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의 '악성 미분양'을 직접 사들이겠다고 나섰지만, 팔겠다는 쪽도 사겠다는 쪽도 움직임이 더딥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8월 낸 지방 준공 후 미분양 4차 매입공고에 들어온 신청은 2335가구였습니다. 3차 때의 6953가구보다 4618가구, 비율로는 66.4% 줄었고 지난해 1차(3536가구)보다도 적습니다. 앞선 3차에서도 심의를 통과한 물량은 950가구로 통과율이 13.7%에 그쳤습니다. 올해 목표는 5000가구입니다. 숫자 두 개만 놓고 봐도 '나라가 사주면 해결된다'는 기대는 접는 게 맞아 보입니다.
목표 5000가구, 신청을 다 사도 못 채운다
산수부터 해보겠습니다. 3차 심의 통과분 950가구에 4차 신청분 2335가구를 모두 더해도 3285가구, 목표의 65.7%입니다. 4차 신청분이 전부 심의를 통과할 리도 없습니다. 4차는 아직 서류·현장 심사 중이고, 심의를 통과해도 가격 협의와 하자 보수를 거쳐야 계약서에 도장을 찍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차 신청은 합쳐서 9721가구였지만 계약까지 간 물량은 1414가구, 약 14.5%였습니다.
LH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3차부터는 준공을 앞둔 단지도 신청할 수 있게 했고, 단지를 통째로 사지 않고 일부 가구만 골라 살 수 있게 했습니다. 매입 상한가도 감정가의 83%에서 90%(조정률 반영)로 높였고, 낮은 가격을 써낸 곳부터 심사합니다. 그런데도 신청이 줄었습니다. LH는 12월부터 매입 계약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추가 공고나 기준 완화가 없다면 연내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심사 경과를 먼저 보고 가격·기준 완화를 폭넓게 검토하겠다"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왜 안 팔고, 왜 안 사나
팔겠다는 쪽은 가격이 맞지 않습니다. 감정가의 90%가 상한이라는 말은, 이미 분양가를 낮춰도 안 팔린 집을 감정가보다 더 싸게 넘기라는 뜻입니다. 승인 뒤에도 협의·감정·하자 점검이 이어지니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버틸 여력이 있는 사업자라면 차라리 기다려보자는 계산이 나올 수 있습니다.
사겠다는 쪽인 LH는 입지를 따집니다. 사들인 집은 공공임대로 돌려야 하는데, 3차 신청이 빈집이 많고 수요가 약한 지역에 몰렸기 때문입니다. 민간에서 안 팔린 집은 임대로 내놔도 들어올 사람이 없을 수 있고, 그러면 미분양이 공공임대의 공실로 옮겨갈 뿐입니다. 기준을 풀면 매입 실적은 늘겠지만 공공 자산의 관리 비용도 함께 늘어납니다. LH가 깐깐하게 고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규모로 보면 문제는 더 분명합니다. 국토부 8월 통계 기준 지방 미분양은 4만9998가구이고, 그중 준공 후 미분양이 2만3711가구로 절반에 가깝습니다. 한 해 5000가구를 다 사들여도 지방 악성 미분양의 5분의 1 남짓입니다. 처음부터 공공 매입만으로 풀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던 셈입니다.
실수요자·투자자가 봐야 할 것
첫째, 추가 대책의 방향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시적 취득세·양도세 감면 같은 민간 수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과, 사업자의 판단 착오로 생긴 문제이니 시장이 스스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엇갈립니다. 세제 지원이 나온다면 지역과 주택 수 산정 기준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둘째, 가격 조정이 먼저입니다. 공공이 계속 사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면 사업자는 값을 늦게 내립니다. 매입 기준 완화보다 할인분양이 먼저 나오는 단지라면 협상 여지가 큽니다. 다만 할인분양은 기존 계약자와의 갈등을 부르기 쉬우니, 관리비·입주민 분위기까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LH가 거른 이유를 내 기준으로 쓰십시오. "빈집이 많고 수요가 약한 곳"이라는 LH의 탈락 사유는 개인 매수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준공 후 미분양은 바로 입주할 수 있고 값을 깎을 여지도 있지만, 되팔거나 세를 놓기 어렵다면 싼 값이 오히려 함정이 됩니다. 주변 임대 수요, 같은 단지의 남은 물량, 잔금대출 조건을 확인하신 뒤에 판단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넷째, 오래 남은 물량의 행방입니다. 금융비용을 버티지 못한 사업장의 잔여 가구는 신탁사 공매 같은 경로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달 말 나올 9월 주택통계에서 준공 후 미분양이 줄었는지, 12월 LH 계약이 실제로 몇 가구에서 체결되는지가 다음 확인 지점입니다.
결국 이번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미분양의 질입니다. 남은 집 상당수가 공공조차 선뜻 사기 어려운 곳에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할인 폭보다 그 집에 살거나 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는지를 먼저 보셔야 합니다.