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을 기다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2022년 고양창릉 사전청약에 당첨돼, 언젠가 올 본청약을 기다려온 이들입니다. 지난 7월 2일 그 공고문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당첨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분양가가 아니었습니다. 4년 전 공고문에 분명히 적혀 있던 대출 조건 세 줄이, 새 공고문에는 없었습니다.
이달 27일 본청약을 앞둔 고양창릉 S-3·S-4블록은 모두 2,306가구입니다. S-3블록 1,282가구는 이익공유형, S-4블록 1,024가구는 일반 공공분양입니다. 사전청약 당첨자 대상 청약은 20~21일, 일반 청약은 27~29일에 진행됩니다.
공고문에서 사라진 세 줄
2022년 사전청약 모집공고는 당첨자에게 전용 주택담보대출을 약속했습니다. 연 1.9~3.0% 고정금리, 최장 40년 만기, LTV 80%, 최대 5억원 한도. 주변 시세보다 30% 낮은 분양가와 함께, 이 대출 조건은 사전청약을 선택하게 만든 핵심 유인이었습니다. 당시 S-3블록은 877가구 모집에 청약통장 2만773개가 몰렸습니다.
이번 본청약 공고문에는 이 전용 모기지 안내가 실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일반 디딤돌 대출이 제시됐습니다. 한도 최대 4억원, 만기 30년, 금리는 연 1.8~4.5%. LTV도 최대 70%(생애최초 일부 80%)로 표기됐습니다. 중도금 집단대출 항목은 '미정'이었습니다.
당첨자들은 "정책 사기극"이라며 집단행동을 예고했습니다.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은 9일 "국민들은 최대 3% 금리, LTV 80%, 최장 40년이라는 조건을 믿고 참여했다"며 "적어도 40년 만기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토부는 절반을 지켰습니다
국토교통부는 7일 해명을 내놨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사전청약 당첨자에게는 약속대로 주택도시기금 전용 모기지를 지원한다. 한도는 최대 5억원, LTV 80%, DSR은 적용하지 않는다. 디딤돌 대출의 소득 기준이나 주택가격 요건과 무관하게 모든 사전청약 당첨자가 대상이다. 중도금 역시 첫 납부 시점이 2027년 5월이므로, 2027년 1분기에 집단대출 협약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한도·LTV·DSR은 지켜집니다. 여기까지는 당첨자들의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된 셈입니다.
문제는 그다음 문장입니다. "금리와 만기 등 세부 조건은 시장 상황 변동 등을 감안해 대출 신청 시점의 디딤돌 대출 요건을 적용한다."
즉 연 1.9~3.0% 고정금리도, 최장 40년 만기도 확약된 것이 아닙니다. 4년 전 공고문의 숫자가 아니라, 잔금을 치를 시점의 디딤돌 조건이 적용됩니다. 당첨자들이 지금 문제 삼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입니다.
숫자로 보면, 매월 74만원
같은 5억원을 빌린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전청약 당시 조건(40년 만기, 연 3.0%)이면 월 원리금은 약 179만원입니다. 현행 디딤돌 상단 조건(30년 만기, 연 4.5%)이면 약 253만원입니다. 매월 74만원, 연간 890만원 차이입니다. 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줄어든다면 부족한 1억원은 별도로 마련해야 합니다.
분양가는 S-3블록 전용 59㎡가 약 4억9,000만원, 84㎡가 약 7억원입니다. S-4블록은 59㎡ 약 6억2,000만원, 84㎡ 약 8억6,000만원. 시세 대비 저렴하다는 평가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저렴한 분양가는 자기자본이 있어야 의미가 있고, 대출 조건은 매달의 현금흐름을 결정합니다. 두 사람이 같은 집을 같은 값에 사도, 대출 조건이 다르면 사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이것은 고양창릉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부는 2024년 5월 공공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했습니다. 제도는 멈췄지만, 이미 당첨된 사람들의 본청약은 지금부터 순차적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앞선 사례들이 무엇을 예고하는지는 이미 드러났습니다.
고양창릉 S-1블록은 사전청약 배정 362가구 중 실제 본청약 접수가 212명에 그쳤습니다. 150명, 41.4%가 포기했습니다. 확정 분양가가 사전청약 당시 추정가보다 1억4,161만원 올랐기 때문입니다. 남양주왕숙2 A-3블록은 상승률이 30.0%에 달했습니다.
사전청약은 '먼저 당첨을 확정해 드립니다'라는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나 확정된 것은 순번뿐이었고, 가격도 대출도 그때 가서 정해졌습니다. 4년의 시차 동안 시장이 움직였고, 그 위험은 결과적으로 당첨자가 떠안았습니다.
무엇을 봐야 합니까
첫째, 이달 20~21일 사전청약자 청약을 앞둔 분이라면 금리·만기 조건이 문서로 확정됐는지 확인하십시오. 국토부의 보도해명 자료는 행정 설명이지, 대출 약정이 아닙니다. 한도와 LTV는 명시됐지만 금리와 만기는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이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둘째, 중도금 집단대출 협약 시점을 기억하십시오. 2027년 1분기 '추진'입니다. 확정이 아닙니다. 첫 납부는 2027년 5월입니다.
셋째, 일반 청약(27~29일) 참여자는 전용 모기지 대상이 아닙니다. 위 논란은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적용되는 사안입니다. 일반 청약자는 통상의 디딤돌·보금자리론 요건으로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사전청약의 교훈은 단순합니다. 공고문의 숫자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확정된 것과, 그때 가서 정해질 것. 4년 전 고양창릉 공고문은 그 둘을 같은 활자 크기로 인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