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립니다. 시장의 예상은 대체로 '동결'입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75%. 지난 7월 2.50%에서 0.25%포인트 올린 뒤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출을 앞둔 실수요자가 봐야 할 숫자는 2.75가 아닙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미 3.8% 선까지 올라섰습니다. 기준금리보다 1%포인트 넘게 높습니다. 시장은 27일의 결정과 무관하게, 이번 인상 사이클의 종착점을 3.5% 안팎으로 계산해 두고 값을 매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동결과 인상 사이, '매파적 동결'
한국은행이 공개한 7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분위기가 읽힙니다.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4명이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명시했습니다. 나머지 2명은 실물지표를 더 지켜보자거나 재정정책의 역할을 강조하며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인상론자들의 발언 분량이 온건파의 두 배가 넘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근거는 물가입니다.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79%, 근원물가는 2.6%로 31개월 만의 최고치였습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대비 15.6% 늘어 38년 만의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습니다. 가계와 기업의 소득이 늘어난 만큼 근원물가 둔화가 더딜 수 있다는 것이 인상론의 논리입니다.
그럼에도 다수 기관이 동결을 점치는 이유는 속도입니다. 7월 인상의 효과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고, 반도체 수출이 성장을 끌고 있지만 고용은 둔화하고 소비심리는 정체돼 있습니다. 연속 인상이 급하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결국 유력한 시나리오는 '동결하되 매파적 신호를 남기는' 형태입니다. 소수의견 1~2명, 또는 총재 기자간담회에서의 강한 발언 같은 방식입니다.
한도는 늘었는데, 값은 비싸졌습니다
여기서 대출 조건이 묘하게 엇갈립니다. 8·13 가계부채 대책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목표는 연간 증가율 1.5%에서 3%로 두 배 상향됐습니다. 약 30조원의 여력이 추가로 생겼습니다. 8월 13일 기준 5대 은행의 일반 가계대출 잔액은 650조7700억원, 남은 한도는 약 7조1000억원 수준입니다.
문제는 값입니다. 5대 은행이 새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만기 10년 이상)의 가산금리는 1월 3.05%에서 6월 3.27%로 올랐습니다. 3.2%를 넘긴 것은 2019년 7월 이후 처음입니다. 평균금리도 5월 4.42%에서 6월 4.50%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한도가 열리는 것과 싸게 빌리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대출 오픈런이 해소된다"는 말과 "이자가 줄어든다"는 말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27일 금통위가 동결로 끝나더라도, 조달금리인 은행채가 이미 올라 있는 이상 창구에서 만나는 금리는 당분간 내려오기 어렵습니다.
집값은 여전히 오르지만,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금리가 이런데도 서울 아파트값은 80주 가까이 상승 중입니다. 한국부동산원 8월 3주(17일 기준) 조사에서 서울은 0.22% 올라 전주(0.21%)보다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수도권 0.15%, 전국 0.08%, 지방은 0.00% 보합이었습니다.
다만 안을 들여다보면 결이 다릅니다. 강북 14개구가 0.30% 오른 반면 강남 11개구는 0.14%에 그쳤습니다. 성북구 0.45%, 중랑·서대문구 0.44%, 중구·강북구 0.41% 등 중저가 지역이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반대로 서초구는 잠원·반포동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0.09% 내렸고, 강남구도 대치·개포동 중심으로 0.05% 하락했습니다.
이자 부담이 커질수록 대출 규모가 큰 고가 구간이 먼저 무거워지고, 수요는 감당 가능한 가격대로 밀려납니다. 지금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시장의 열기라기보다 자금 여력의 재배치에 가깝습니다.
실수요자가 27일 이후 확인할 세 가지
첫째, 결정보다 문구입니다. 동결이라면 의결문에 인상 소수의견이 몇 명 붙었는지, 총재가 물가와 가계부채 중 무엇을 먼저 언급하는지를 보십시오. 향후 3~6개월의 대출금리 방향이 여기서 갈립니다.
둘째, 기준금리가 아니라 은행채와 코픽스입니다. 변동금리 차주에게 실제로 청구되는 것은 이 두 숫자입니다. 기준금리가 멈춰도 이들이 오르면 상환액은 늘어납니다.
셋째, 남은 총량 한도입니다. 5대 은행에 7조원대가 남았습니다. 한도가 소진되는 시점에 가산금리 인상이나 우대금리 축소로 속도 조절이 들어오는 것은 지난 몇 해 반복된 패턴입니다. 하반기에 실행 계획이 있다면 연말보다 이른 시점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금리 사이클의 고점 부근에서는 "얼마에 사느냐"만큼 "얼마에 빌리느냐"가 자산의 손익을 가릅니다. 27일의 헤드라인이 '동결'로 나오더라도, 그 문장이 곧 이자 부담의 안정을 뜻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