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지표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지난주가 그랬습니다. 지지옥션 집계로 8월 셋째 주(18~21일) 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03건으로 전주 236건보다 28.4% 늘었습니다. 그런데 낙찰률은 44.9%에서 34.0%로 10.9%포인트 떨어졌고, 낙찰가율도 95.5%에서 89.8%로 5.7%포인트 밀렸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경매 시장이 식은 것처럼 읽힙니다. 그런데 평균 응찰자 수는 5.6명에서 6.5명으로 늘었습니다. 물건은 늘고, 안 팔린 비중도 늘었는데, 한 물건에 붙는 사람은 더 많아진 것입니다.
세 지표가 엇갈리면 '선별'이 시작된 것입니다
낙찰률과 응찰자 수가 반대로 움직이는 구간은 수요가 줄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닙니다. 수요가 한쪽으로 쏠려서 생깁니다. 300건 넘게 나왔는데 3분의 1만 주인을 찾았다는 것은, 나머지 200건 가까이가 응찰자를 한 명도 못 채우고 유찰됐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팔린 물건에는 평균 6.5명이 붙었습니다. 관심이 얇게 퍼진 게 아니라, 되는 물건에만 두껍게 몰린 구조입니다.
낙찰가율 89.8%라는 숫자도 그래서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이 값은 '유찰된 물건'은 계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팔린 것들끼리의 평균입니다. 낙찰률이 낮아진 주에 낙찰가율까지 떨어졌다면, 값이 싸져서라기보다 낙찰된 물건의 구성이 바뀌었을 가능성을 먼저 봐야 합니다. 실제로 지난주 서울 낙찰가율은 105.3%에서 98.6%로 내려왔는데, 감정가를 크게 넘긴 사례는 동대문구 용두동 신동아(132.0%), 동작구 상도동 대림(122.2%), 노원구 월계동 현대(121.6%)처럼 중저가 단지에 몰려 있었습니다. 고가 물건이 조용해지고 중저가가 경쟁을 끌어간 결과가 평균값을 끌어내린 셈입니다.
인천은 이미 다음 국면에 들어가 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격차가 더 분명합니다. 서울 낙찰률은 40.0%로 10.0%포인트, 경기는 37.9%로 4.9%포인트 내렸습니다. 인천은 51.2%에서 23.6%로 27.6%포인트 급락했습니다. 낙찰가율도 78.0%로 수도권 평균보다 11.8%포인트 낮습니다. 미추홀구에서는 여러 차례 유찰을 거친 물건이 감정가의 50~60%대에 팔린 사례도 나왔습니다.
같은 수도권이라도 인천은 '싸지면 팔린다'가 아니라 '싸져도 안 팔린다'에 가까운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유찰이 반복되면 최저가는 회차마다 20~30%씩 깎이지만, 그 사이 감정가 자체가 낡아집니다. 감정평가는 보통 경매 개시 무렵에 이뤄지므로, 지금 입찰장에 올라온 물건의 감정가는 1~2년 전 시세인 경우가 많습니다. 낙찰가율 78%가 실제로 22% 싸게 산 것인지, 아니면 그사이 시세가 그만큼 빠진 것인지는 감정가 기준일을 확인해야만 알 수 있습니다.
실수요자가 지금 확인할 것
첫째, 감정평가서의 평가 기준일입니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비율일 뿐이므로, 기준일이 오래됐다면 그 숫자는 시세 대비 할인율이 아닙니다. 인근 동일 평형 실거래가와 직접 비교해야 합니다.
둘째, 유찰 횟수와 그 이유입니다. 두 번 이상 유찰된 물건이 가격만 낮아 보인다면, 권리관계에 이유가 있는지 먼저 봐야 합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 미상 선순위 전세보증금, 유치권 신고, 토지·건물 소유자 불일치는 최저가가 아무리 내려가도 응찰자를 붙이지 못하는 대표적 사유입니다.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응찰자 수의 방향입니다. 낙찰률이 낮은 주에 응찰자 수가 함께 늘고 있다면, 그 지역은 침체가 아니라 선별 국면입니다. 이때는 '유찰을 기다리는 전략'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경쟁이 붙는 물건은 첫 회차에 감정가를 넘겨 팔리고, 남는 물건은 계속 남기 때문입니다.
일반 매매의 호가 부담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경매는 점점 '싸게 사는 시장'보다 '매매의 대체 통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감정가를 넘겨서라도 낙찰받겠다는 응찰이 늘어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음 주 지표에서 볼 것은 낙찰가율의 등락이 아니라, 낙찰률과 응찰자 수가 계속 엇갈리는지 여부입니다. 두 지표가 다시 같은 방향으로 붙는 순간이 국면이 바뀌는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