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내 집'을 예약해 둔 사람들이 막상 본청약 때 손을 뗐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집계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인천계양 A6블록 본청약에서 사전청약 당첨자의 38.3%가 청약을 포기했습니다. 전용 84㎡A·B로 좁히면 당첨자 29명 가운데 15명만 신청해 이탈률이 48.3%에 이릅니다. 반대로 같은 84㎡A 일반공급은 9가구 모집에 167명이 몰려 18.56대 1을 기록했습니다. 기다린 사람은 떠나고 새로 온 사람은 줄을 선 셈인데요, 이 엇갈림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추정가와 확정가 사이, 1억8663만 원
가장 큰 이유는 가격입니다. 서울경제와 한국경제 보도를 종합하면 A6블록 전용 84㎡A의 본청약 분양가는 7억1433만 원입니다. 2023년 사전청약 때 제시한 추정 분양가 5억2770만 원보다 1억8663만 원(35.4%) 비쌉니다. 59㎡A는 3억8262만 원에서 5억 원대 중반으로 39.8% 올랐습니다. 금액은 84㎡가, 상승률은 59㎡가 가장 컸습니다.
이 단지만의 일은 아닙니다. 남양주왕숙2 A-3블록 84㎡는 추정가보다 30.0%, 고양창릉 S1블록 84㎡는 22.1% 올랐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본청약을 마친 31개 블록 가운데 30곳의 분양가가 추정가를 웃돌았습니다. 정부 기준 공사비인 기본형건축비가 4년 동안 22.3% 오른 데다 본청약이 늦어지면서 그 상승분이 고스란히 분양가에 실렸습니다. 남양주왕숙2 A-3는 본청약이 2024년 9월에서 올해 5월로 1년 8개월가량 밀렸습니다.
사전청약 당첨자로서는 계획보다 수억 원을 더 마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가계대출 규제로 차입 문턱까지 높아져 있어, 늘어난 금액을 짧은 기간에 조달하기 어렵다는 점이 포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런데 왜 일반공급은 몰렸을까
같은 가격인데도 새 청약자에게는 여전히 해볼 만한 값으로 보였다는 뜻입니다. 사전청약 당첨자는 '처음 들은 가격'과 비교하고, 신규 청약자는 '지금 주변 시세'와 비교합니다. 기준점이 다르니 같은 7억 원도 한쪽에는 비싸고 다른 쪽에는 쌉니다.
물량 구조도 영향을 줬습니다. 사전청약자가 빠진 자리는 일반공급으로 넘어갑니다. A6블록은 663가구 가운데 59㎡가 529가구이고 84㎡는 42가구(6.3%)뿐이라, 국민평형 일반공급 자체가 귀했습니다. 이 단지는 실거주 의무가 없고 전매제한이 3년이라는 점도 수요를 끌어들인 요인으로 꼽힙니다. 다만 9가구 모집에 나온 18.56대 1은 표본이 작은 숫자입니다. 단지 전체 일반공급 평균은 8.99대 1로, 이 둘을 구분해서 보셔야 합니다.
앞선 단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습니다. 인천계양 A2는 이탈률 41.8%, 남양주왕숙 A1·A2는 39.5%였습니다. 왕숙 A1·A2는 그 결과 일반공급이 503가구로 두 배 넘게 늘었고 평균 경쟁률은 19.8대 1이었습니다. 이탈률이 25.7%로 비교적 낮았던 남양주왕숙2 A-3는 일반공급 경쟁률이 126.8대 1까지 올랐습니다.
실수요자가 지금 봐야 할 것
첫째, 추정 분양가는 약속이 아닙니다. 사전청약 가격표는 '그때 기준의 예상치'일 뿐입니다. 아직 본청약을 기다리는 블록에 당첨되셨다면, 추정가에 20~40%를 더한 금액으로 자금 계획을 다시 짜 보시는 게 현실적입니다. 정부는 2024년 사전청약을 중단했지만, 이미 뽑힌 당첨자의 본청약은 앞으로도 차례로 이어집니다.
둘째, 이탈 물량은 일반 청약자의 기회입니다. 사전청약 비중이 큰 블록일수록 본청약 때 일반공급이 늘 수 있습니다. 공고문에서 사전청약 당첨자 접수 결과와 일반공급 최종 물량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A6블록은 사전청약 당첨자 접수(9월 17~18일)가 일반공급(9월 30일~10월 2일)보다 먼저 진행됐습니다.
셋째, 계약과 입주까지의 현금 흐름을 따져 보세요. A6블록 계약은 12월, 입주는 2029년 6월 예정입니다. 경쟁률보다 중요한 것은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시점의 대출 가능액입니다. 당첨된 뒤 포기하면 그동안 쌓은 청약 기회만 날아갑니다.
결국 사전청약 이탈률은 '3기 신도시 인기가 식었다'는 신호라기보다, 추정가와 확정가 사이 간극을 누가 감당할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기다림에도 비용이 붙는다는 점, 남은 본청약 단지를 보실 때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