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을 하면 집은 얼마나 늘어날까요? 서울시와 시민단체가 같은 질문에 서로 전혀 다른 답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대통령실에 낸 정비사업 백서에서 재개발 27.4%, 재건축 44.2%가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월 15일 재개발 7%, 재건축 37.3%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재개발만 보면 네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서울 공급 대책의 중심이 정비사업으로 옮겨 간 만큼, 이 차이가 어디서 생겼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시 숫자: 최근 3년, 59곳
서울시가 쓴 자료는 최근 3년(2023~2025년) 동안 준공된 정비사업 구역 59곳입니다. 기존 주택 수와 새로 지은 주택 수를 비교한 결과 재개발은 27.4%, 재건축은 44.2% 늘었다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2031년까지 착공 목표인 31만 가구를 지으면 순증률이 39.2%(재건축 48.5%, 재개발 29.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오세훈 시장도 8월 토론회에서 기존 주택 약 22만 가구를 헐고 31만 가구를 지어 약 8만7000가구가 순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실련은 서울시에 산출 근거를 정보공개청구했고, 표본 구성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59곳 중 11곳은 기존 가구가 10가구도 안 되는 재개발 구역이었습니다. 또 재개발 구역 36곳 중 17곳은 상업지역이나 역세권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이었습니다. 원래 살던 집이 거의 없는 곳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순증률은 자연히 높게 나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노후 주거지 재개발과는 성격이 다른 구역이 절반 가까이 섞였다는 지적입니다.
경실련 숫자: 14년, 전체 합계
경실련은 기간을 크게 넓혔습니다. 2011년 11월부터 2025년 말까지 약 14년 동안의 정비사업을 합산했습니다.
- 재개발: 15만1000가구 철거 → 16만2000가구 신축 → 순증 1만1000가구(7%) - 재건축: 11만3000가구 철거 → 15만5000가구 신축 → 순증 4만2000가구(37.3%)
새로 지은 집의 구성도 따로 봤습니다. 재개발 신축 16만2000가구 가운데 임대주택은 2만9000가구(17.6%), 재건축은 15만5000가구 중 1만1000가구(7.4%)였습니다.
두 결과를 나란히 놓으면 재건축은 양쪽 모두 40% 안팎으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차이는 재개발에서 벌어집니다. 저층 다가구·다세대가 빽빽한 주거지를 허물면 기존 가구 수 자체가 많아서, 새 아파트를 지어도 순증 폭이 작아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다만 경실련 분석은 과거 14년 치 누적이고, 서울시는 최근 준공분과 앞으로의 계획을 본 것입니다. 층수 규제 완화나 용적률 상향이 반영된 최근 사업은 예전보다 순증 폭이 클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 숫자만 '정답'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것
첫째, 멸실 물량과 전월세 시장입니다. 경실련은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착공하려면 약 22만5000가구, 해마다 약 4만5000가구가 헐린다고 계산했습니다. 순증 효과가 나타나기 전 몇 년 동안은 이주 수요가 인근 전월세 시장에 먼저 몰립니다. 대규모 이주를 앞둔 권역에 전세로 사는 분이라면 계약 만기와 해당 구역의 이주 일정을 함께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둘째, 구역별 순증률은 곧 사업성입니다. 기존 가구가 많은데 늘어나는 가구가 적으면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 조합원 분담금이 커집니다. 재개발 구역에 입주권이나 매물을 검토하신다면 '총 몇 가구를 짓는가'보다 기존 토지등소유자 수 대비 신축 가구 수, 그중 일반분양과 임대 비율을 먼저 보셔야 합니다. 최근 광명시가 철산·하안 재건축의 공공임대 반영 비율을 3.75%에서 1%로 낮춘 것도 결국 이 분담금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셋째, 정책 방향의 변수입니다. 경실련은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서울시는 오히려 용적률 상향과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정부에 건의한 상태입니다. 어느 쪽 논리가 힘을 얻느냐에 따라 임대 비율, 공공기여, 이주비 대출 조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비사업이 공급을 늘린다'는 말 자체는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얼마나 늘어나는지는 구역마다 크게 다릅니다. 평균 숫자보다 내가 보는 구역의 기존 가구 수부터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