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시장을 볼 때 우리는 보통 "경쟁률 몇 대 1"을 먼저 봅니다. 그런데 지금 시장에서 더 정확한 신호는 평균값이 아니라 미달 단지의 비율입니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해 지난 7월 23일 내놓은 집계를 보면, 6월 모집공고를 낸 전국 27개 단지 가운데 12곳이 1순위에서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숫자입니다. 평균 경쟁률이 낮아진 게 아니라, 아예 청약자가 오지 않는 단지가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평균 5.9대 1, 그러나 평균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6월 전국 1순위 평균 경쟁률(12개월 이동평균)은 5.90대 1로 집계됐습니다. 전월 6.31대 1에서 0.4포인트 내렸고, 1년 전 같은 시점의 11.41대 1과 비교하면 정확히 절반 수준입니다. 2023년 7월(5.56대 1) 이후 35개월 만의 최저치입니다.
문제는 이 5.9라는 숫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단지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서울은 113.14대 1로 여전히 세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이마저도 전월 153대 1에서 39.86포인트 빠진 것입니다. 반대편에는 인천 4.59대 1, 경남 4.88대 1, 부산 3.70대 1, 충남 2.95대 1, 광주 1.90대 1이 있고, 제주는 0.17대 1로 모집 가구의 6분의 1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극단적인 사례는 더 선명합니다. 6월 공고 단지 중에는 375가구를 모집했는데 1순위 접수자가 3명에 그친 곳이 있었고, 경기 오산의 한 단지는 1,401가구 모집에 219명이 접수했습니다. 경기 양주 회천지구에서도 0.02대 1 수준의 접수가 나왔습니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들이 1~2대 1을 겨우 맞추는 일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분양가는 반대 방향으로 갔습니다
수요가 이렇게 빠지는 동안 가격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143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지난해 2,096만원에서 다시 올라선 수치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방향이 갈립니다. 서울은 3.3㎡당 5,131만원에서 5,897만원으로 14.9%(766만원) 올랐고, 인천은 1,894만원에서 2,312만원으로 22.1% 뛰었습니다. 경북 18.4%, 경남 15.1%도 상승 폭이 컸습니다. 반면 부산은 20.1%, 대구는 20.2% 내렸습니다. 다만 이 하락은 시장이 싸졌다기보다, 고가 단지 공급이 멈추면서 분양 표본 자체가 바뀐 결과로 읽는 편이 안전합니다.
미분양은 이 흐름의 결과물입니다. 5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239호, 30개월 연속 6만호를 넘었습니다. 경기 1만3,042호, 부산 8,292호, 충남 8,213호, 경남 5,193호 등 4개 지역이 5,000호를 넘겼습니다. 부산은 1년 새 2,872호, 충남은 3,489호가 늘었습니다.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1순위 미달은 곧 무순위 물량입니다. 1순위·2순위에서 채우지 못한 가구는 결국 무순위 청약이나 선착순 계약으로 넘어옵니다. 청약통장 가점이 낮아 그동안 기회가 없던 분들에게는 오히려 지금이 진입 창구입니다. 다만 왜 미달이 났는지 — 입지인지, 분양가인지, 준공 시점인지 — 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미달의 이유가 분양가 하나뿐이라면 할인·계약조건 변경 여지가 있지만, 입지와 수요 자체가 문제라면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둘째, 계약률이 경쟁률보다 중요합니다. 경쟁률 1~2대 1을 맞춘 대단지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습니다. 관심 단지가 있다면 청약 결과 발표 두세 달 뒤 미분양 통계에 그 단지 이름이 올라오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셋째, 서울 세 자릿수 경쟁률에 지방 판단을 얹지 마십시오. 같은 6월에 서울은 113대 1, 제주는 0.17대 1이었습니다. 하나의 '청약 시장'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장 여러 개가 같은 통계표에 들어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 청약을 준비하신다면, 뉴스에 나오는 전국 평균은 참고 자료로만 두고 관심 지역의 미달 단지 수와 미분양 증감 추이를 직접 확인하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평균은 낮아졌지만, 서울 핵심지의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