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고치는 방식이 조용히 바뀌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 따르면 2026년 6월 부분 시공 계약금액은 전년 동월의 약 3배로 늘었습니다. 지난해 문을 연 주방 부분 시공은 출시 1년 만에 16배가 됐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업계 일부에서는 풀 리모델링 매출이 20%가량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수요가 사라진 게 아니라, 수요의 '단위'가 쪼개진 것입니다.
매출은 줄었는데, 이익은 늘었습니다
숫자가 이 변화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한샘의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81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줄었습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214억원으로 약 146% 늘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1.0%에서 2.6%로 올라섰고, 원가율은 75.6%에서 72.4%로 내려갔습니다. 리하우스 부문 매출은 2961억원으로 13.0% 증가했습니다.
LX하우시스는 상반기 매출 1조7544억원(+9.6%), 영업이익 1008억원(+407.5%)을 기록했습니다. 창호·바닥재 같은 건축장식자재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 큽니다.
두 회사의 방향은 다르지만 결론은 같습니다. 덩치 큰 신축·풀 리모델링 공사가 아니라, 자재와 부분 공사가 실적을 떠받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매출이 줄어도 이익이 늘어난 구조는, 고객이 '적게 쓰되 자주 쓰는' 쪽으로 옮겨갔다는 신호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왜 통째로 안 고치는가
세 가지 숫자가 배경입니다.
첫째, 공사비입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6년 5월 137.6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 12월과 비교하면 약 40% 높습니다. 같은 30평대 아파트를 예전 견적대로 통째로 고치려면, 체감 부담이 그만큼 커진 셈입니다.
둘째, 거주 형태입니다. 올해 1~4월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약 95만 건으로 매매의 4.3배였습니다. 임차인은 집주인 동의 없이 큰 공사를 하기 어렵고, 몇 년 뒤 떠날 집에 수천만 원을 넣기도 부담스럽습니다. 남는 선택지는 주방 상판, 조명, 도배·장판, 중문 같은 '떼어 쓰는' 공사입니다.
셋째, 집값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입니다. 나중에 팔 때 회수된다는 확신이 없으면, 지출은 자연히 필수 보수 쪽으로 좁아집니다.
53.8%가 낡았다는 뜻
국토교통부 전국 건축물 통계(2024년 말 기준)를 보면, 사용승인 후 30년이 지난 노후 건축물은 전체 동수의 44.4%입니다. 용도별로는 주거용이 53.8%로 가장 높습니다. 상업용(34.4%), 교육·사회용(26.4%)과 격차가 큽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37.7%, 지방 47.1%입니다.
집의 절반 이상이 30년을 넘겼는데 재건축·재개발은 사업성과 절차에 막혀 있고, 신축 분양가는 공사비를 타고 올라가 있습니다. 그 사이에 낀 수요가 '고쳐 쓰기'로 흘러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주택 리모델링 시장이 2022년 17조8000억원에서 2030년 29조4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실수요자가 봐야 할 것
첫째, 부분 시공은 '싸게 하는 법'이 아니라 '나눠서 하는 법'입니다. 3년에 걸쳐 주방·욕실·창호를 순서대로 하면 한 번에 하는 것보다 총액은 대개 더 듭니다. 대신 현금 부담이 분산되고, 사는 동안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사 계획이 3년 안에 있다면 부분 시공이, 10년 이상 거주라면 한 번에 하는 쪽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회수되는 공사와 안 되는 공사를 구분하십시오. 창호·단열·배관·전기 용량 같은 성능 공사는 노후 아파트에서 하자와 관리비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반면 취향이 강하게 들어간 마감은 매도 시점에 값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셋째, 임차 중이라면 원상회복 범위를 계약서로 남기십시오. 부분 시공이라도 붙박이·타일·중문은 분쟁이 잦습니다. 공사 전 사진과 임대인 서면 동의는 비용보다 싼 보험입니다.
넷째, 노후 아파트를 살 때는 '리모델링 여지'를 값에 넣어 보십시오. 30년 넘은 단지가 절반을 넘긴 시장에서는, 매매가에 향후 수리비 3000만~1억 원을 얹은 총액이 실제 진입 비용입니다. 같은 평형·같은 가격이라도 배관 교체 이력과 세대 전기 용량이 다르면 총비용은 크게 갈립니다.
집을 통째로 바꾸는 시대에서, 필요한 곳만 고쳐 오래 사는 시대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3배와 16배라는 숫자는 인테리어 업계의 실적표이자, 지금 주거 시장이 처한 조건을 그대로 옮겨 적은 기록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