이라고 모두 외면받는 것은 아니고, 단지마다 결과가 크게 갈린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나: 다음 주 해운대, 그리고 계약 조건
가까운 시험대는 다음 주입니다. 해운대구 반여동 '트리븐센텀 1·2단지'(1644가구, 두산에너빌리티)가 10월 27일 1순위 청약을 받습니다. 부산 이동평균이 1 아래로 떨어진 뒤 처음 나오는 대단지라, 결과에 따라 부산 분양시장의 바닥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청약이나 매입을 고민하신다면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 1순위 경쟁률보다 계약률을 보세요. 1순위가 미달돼도 2순위와 무순위에서 채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쟁률이 높아도 계약 포기가 많을 수 있습니다. 공고 이후 선착순 분양이나 계약 조건 변경이 나오는지가 실제 수요를 더 잘 보여줍니다. - 분양가를 주변 미분양 할인가와 비교하세요. 인근 시세뿐 아니라, 근처 미분양 단지가 할인이나 중도금 무이자 같은 조건을 내걸고 있는지 함께 보셔야 합니다. 같은 생활권에 더 싼 미분양이 있다면 새 분양의 가격 경쟁력은 약해집니다. - '평균'보다 '단지'를 보세요. 진주와 천안의 사례처럼 같은 지방에서도 결과는 수십 배 차이가 납니다. 지역 평균 경쟁률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입지, 분양가, 브랜드, 단지 규모를 하나씩 따져야 합니다.
0.67대 1은 부산 청약시장이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앞으로 시장이 계속 무너진다는 뜻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수요자에게 협상력이 넘어왔다는 뜻으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서두르기보다 조건을 비교하며 기다리는 쪽이 유리한 시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