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두 달 남았습니다. 이 두 달 동안 서울 민간 정비사업장에서 3만1000가구를 착공하겠다는 목표가 나왔습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월 30일 노원구 상계2구역 재개발 현장을 찾아 "상계2구역을 비롯한 민간 정비사업을 통해 서울에 연말까지 3만1000가구를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바로 전날 발표한 신규 택지 6곳이 모두 경기도여서 서울 물량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정부가 서울 공급의 무게를 재개발·재건축 착공으로 옮기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착공은 발표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주와 철거가 끝나야 첫 삽을 뜰 수 있습니다.
인허가가 아니라 '착공'을 세는 이유
홍 장관은 "주택공급은 계획과 인허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착공과 준공으로 이어져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비구역 지정이나 사업시행인가 건수는 숫자가 커 보여도 실제 입주까지 10년 넘게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착공은 다릅니다. 착공 후 보통 3년 안팎이면 입주가 시작되므로, 시장이 실제로 받아들일 공급 시점을 가늠하기 쉽습니다.
정부는 올해 수도권 민간 정비사업에서 7만2000가구 착공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는 2030년까지 수도권 정비사업 23만4000가구의 착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3만1000가구는 이 계획 가운데 서울에서 올해 거둘 성과를 처음으로 따로 제시한 숫자입니다. 다만 이미 착공한 물량이 얼마인지, 남은 두 달 동안 착공해야 할 물량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연말 결과가 나올 때 목표와 실적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착공 앞을 막는 것은 이주비입니다
착공 직전 단계에서 사업을 가장 많이 멈춰 세우는 것은 이주비입니다. 서울시는 올해 1월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장 43곳을 점검했는데, 그중 39곳(91%)이 이주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 39곳의 계획 물량은 약 3만1000호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착공 목표와 숫자가 같지만 서로 다른 집계이므로 같은 물량으로 보시면 안 됩니다. 그래도 서울 정비사업 공급이 결국 이주 단계에서 막힌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 줍니다.
규제지역에서는 이주비 대출에 1주택자 LTV 40% 규제가 적용되고, 다주택자는 대출이 사실상 막혀 있습니다. 8·13 대책은 종전자산과 종후자산(사업 후 받을 새 집의 평가액) 가운데 큰 금액을 담보가치로 쳐 주도록 산정 방식을 바꿨습니다. 국토부는 이렇게 하면 평균 30% 정도 더 빌릴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그런데도 상계2구역 조합은 이번 간담회에서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개선, 공사비 분쟁 조정을 건의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관리처분 인가 전이라도 대출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지위 양도 제한은 일괄 적용이 어렵다며 결론을 미뤘습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보셔야 할 세 가지
첫째, 사업장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보셔야 합니다. 상계2구역은 약 10만㎡ 부지에 임대 426가구를 포함한 2200가구 규모입니다. 아직 관리처분인가 전이고 이주는 내년에 시작될 예정입니다. 장관이 찾은 현장도 올해 안에 착공하기는 어려운 단계라는 뜻입니다. 연내 착공 물량은 이미 이주·철거를 마쳤거나 마무리 중인 곳에서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관심 있는 구역의 이주 완료율과 철거 진행 상황을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먼저입니다.
둘째, 인센티브에는 기한이 있습니다. 8·13 대책에 따르면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개발 사업장이 현금청산자의 부동산을 취득하고 2년 안에 착공하면 취득세를 줄여 줍니다. 2027년까지 취득하면 전액 면제, 2028년 취득분은 75% 감면입니다. 또 2028년까지 착공하는 사업장은 임대주택 인수가격이 기본형건축비의 80%에서 100%로 오릅니다. 이 기한을 맞출 수 있는 조합은 사업비 부담이 줄지만, 맞추지 못하면 혜택이 없습니다. 조합 총회 자료에 착공 목표 시점이 나와 있는지 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 남아 있습니다.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을 최대 1.2배까지 높이는 방안은 국토부와 서울시가 협의 중입니다. 국토부는 서울시 답변을 기다린다고 했고, 서울시는 오래 건의해 온 사안이라며 정부가 바로 추진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용적률은 일반분양 물량과 분담금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혜택을 매입가에 미리 반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연말에 3만1000가구 가운데 실제로 몇 가구가 착공됐는지 집계가 나올 것입니다. 그 숫자보다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해 이주가 멈춘 구역이 얼마나 줄었는지가 내년 이후 서울 공급을 더 잘 보여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