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법원, 같은 입찰 봉투인데 결과가 정반대입니다. 서울 아파트 경매는 7월 낙찰가율 101.0%로 넉 달째 감정가를 넘겼고 한 물건에 평균 6명이 붙습니다. 반면 수도권 지식산업센터는 올해 1~5월 2455건이 경매에 나와 523건만 팔렸습니다. 낙찰가율은 53% 안팎. 감정가의 절반을 불러도 주인을 못 찾는 물건이 훨씬 많다는 뜻입니다. "경매시장이 뜨겁다"는 헤드라인은 정확히 말하면 아파트 경매시장의 이야기입니다.
숫자가 갈라지는 지점
지식산업센터부터 보겠습니다. 수도권 진행 건수는 지난해 1~5월 865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2455건으로 2.8배 늘었습니다. 연간 기준으로도 2025년 3174건에서 올해는 5000건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매각률은 21.3%. 다섯 건 중 네 건이 유찰돼 다음 기일로 넘어갑니다.
상가·오피스텔을 포함한 업무·상업시설은 더 큰 규모로 같은 흐름을 보입니다. 6월 전국 진행 건수는 8268건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낙찰률은 20.0%, 낙찰가율은 51.3%, 평균 응찰자는 2.8명에 그쳤습니다. 아파트 경매장의 6명과 비교하면 절반이 안 됩니다.
지역 격차도 큽니다. 같은 6월 서울 상가 낙찰가율은 71.7%였지만 세종은 29%, 강원 38.7%, 전북 42.3% 수준이었습니다. 서울 안에서도 마포 도화동, 강동 천호동처럼 정비사업이 걸린 단지 내 상가는 감정가의 1.5배까지 올라갔습니다. 비주거 경매는 '싸다'는 한 단어로 묶이지 않습니다.
왜 반값에도 안 팔리나
첫째, 돈줄입니다. 시중은행은 2023년부터 지식산업센터 중도금·잔금 대출 신규 취급을 사실상 접었고, 기존 대출에도 원금 일부 상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낙찰을 받아도 잔금을 못 치르면 입찰보증금(통상 최저가의 10%)을 날립니다. 응찰자가 줄어드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둘째, 임대수익이 감정가를 못 따라갑니다. 감정평가는 매각기일보다 6~12개월 앞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실이 늘고 임대료가 내려간 구간에서는 감정가 자체가 이미 과거 시세입니다. 유찰이 반복되며 법원별로 20~30%씩 값이 깎여야 비로소 현재 수익률과 만나는 구조입니다.
셋째, 아파트는 실거주라는 최후의 수요가 있지만 비주거는 임차인이 들어와야 값이 성립합니다. 그 수요가 얇아지면 가격이 아니라 거래 자체가 멈춥니다.
들어간다면 확인할 것들
수치가 낮다고 곧 기회는 아닙니다. 순서대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잔금 조달입니다. 입찰 전에 해당 물건 종류로 실제 대출이 나오는지 금융기관에 확인하십시오. 지식산업센터·상가는 아파트와 규제도, 취급 여부도 다릅니다.
둘째, 미납 관리비입니다. 공실이 길었던 물건은 수백만~수천만원이 쌓여 있습니다. 판례상 낙찰자는 공용부분 관리비를 승계하고 연체료와 전유부분은 승계하지 않지만, 실무에서는 관리단과의 분쟁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금액을 미리 확인해 입찰가에서 빼고 계산해야 합니다.
셋째, 지식산업센터는 산업집적법상 입주 가능 업종이 제한됩니다. 내가 쓸 수 있는 용도인지, 임대가 가능한 형태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정비사업지 상가는 조합 정관과 상가 조합원의 분양권 인정 여부가 값의 대부분을 결정합니다. 1.5배 낙찰가는 그 확인을 마친 사람들이 만든 가격입니다.
다섯째,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를 반드시 읽으십시오. 여기 적히지 않은 권리는 원칙적으로 인수 대상이 아니고, 적힌 것은 대체로 인수 대상입니다.
경매 통계는 하나의 숫자로 요약되지 않습니다. 아파트 낙찰가율만 보고 시장 전체를 읽으면, 정작 물건이 쏟아지는 쪽을 놓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